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아 놀자 ⑤]'김원호·송만호 유미특허법인 대표, 직접 출연 '유미과학문화재단' 창립
과학대중화 앞장선 사람들 격려하는 상 제정
국내학자 집필 과학책 너무 적어 "빅히스토리 집필 지원할 것"


과학대중화를 위해 '유미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한 (왼쪽부터)송만호, 김원호 대표변리사.<사진=유미재단 제공>
과학대중화를 위해 '유미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한 (왼쪽부터)송만호, 김원호 대표변리사.<사진=유미재단 제공>
"영리목적이 아닌 과학대중화라는 목적을 타깃으로 재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초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민들이 과학지식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애쓰신 분들이 칭찬받아야 한다고 믿기에 과학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분들을 격려하고자 '유미과학문화재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유미특허법인을 설립하여 30여 년째 운영 중인 김원호·송만호 유미특허법인의 두 대표변리사가 '과학대중화'를 계기로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유미과학문화재단을 만들고 과학대중화에 앞장선 사람들을 격려하는 상을 제정했다. 또 일반인들과 고등학생들에게 과학도서를 추천하는 등의 과학문화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재단 역사는 길지 않지만 지식재산권을 주로 다루는 특허법인의 CEO들이 직접 출연금을 마련해 '과학문화확산'에 앞장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유미과학문화재단이 어떤 활동을 통해 과학대중화에 앞장설 계획인지 유미과학문화재단의 송주현 이사와 홍성하 사무국장을 만나 들어봤다.

◆ 사회에서 받은 혜택 과학 대중화 활동으로 환원

김원호 대표는 NGO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아 유미과학문화재단을 만들기 전부터 씨알재단, 에코피스아시아 등에서 활동했다. 송만호 대표는 과학대중화에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과학관련 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등 과학대중화를 위한 역할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고민은 곧 뜻이 잘 맞는 김원호 대표와 논의, 실현으로 이어져 2014년 8월 유미과학문화재단 창립(발기인)총회를 거쳐 같은 해 11월 비영리 공익법인이 설립됐다.

유미과학문화재단의 송주현 이사.<사진=김지영 기자>
유미과학문화재단의 송주현 이사.<사진=김지영 기자>
유미특허법인의  다른 구성원들도 좋은 의미의 재단설립에 뜻을 모았다. 홍성하 사무국장은 "구성원 가운데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동참을 했다"며 "외부에서 과학책 관련 번역을 하거나 외국 과학도서를 한국에 소개하는 사람 중 명망있는 분을 초빙해 이사진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상금이나 발간상 도서구입비 등의 운영예산은 유미특허법인이 매년 기부금을 출연해 충당하고 있다.

유미과학문화재단은 노벨과학상급 과학자 양성 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초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데 힘쓴다. 특히 우수 과학도서의 출판과 저술 등의 지원활동을 가장 주력하고 있다. 대학에서 쓰이는 자연과학 교재 대부분이 선진국에서 사용 중인 교재를 그대로 또는 번역해 쓰고 있는 현실에 '한국 학생들이 국내 학자들이 저술한 과학책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송만호 유미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의 의지가 담긴 부분이다.

그러면서 제정한 상이 ▲유미과학문화상 ▲과학도서발간상 ▲과학도서지도상이다. 유미과학문화상은 과학분야 저서나 번역서, 편자, 제작자 혹은 과학연구모임, 과학도서 독서모임 등 과학을 이해하고 알리는데 노력을 기울인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한다. 제1회 유미과학문화상은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이, 제2회유미과학문화상은 이근영 빅히스토리연구소장과 조지형 빅히스토리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수상한 바 있다.

송주현 이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서적을 쓰기 위한 동기유발요인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과학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분들을 장려하기 위한 활동에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이 상이 학자들이 글을 쓰는데 작게나마 동기유발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유미과학문화재단이 선정한 과학도서발간상 수상도서.<사진=김지영 기자>
유미과학문화재단이 선정한 과학도서발간상 수상도서.<사진=김지영 기자>
과학도서발간상은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심의 배양에 필요한 과학도서의 발간을 장려하기 위해 과학도서 출판사에게 수여한다.

제1회 과학도서발간상은 '위대한 설계'가, 제2회 과학도서발간상은 '우주의 기원 빅뱅'이 선정됐다. 재단은 선정된 책 2500권을 구입해 전국 고등학교 과학동아리에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재단은 수상도서를 전달하기 위해 전국의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동아리의 유무를 확인했다. 홍성하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과학동아리가 몇이나 되는지 등이 파악된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직접 찾을 수밖에 없었다. 몇 달 걸린 작업이었다"며 "학생들도, 교사도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계속 관리하며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과학도서지도상은 고등학교의 교사나 관련 종사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송 이사는 "우리가 학교에 보낸 책들이 효과적으로 읽힘과 동시에 지식습득과 전달지도가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며 "실제 어떻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평가를 해보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빅히스토리, 자연과학+인문학의 융합 중요…"국내 학자 지원할 것"
 
빅히스토리는 우주의 시작인 빅뱅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연결해 모든 것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홍 사무국장에 따르면 빅히스토리를 빅 스토리(Big Story) 또는 빅 쾌스쳔(Big Question)으로 하자는 얘기도 있다. 빅히스토리는 역사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구과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우주의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조망한다. 

특히 빌 게이츠는 인류 역사와 우주 역사를 함께 배운다는 빅히스토리에 매료돼 자신이 설립한 BGC3(Bill Gates Catalyst 3)의 공식 프로젝트로 시작하기도 했다.

유미재단은 빅히스토리 저술공모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재단 측은 빅히스토리라는 용어 자체가 역사학자인 데이빗 크리스찬이 사용한 용어로써 우리에게 생소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련돼 쓴 책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유미재단은 우리나라의 학자들에게 저술 기회를 제고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2~3년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많은 학자들이 빅히스토리 저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복안을 세우고 있다.

송 이사는 "빅히스토리 관련 책은 역사학자가 쓴 책이 2~3권 있을 뿐 자연과학자가 쓴 책이 거의 없다. 그러나 지구에 생명이 어떻게 생기고 진화하는 등의 이야기를 설명하다 보면 우주론, 지구과학, 생명과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살필 수밖에 없다"며 "빅히스토리는 역사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연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의 협업과 통합, 융합이 필요한 분야다. 이 사업을 통해 학문간 칸막이를 없앤 빅히스토리 교육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미재단은 올해 말 '박자세'와 공동으로 자연과학자, 인문학자, 종교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융합 심포지움'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대중이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송 이사는 "해외 선진국은 과학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저명한 과학자들이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등 화제를 계속 만들어 나가며 국민의 관심을 얻는 활동을 전개하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새로운 흐름을 잘 흡수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과학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매체활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적인 종이 책 도서나 전자 책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에 더해 팟캐스트 등의 방식의 활용도 고려하고, 심포지움, 강좌 등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라며 ”작지만 이런 활동들이 과학대중화를 이끄는 분들에게 활력과 용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홍성아 사무총장.<사진=김지영 기자>
홍성아 사무총장.<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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