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한장]글: 안동만 한서대 항공학부 석좌교수

올해 국내 R&D의 최대 이슈는 '과학기술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과 출연연 '임금피크제' 등의 여러가지 현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 R&D 사업인 한국형 전투기개발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 사업의 개발 확정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약 8.5조 원의 개발비와 양산비·운영유지비 등 20~30조 원에 달하는 첨단 국산 전투기 국내개발 사업에 대해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경제성 분석, 사업 타당성 평가와 최근 미국 정부의 4대 핵심기술 이전 거부에 따른 국내 기술 능력 등에 대한 각종 우려를 딛고, 정부는 KFX 사업에 대한 체계개발을 승인하고 곧 KAI(한국항공우주산업·대표 하성용)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국가 영공 방어를 책임질 전투기 확보 사업에 대한 지루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의도 끝내어 계획 착수한지 10여년이 지난 이제야 본격적 추진이 가능하게 된 것은 매우 감격적이다. 이는 지난 1949년 공군 창설 이후 60여년간 해외도입이나 기술도입 생산 또는 공동 개발한 전투기로 영공 방어를 해온 한국 공군이 우리가 설계한 주력 전투기를 운영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 공군은 국내 개발한 KT-1, T-50, FA-50을 운영하고 있지만, F-16급 이상의 주력전투기의 경우에는 이번 사업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투기 판매국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신무기 장착이나 운영유지를 우리 뜻대로 하지 못하고, 판매 국가나  회사의 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국내 주도의 개발 방식을 택한 것은 40여년 전 방위사업을 추진한 이래 정부의 가장 큰 치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F-4J, F-15J등의 전투기 면허 생산을 추진하면서 기술자립적 자주국방을 위해 50%가 넘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도 자국산 항공전자 장비를 탑재했으며, 지원전투기 FSX(후에 F-2) 개발과 5세대급 ATDX 개발을 통해 핵심기술 축적은 물론 F-35 구입 시에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이스라엘이 비록 중단은 했지만 LAVI를 개발을 통해 세계적 방산 수출국으로 발전한 것과 스웨덴의 J-39 Gripen 개발 성공 사례를 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어 금석지감을 느낀다.

격변하는 대외 경제 환경, 주변국의 첨단 무기 개발, 북핵 등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국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가 늦게나마 대규모 국방 연구개발 예산 투입으로 국가 안보의 핵이 될 첨단 전투기의 국내 주도 개발과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결정을 한 것은 역사에 남을 치적이 될 것이다.

소량의 국내 소요와 일부 개발 기술의 경험 부족으로 국내 개발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적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노후한 공중 전력의 해외 의존형 보강을 탈피하고, 국방비의 투자가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며, 개발된 기술이 타 첨단 산업에도 파급되는 보라매의 국내 개발은 너무나 큰 의미가 있다.

약 40여년 전에도 중화학공업 육성육성과 방위산업 육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한 정책을 통해 국내 조달하는 첨단 무기체계의 대부분을 국내 개발·생산, 방산수출이 미사일 함정, KT-1과 T-50의 수출 등에 힘입어 연간 30억불 수준으로 발전해 온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결정은 충분히 미래에 큰 발전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다.

최근 T-50의 이라크 수출과 KT-1의 페루 수출에 이어 올해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도 T-50과 FA-50을 수출했으며, 지난 12월 16일에는 대통령이 참석한 미공군 T-X 사업에 경쟁하기 위한 T-50모델의 출시(Roll-out) 행사도 있었다. 30여년전부터 항공산업 육성계획 참여와 각종 국방 연구개발은 물론,  KT-1과 T-50 탐색개발을 직접 수행하여 군용 항공우주 산업 발전에 깊이 참여한 항공우주 공학자로서 감회가 무척 새롭다.

이 시점에서 ▲국내 항공우주기술 능력의 발전 과정 ▲KFX 개발의 경제적 의의 ▲기술적 고려 사항과 정부의 사업 관리 체제 등을 다시 한 번 짚어 보고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제언을 해 보고자 한다.

ADD와 공군은 20여년전부터 군의 KF-16의 기술도입 생산과 2000년대 초의 F-15K 도입, 후속 F-35 도입 사업과 병행해 ADD와 공군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항공 전력의 자립과 항공 산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 항공기 설계 개발 능력 확보를 추진해 왔다.

불모의 항공기 설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1단계로 KT-1 기본 훈련기는 독자 개발을 추진하고, 절충 교역을 통해 고등 훈련기(T-50) 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해외에 의존해 오던 전투기의 국산화를 추구하고자 했었다.

반세기만에 우리는 기본 훈련기와 전방 근접 지원기(KT-1, KA-1)와 고등훈련 겸 경공격기(T-50, FA-50)의 전력화는 물론, 77대의 KT-1 과 56대의 T-50 수출을 이뤘고, KFX 사업의 국내 개발 결정으로 결실을 거뒀다. 또한, 노후한 UH-1H와 500MD 헬기 대체를 위한 한국형 헬리콥터 KHP(수리온)의 개발도 추진해 전력화를 이뤘다.

KT-1은 ADD(국방과학연구소·소장 정홍용)와 공군이 ▲대우중공업 ▲삼성항공(KAI 전신) ▲대한항공 ▲한국화이버 ▲한화기계 ▲금성정밀 위아 등 국내 모든 항공관련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항공기 개발 불모지에서 출발해 외국과의 협력 없이 독자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개발 시험중 케노피가 날아가거나, 사출 좌석이 조종사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한 것과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본 훈련기가 됐다.

T-50도 이와 같은 체제로 탐색개발을 추진했으나, 체계 개발 시에는 공군과 한국항공주관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공동개발 형태로 추진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초음속 훈련 겸 경공기로 방산수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T-50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으나 이는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는 효과를 낼 것이다.

수리온 사업 또한 ADD가 개념 설계와 항공전자 장비 개발 주도했으며, 이후 국방부·방위사업청 산업부의 국책 KHP(Korean Helicopter Program·한국형 헬기개발) 사업관리단 정책 추진, ADD의 기술관리와 항공우주연구원의 기체 부품 국산 개발, 주계약 업체인 KAI를 중심으로 LIG 넥스원, 삼성탈레스 등의 국내 업체들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성공적인 개발을 이루고 재작년에 전력화를 이룰 수 있었다.

KFX 사업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과거의 사업 추진 경과를 면밀히 분석해 과거의 잘못을 또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첨단 기술 개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외 기술의존 및 별도 개발과, 이를 관리할 정부의 사업관리 조직 구성이 문제일 것이다.

먼저 기술자립문제에 있어서, 첨단 핵심 부품의 개발이 지금 어렵다고 해외도입하는 우를 범하지 말며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으로 첨단 기술개발과 전투기 체계개발을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T-50 개발 시 미국회사에 의존한 결과 수출이나 국내생산에서 많은 제약을 경험했으며, 전차 개발시 가장 난제였던 엔진과 동력전달 장치(Power Pack)를 전차 체계와는 별도로 개발한 후 생산시 통합하자고 한 결정이 오히려 전력화시기를 늦추고 수출에서도 차질을 빚은 결과를 보아 왔다.

체계와 핵심 부체계는 개발시 같은 일정 계획하에 국내개발 되도록 해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신 전투기의 사격통제 레이더 등과 같은 핵심 부품은 하드웨어의 개발보다 전투기 체계와 소프트웨어적으로 연동되는 것이 필수적인데 어렵다고 외국에 의존해 지속적 기술 종속국이 되었던 문제를 다시 반복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약 10년간 8.5조 예산의 체계개발과 그 이후 수십조가 투입될 생산과 약 30년 이상의 운영 유지 보수를 위해서나 수출시에 기술 자립 없이는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ADD는 약 10여년 전부터 국방 항공 기술력 확보를 위해 AESA 레이더, 스텔스, 전자식 비행조종기술등 첨단 항공전자 기술개발을 추진했고, 이와 병행해 전자광학 장비 전자전과 항법장비도 개발해 왔다. 한국형 헬기 KUH 개발 추진에서도 핵심기술인 주요 항공전자 장비의 대부분을 국산화했으며, 후속 경공격·민수 헬기 개발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10여 년간에는 세계 최강의 IT 기술 발전과 함께, 민간 분야 항공우주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 수준의 전자광학 다목적 실용위성들을 개발했고, 세계 각지로의 인공위성도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항공우주기술은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과거에 어려운 경제 여건하에서도 뿌린 과학기술의 씨앗이 싹트고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게한 결과이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KFX용 핵심 구성품 개발이 병행·추진하도록 결정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다.

또 건국 이래 단일 최대 사업인 보라매 개발과 생산 사업의 성공적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국책사업 관리 기구를 조속히 설치하고 추진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최근 방위사업청내에 사업관리기구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런 대형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범정부차원의 대형기구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방사청이 국방 전력 증강과 국가 경제·산업력 향상과 해외 수출을 총괄할 수 없을 것이다.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사업의 효율적인 비용관리 일정관리 기술관리등의 사업관리 시책 추진을 위해 과거 공군의 T-50 사업을 위한 항공사업단체제나, 국방부와 산업자원부의 공동 국책사업 관리기구인 KHP사업단이 있었는데 이들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인 KFX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과거의 KHP 사업단보다 큰 규모의 범정부 사업 관리 기구를 조속히 설치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해 국가 경제 파급 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군의 효과적인 후속 군수 지원과, 국제 시장 개척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경제 활성화와 산업 능력 활용 극대화를 위해 국내 모든 항공 관련 업체의 능력을 총동원하고 국내 과학기술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개발 사업 추진체제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방사청 사업관리 체제로 출발하지만, 전력증강을 위한 연구개발이라고 국방부·방사청에만 맡기지 말고 부처간 벽을 허물고 기재부 산업부 미래부는 물론 외교부도 참여하는 국가차원의 콘트롤타워 구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기술협력 협상력을 보여준 미국은 물론, 시장성과 경제성 확보를 위해 국제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인도네시아와도 장기간의 개발기간 중에 수많은 대외 협상과 부처간 업무협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개발과 생산 기간에 예상되는 국산화율 확보와 성능 개량과 소요 비용·사업기간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단이 폭 넓게 재량권을 확보한 규정을 제정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KFX 사업은 경제성 부족이라는 논리 하에 개발 불가 의견도 있었지만, 항공기는 30년 이상 운영할 때의 유지비용이 획득 비용(개발·구매 비용)과 거의 같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국산화율이 낮으면(직 도입은 국산화율 0%) 그만큼 운용 유지비용이 해외에 지출되고, 전력 자립과 기술 자립 능력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며, 해외 도입 시 지불되는 국민 세금이 국가 경제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시마다 필요하다고 강조되는 정밀 항공 무장의 국내 개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전투기와의 연동과 소요시기 등의 문제로 해외에서 도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으며,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에서도 초기 계약치 보다 엄청난 금액의 추가 요구가 있어 재검토하기도 했다. 

가능한 한 많은 기술분야에 국내 기업이 참여해 고용 창출과 향후 성능개량을 직접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해외 부품도입 또는 기술 협력 항목 선정에서도 약 10년 후부터 운영할 항공기에 진부한 기술이나 부품 단종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하며, 업체에만 의존하는 단기적 안목의 경제성과 사업성만 강조하다가 우리사회 최대 현안인 국내 고용을 최대화 하지 못하지는 않는지 등을 심층 있게 검토하고 반영돼야 할 것이다. 또 과도한 원가관리로 국산화의 의지를 꺽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하며, R&D에 대한 성실실패 제도의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위기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KFX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경험한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과거보다 훨씬 발전된 정책으로 안보와 창조 경제 발전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경제 발전은 있지만, 경제적인 안보는 없다'.
 溫故而知新!!!

◆ 안동만 한서대 항공학부 석좌교수는?

안동만 한서대 석좌교수.<사진=대덕넷>
안동만 한서대 석좌교수.<사진=대덕넷>
안동만 한서대 항공학부 석좌교수는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로 지난 1973년 ADD에 입사해 연구원, 본부장, 국방부 획득실 연구개발관 등을 거쳤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KT-1훈련기, 대함유도무기체계 개발 등이 있으며, 지난 2005년에는 ADD 소장을 역임했다.

그 밖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 한국항공우주학회장 등을 맡았으며, 지난 2008년부터 한서대에서 항공학부 석좌교수로 재임하면서 후학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안동만 교수는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노트롭대(Northrop) 항공공학 석사를 거쳐 영국 크랜필드대(Cranfield)에서 항공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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