과학계 '폭염탈출' 백태···'연구소는 무더위 쉼터'
KIST 한달간 '워케이션' 기간···이번주 '집중휴가' 주간
각양각색 여름캠프 개최···"여름방학 과학자 꿈 키운다"

일주일째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각양각색 '여름나기'에 한창이다.

소소하게는 샌달과 반바지 복장근무 허용하거나 전직원에게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폭염을 누그러뜨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직원 자녀 여름 캠프나 전직원 휴가까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시원한 항온항습 실험실을 찾아 다니고, 회의도 웬만하면 시원한 에어콘이 나오는 곳을 선호한다.

◆ 출연연 '폭염탈출' 백태···"반바지 입고 출근부터 무더위 쉼터까지"

한국한의학연구원 직원들이 반바지와 샌들 복장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의학연 제공>
한국한의학연구원 직원들이 반바지와 샌들 복장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의학연 제공>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기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상훈)는 지난달부터 8월 말까지 반바지 차림의 근무를 연구소 차원에서 결정했다.

팀장 이상 보직자부터 솔선수범으로 자유로운 복장을 권고하면서 전 직원이 자연스럽게 복장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근무능률 향상과 창의적·유연한 사고를 진작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출·퇴근시 슬리퍼 착용과 노출이 심한 복장은 자제하나 샌들은 허용된다. 단, 실험실 복장은 예외다. 연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신발·복장 착용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약 1달간 '워케이션' 기간이다. 공식위원회와 공식회의 등 일정을 잡지 않도록 유도해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일종의 직장문화다. 직원들 휴가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도록 장려한다.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가장 추운 12월에는 2~3주간 공식회의 등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약속을 하고 있다. 문길주 전 원장 때 도입한 제도로 약 5년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출연연은 정부의 권장 실내온도인 28도의 온도를 유지해야하는 만큼 복장도 자유롭게 입는 것을 권장한다. 시설관리를 운영하는 KIST 건설운영팀에서는 에너지 절감요원을 지정해 점심시간 원내를 돌아다니며 형광등을 끄는 등 소소한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과 ETRI,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이태식) 등은 집중휴가를 떠났다. 8월 1일부터 5일까지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전직원이 휴식기에 들어갔다. 무더위로 업무효율이 떨어지기 쉬운 8월 연구자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업무 효율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직원들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초부터 여행계획을 세우는 등 집중휴가 기간을 재충전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은 각 층마다 있는 회의실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무더위에 지친 직원들이 쉬는 시간 동안이라도 잠시나마 시원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웃지못할 폭염탈출 사례도 심심찮게 들린다. 일각에서는 고정된 에어컨 온도를 조작(?)하면서까지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빈 주사기에 뜨거운 물을 넣어 에어컨 온도 센서에 걸어두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내온도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제어로 실내온도 28도에 맞춰진 연구실은 더위와 폭염, 전력대란까지 겹치면서 실제 온도는 30도를 넘기 일쑤다.

◆ 무더위보다 뜨거운 여름방학 과학캠프 열기 '후끈'


일반 대중을 위해 여름나기 방안으로 '과학캠프'를 진행하는 연구소가 적지 않다.
출연연을 비롯해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등에서는 여름방학 과학캠프를 열고 있다. 슈퍼컴퓨팅 캠프부터 과학영재 만남 캠프까지 각양각색 주제의 캠프가 진행될 예정이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한선화)와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총장 정무영)는 1일부터 5일까지 4박 5일간 '2016 국가슈퍼컴퓨팅 청소년 캠프'를 개최한다.

청소년 캠프에 참가하는 전국 23개 고등학교 24개팀(팀당 학생 3명 및 지도교사로 구성)은 슈퍼컴퓨터의 구축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을 체험한다.

참가 학생들은 '베오울프'형 슈퍼컴퓨터에 대한 교육을 받고 팀별로 슈퍼컴퓨터의 원리로 구동하는 병렬형 컴퓨터를 직접 제작한다. 슈퍼컴퓨터에서 실제로 구동 가능한 병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팀별 과제도 해결한다.

체험 교육과 함께 다양한 전문가 특강도 마련해 슈퍼컴퓨터 주요 활용 분야를 소개하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캠프에는 고영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슈퍼컴퓨터와 의학', 강궁원 KISTI 책임연구원이 '슈퍼컴퓨터와 우주' 조성배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인공지능과 인류', 김성엽 UNIST 슈퍼컴퓨팅센터장이 '세상 속 슈퍼컴퓨터'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이하 한림원)은 오는 3일부터 2박 3일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총장 신성철)에서 '2016년도 한림미래과학캠프'를 개최한다.

한림미래과학캠프는 한림원 회원들과 과학영재들의 1:1 멘토프로그램인 '청소년과학영재사사' 사업의 일환이다.

행사에서 DGIST와 한국뇌연구원 등의 연구시설을 견학하고, 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공학 등 분야별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또 멘토와의 대화시간, 청소년과학영재사사 선배와의 만남 등 친교 시간도 준비돼 있다. 실내외에서 조정을 배우는 체육 활동도 마련된다.

청소년과학영재사사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고 잠재능력이 탁월한 중·고등학생들을 선발, 한림원 석학과의 일대일 사사 기회를 제공한다. 희망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학문적 탐구능력을 배양시키고 자기 동기화된 우수 인재로 양성하고자 기획됐다.

올해도 소속 학교장 추천으로 선발된 30명의 과학영재가 한림원 석학들과 지속적으로 일대일로 교류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관장 김상진)은 10일부터 2박 3일 동안 전국 초등학생(4~6학년) 35명을 대상으로 '해양생물탐구 캠프'를 개최한다.

캠프는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한다. 캠프는 맞춤형 교육으로 평소 접하기 힘든 해양생물 분야에 대해 직접 체험을 할 수 기회를 마련했다.

해양생물탐구 캠프 포스터.<사진=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해양생물탐구 캠프 포스터.<사진=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해양생물탐구 캠프는 '해양생물과 친구 되기'란 주제로 ▲전시 표본 관찰 ▲해양생물작품 만들기 ▲전시관 미션 활동 ▲해양생물분류 및 표본제작 ▲어류 해부 ▲갯벌생물 탐구 등 흥미로운 체험식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UNIST(총장 정무영)도 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드림캠프'를 개최한다. 과학 드림캠프는 UNIST 재학생 30명과 울산시 소재 49개 중학교 3학년 학생 82명을 멘토와 멘티로 연결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1일부터 13일까지 UNIST 일원에서 진행된다. 1명의 멘토가 3~4명의 멘티를 지도한다. 멘티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 등 사교육에 소외되는 학생을 우선 선발했다. 선발된 멘티들은 1일 오후 2시 입소식을 시작으로 UNIST에서 숙식하며 영어와 수학, 과학 등 정규과목 수업을 지도받게 된다.

과학계 한 인사는 "여름방학을 맞아 일반 대중이 과학과 친해지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며 "학생들 스스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래 과학기술 발전의 주역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헬로디디.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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