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어린이집 원장·대학생 모여 '미세먼지 소통'
대전이 초미세먼지 농도 전국서 1~2위로 나빠
"국민 지속적 관심이 근본적 대응연구 성과로 이어질 것"

상단은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좌), 이상일 박사(우), 하단은 이은정 표준연 사과나무 어린이집 원장(좌), 박지혜 전북대 과학학과 학생(우) <사진=김요셉 기자>
상단은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좌), 이상일 박사(우), 하단은 이은정 표준연 사과나무 어린이집 원장(좌), 박지혜 전북대 과학학과 학생(우) <사진=김요셉 기자>
미세먼지 이슈가 일상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최근에는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세먼지에 대해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으며, 과학기술계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권동일) 화학동에 과학자와 일반인이 마주앉았다. 과학자 대표로는 미세먼지 연구 전문가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와 이상일 박사가, 일반인 대표로는 이은정 표준연 사과나무 어린이집 원장과 박지혜 전북대 과학학과 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일상의 이야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미세먼지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은정 원장은 "우리 어린이집은 담당 선생님이 매일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서 당일 실외활동 여부를 결정한다"며 "미세먼지가 인체에 영향을 주는 정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일반인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혜 학생은 "주변 친구들을 보면 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어린이집과 대비되는 현실을 언급했다.
 
정진상 박사는 "국민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과학자가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동안 미세먼지 측정에만 머물렀던 연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박사는 "미세먼지가 가진 복잡한 성질과 다양한 배출원으로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렵지만 관련된 여러 분야가 협력해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과학자와 일반인의 소통을 통해 미세먼지 연구는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함을 인식하게 됐고, 미세먼지 연구가 힘을 얻어 근본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공감했다.
 
◆ 미세먼지 어떻게 대처?···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소극적 대응 또는 무관심 수준
 
이은정 : 우리 어린이집에는 미세먼지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매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하루에 여러 차례 미세먼지 수치를 공유한다. 이것에 따라서 아이들의 실외 교육 여부를 정한다.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에 가깝거나 나쁨에 해당하면 당연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정보가 예전보다는 많아졌지만 지금 실천할 방법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창문 열지 않기, 물 많이 마시기 등의 소극적인 것뿐이다.
 
이상일 : 초·중·고등학교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미세먼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초등학교 외부 활동(체육 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더라.
 
박지혜 : 대학생들도 그렇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미세먼지에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웹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미세먼지가 뜨면 한 번 관심을 줄 뿐 특별한 조치 없이 무관심하게 행동한다. 최근 고등어 사건도 반짝 이슈에 그쳤다. 마스크 착용하는 친구도 아주 가끔 보는 정도다. 나도 미세먼지에 대해 최근에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진상 : 마스크는 나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봄철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안구 질환이 더 자주 생기는 것 같다.
 
이은정 :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옥시 사태 등을 볼 때 유해성 물질에 국민이 노출됐고 어쩌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됐다. 일각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호흡기에 민감한 아이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니 아이들의 건강이 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 미세먼지 쉽게 해결되지 않아···긴호흡 필요
 
이은정 : 일반인에게 알려주는 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한 정보가 없어 불안하다. ‘주부들이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를 많이 하면 폐암 걸릴 위험이 높다’ 등의 막연한 이야기만 있다. 얼마큼의 미세먼지가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일반인도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이상일 : 미세먼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자체는 다른 대기환경기준 오염물질에 비해 복잡하다. SO2, CO2 등은 배출원도 명확하고 단일한 구조인 반면 초미세먼지나 미세먼지는 배출원 및 생성기작이 다양하다.
 
정진상 : 사실 국민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연구자들이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기오염을 연구했던 연구자들은 대부분 측정 분야에서 일했다. 측정을 연구한 사람에게 미세먼지의 유해성과 대응방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문제다.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분들도 전공분야만 전문가일 뿐이지 미세먼지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전문가가 아니다.
 
이상일 : 미국은 대기환경기본 관련 법과 정책을 만들 때 다양한 분야 과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관여한다. 위원회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화학적 특성, 물리적 특성, 인체유해성, 농도 등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수집 및 검토해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한다.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한다. 우리도 이런 절차에 대해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다.
 
정진상 :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측정연구는 선진국 수준인데 대응법과 인체유해성 연구는 그에 못 미친다.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부족하다. 최근 들어 국민이 미세먼지에 관심을 갖고 해결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니 정부도 이에 대응해 연구 환경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미세먼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지만, 이 분위기가 지속되고 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해답을 내놓는 날이 올 것 같다.
 
박지혜 : 뉴스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대학생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국가 차원의 대책은?···단순 측정 수준을 넘어 원인규명, 저감 대응연구 집중될 것
 
정진상 : 현재 미래부에서는 '미세먼지 대응 기술개발 이행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미세먼지 발생과 유입, 측정과 예보, 집진과 저감, 국민생활 보호와 대응 이렇게 크게 4개 부문으로 진행할 계획이고 9월 달까지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과제에서는 미세먼지 감축과 관련된 연구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국민 체감형 연구개발을 강화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일 : 최소한 미세먼지의 외부·내부 유입 등 원인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이 이유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왜 생겼는지 이해를 시키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순서를 밟는 것이 좋다.
 
정진상 : 미세먼지에 의한 인체유해성까지 연구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를 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 연구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수출도 할 날이 올 것이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대기환경표준센터 연구실 내부를 둘러봤다. 이상일 박사가 표준가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좌담회 참석자들은 대기환경표준센터 연구실 내부를 둘러봤다. 이상일 박사가 표준가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진상 : 미세먼지를 10년 넘게 연구했지만 미세먼지 농도의 '나쁨'과 '매우 나쁨'에 대한 기준을 잘 모르겠다. 왜 농도가 얼마 이상일 때 나쁨인지 또 매우 나쁨인지에 대한 근거가 알려지지 않아 대중들은 더 모를 것이다. 나이별, 질환별로 미세먼지 농도의 위험 수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상일 : 대기환경 기준은 단순 질량농도로 규정한다. 그런데 아직 화학성분별 기준치는 없다. 심장질환하고 어떤 대기 화학성분이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은정 : 미세먼지와 중금속이 잘 결합하기 때문에 몸 내부로 들어가면 문제가 되는지, 또 미세먼지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대중들이 몰랐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상일 : 미세먼지가 유해화학물질을 포함해 몸으로 들어가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항상 기준치 이상이 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오존과 미세먼지다. 이 문제는 계속 이슈가 돼 왔다.
 
정진상 : 이번에 조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전이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는데 2015년 기준, 초미세먼지가 높은 도시로 전국 광역시 중에서 1~2위를 다투는 상황이더라. 서울이 오히려 하위권이다. 반면 미세먼지는 대전이 광역시 중에 좋은 편이다. 다만 아직 측정 데이터가 오래 쌓이지 않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자료가 더 쌓여야 한다.
 
◆ 국민-과학자-정부 소통 필수···적극적 관심이 근본적 대응연구로 이어져
 
이은정 : 지금 국민을 너무 안심만 시키려 한다면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한 관심도 시들고 결과적으로 과학자에 대한 지원도 축소될 수 있다. 정부와 과학자들은 정확한 정보와 현실을 공유하고 국민이 현재 수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일 : 정진상 박사님과 내가 하는 연구도 미세먼지 연구 중 일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한 사람이 연구결과를 발표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분야가 협력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대중들과 대화하다 보니 어떤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알게 됐다. 정책을 세우는 부분에 참여할 때 대중들의 생각과 인식을 전달해줘야겠다. 일반인이 미세먼지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 줄 몰랐다. 지속적인 국민의 관심이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
 
이은정 : 일상생활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삶의 질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대중과 과학자가 소통하는 자리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
 
정진상 : 과학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대중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표준연 화학동에 과학자와 일반인이 마주앉아 미세먼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김요셉 기자>
표준연 화학동에 과학자와 일반인이 마주앉아 미세먼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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