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한달간 열리는 'Euro 2016'은 유럽국가들의 축구 대표팀들이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경기를 치르는 유럽판 월드컵이다. 축구 강국들이 많이 모인 만큼, 적어도 유럽 내부에서는 축구 월드컵 대회를 연상 할 만큼 떠들썩하다.

대회가 개최될 도시마다 호텔들은 이미 이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인근 관광명소들도 많이 늘어난 관광객들 숫자를 기대하며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거 늘어난 관광객을 맞이하면서 좋기만 하여야 할 프랑스에서는 연일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견으로 CGT(Confédération Générale du Travail, 노동조합 총 연맹)와 같은 전국노조연맹을 중심으로 격렬한 투쟁을 전개하며, 파업과 거리 데모를 연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Le Figaro – CGT 소속 정유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 Le Figaro – CGT 소속 정유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거리투쟁과 함께 전국 철도노조의 파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트럭 운전사들의 파업도 병행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위치한 8개의 정유공장들이 모두 파업에 돌입하여, 벌써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연맹에서는 오는 7월초까지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신고를 해놓은 상황이기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Euro 2016에서 얻어지는 경제적인 효과를 프랑스가 제대로 누릴 수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프랑스 정부는 전쟁 등과 같은 비상상황에 사용하고자 전략적으로 비축해놓은 석유탱크를 열어서 각 지역별로 석유를 공급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5월 30일 현재 3일분량의 비축 석유를 사용했다고 뉴스에서 전하고 있다. 벌써 지난 주부터 각 주유소마다 주유를 하기 위한 차량들이 줄서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파업과 거리투쟁 운동은 지난 1995년 가을, 공화당 정부 하의 알랭주페 총리가 주도한 연금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진행된 범 국가적인 시위를 떠울리게 한다. 이 당시 두달 이상 철도, 고속도로 등의 폐쇄와 함께 시내 버스들의 운행까지 멈추어섰으며, 공무원 노조를 포함하여 전기, 우체국, 전화국, 교사 노조 등, 대부분의 공기업 노조들이 파업에 참여하였었다. 결국, 알랭주페 총리는 관련된 개정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노사간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였다는 책임을 지고 총리자리를 물러나야만 하였다. 특히나, 자크시락 당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지 불과 일년 남짓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필자의 놀라움은 더욱 컸었다.

이제 2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법 변경안은 과연 무엇이길래 프랑스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새로운 노동법 제안
하루 최대 노동시간 10시간 12시간 – 단, 단체협약에서 인준을 받아야 함.
일주 최대 노동시간 주 48시간 주 60시간
일주 규정 노동시간 주 35시간 50명 미만의 사업장에서는 이 규정 노동시간 대신 Daily forfeit 규율을 적용할 수 있음.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보상 주 35시간을 넘어서는 경우,
처음 8시간동안 25%의 추가 임금을 지급. 이후부터는 50%의 추가 임금 적용
단체협약을 통하여 전부 10%의 추가 임금만을 지불할 수 있음
단체협약 직능별 단체협약이 개별 회사 협약보다 우선함 개별 회사 협약이 직능별 단체협약에 우선함
경제적 해고 경제적 해고의 요건이 불분명하여 법원의 심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음 경제적 해고의 요건을 구체적 조건으로 명시하여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회사의 경우, 노동자의 임금과 보너스를 지불하면서 해고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음.

사실 내용으로만 보자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한국의 노동 현실에 더욱 익숙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전체 노동인구의 10.7% 만이 비정규직이며, 25세 이하 청년노동자들의 경우에도 35.6% 정도일 뿐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프랑스도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매우 안정적인 사회 운영을 해오고 있었다. 특히, 국가가 주도하는 보육원 사업 및 육아 보조금 제도,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공짜에 가까운 학비와 경쟁력 있는 교육시스템으로 선진국들 중에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고, 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이에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과 실업수당 지급 제도는 노동자가 실직을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개인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탄탄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프랑스가 처한 경제성장의 한계와 높아지는 실업률의 문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급한 처방이 고용 유연성의 확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정치세력과 이에 동의하지 않는 노조간의 마찰은 아직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정규직을 해고할 조건들을 쉽게 한다면, 그만큼 기업들이 정규직 인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실제로 동작한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함께 나빠지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현재형이다.

과연 신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을 본받아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면, 유럽에서건 한국에서건 실업율을 낮추고 모든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까?

미국에 위치한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서 발표한 통계를 본다면, 1973년 이전에는 노동자들의 생산성(Productivity) 향상 비율과 노동의 댓가인 임금의 상승율이 거의 동일하게 증가하여 왔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2013년까지 243% 증가), 임금은 답보상태에 이르고 있다 (108% 증가). 1973년은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오일쇼크·석유파동이 발생한 시기로, 이후, 전세계 경제가 신자유주의로 진행되었다고 이야기 된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경제적으로 노동자들이 노동생산성의 향상에 따른 수익을 자본가·기업들과 함께 공평하게 나누지 못하게 됨으로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1970년대 이후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든 중산층들은 줄어드는 상대적 소득을 메꾸기 위하여, 맞벌이 부부를 하거나,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방법의 소득증대 방법을 강구하여 왔다.

다만 최근에 그러한 방법들 만으로는 여전히 생산성 증대에 따른 상대적 소득감소를 메꿀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중산층의 숫자가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십여년간 유럽에서는 거의 경제성장이 0에 가까운 상황임에도 노동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기에, 더 적은 노동력을 투입하여 같은 양의 물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실업율의 증가를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지능이 높아지고 있는 자동화 기기들의 도입으로 앞으로도 노동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이것이 임금의 상승으로 연결되거나 새로운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하여 실업율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서 격렬하게 투쟁하면서도 또 함께 협상하여 합의점을 만들어 온 노조와 경영자 양측이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함께 인식하고, 대치상황을 극복해 앞으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프랑스의 언론이 모든 국민들에게 왜 지금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때문에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도 상생에 관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단, Euro 2016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동안에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Allez les Bleus !!" "프랑스팀 가자 !!"

◆ 최경일 박사는

최경일 박사는 '최경일의 지금 유럽에선'의 타이틀로 유럽의 한인과학기술인들이 바라보는 현대사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유럽이 경험하고 있는 과학기술분야의 발전상과 함께, 유럽에 살고 있는 한인과학기술자들의 역할과 한-유럽간의 교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구의 환경보호 및 인류의 동반성장에 관한 고민들을 함께 공유할 예정입니다.

최 박사는 전산, 정보통신 및 인공위성 시스템을 전공했으며, 현재 프랑스 위성통신회사인 유텔셋 Eutelsat 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재직 중입니다. 연구분야는 인공위성의 시스템 설계 감리이며, 번역서로 '인공위성 통신 시스템'을 출판했습니다. 전공활동과 병행해 유럽의 한인협회인 동반성장 연구회 I-DREAM 회원으로 지구촌 공동체들의 동반성장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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