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 남북 미래 과학기술계 과제 ②]
科技, 공업 및 시계표준·식수오염방지·산림복원 등 가능

"남한과 북한은 교육 용어와 시스템이 다르다. 인프라 기반이 되는 규격표준교육 등이 이뤄져야할 것이다."(조양구 표준연 박사)

"북한은 식수 위생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가이면서 위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질환경개선 기술을 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안규홍 KIST 박사)

"국토는 분단되어있지만 자연환경은 연결돼 있다. 비정치적인 과학기술을 통한 남북 협력이 중요하다."(박용구 경북대 교수)

지난 25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이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남북교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과학계도 통일에 진지한 고민을 쏟아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민둥산 복원프로젝트와 규격표준을 위한 지원, 수질환경 개선 등 남북교류와 통일 준비에 과학기술을 적용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교류뿐 아니라 자금지원 등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최근 통일과 나눔재단에 기부약정서를 보내며 남북한 과학기술 교류 의지를 비추기도 했다. 

◆ 남한이 50년간 일궈낸 산림복원 기술, 북한에 전수

북한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하고 연료가 부족해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의 나무를 베어 민둥산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6년 북한을 휩쓴 대홍수는 북한의 산과 논, 밭을 무너뜨렸다. 산이 무너지면 큰 기자재와 복원기술 등이 필요한데 북한은 기술과 자금이 없어 그냥 방치한 상태다.

한반도산림생태보전을 위해 박용구 경북대 임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사방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도 과거 민둥산이 많았지만 5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사방기술을 통해 산을 복원해 산림을 만들었다. 아카시나무와 싸리종자로 녹지를 이루는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

특히 우리는 산 중에서도 현무암으로 대부분 이뤄져있어 비만 오면 쉽게 무너져 내려 민둥산이 되기 십상이었던 경상북도 흥해의 산자락을 우리기술로 녹화(綠化)했다. 그는 "이 기술을 동원하면 북한 산림 녹화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과 관련된 사업은 북한의 요청으로 지속적으로 협력되는 사안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분야다. 국토는 분단되어있지만 자연환경은 연결되어있어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황폐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

그는 "최근 우리나라는 소나무 재선충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 북한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북한에 기술이 없다면 그나마 있는 소나무들도 황폐화될 것이 뻔하다. 지금이야말로 자연환경보존을 위한 산림과학분야 협조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림은 한 번 망가지면 복구가 어려워 백년대계라 불리는 만큼 남북 협력이 주춤했던 시기에도 꾸준하게 협력이 있었던 분야기도 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산림병해충 지원을 요청해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남한 산림기술자가 북한에 다녀온 바 있다. 최근 주춤했던 남북협력사업이 고위간부급 회동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그는  "남북공동으로 지속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야한다"며 "산림연구 및 지원창구가 일원화돼있지 않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창구 일원화와 더불어 북한주민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南北 교류위해 '표준 통일' 먼저 돼야"

남북을 통일로 이끌기 위해 과학기술계 교류가 가장 중요한 가운데 표준과학기술계는 '표준 통일'을 강조했다.

조양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남한은 서양의 공업 표준을 받아왔고 북한은 러시아에서 표준을 받아왔다. 이에 남과 북의 전력, 송전 등의 공업 표준이 완전히 다르고 하다못해 기계의 나사 규격까지 다르다. 

그는 "남북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서로 다른 '표준' 때문이다. 표준이 통일된다면 남북 격차도 상당량 줄어들 것"이라며 "표준이 통일된다면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이러한 교류들이 모이면 남북통일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과 남한의 표준시 통일도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 15일부터 우리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인 관례와 맞지 않는 것으로 이 상태에서 통일이 되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부분은 표준연이 개발한 원자시계 KRISS-1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RISS-1는 300만년에 1초의 오차를 가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도량형국은 원자시계가 측정한 시간을 평균으로 국제표준시를 측정하고 있다.

공업과 시계 표준뿐만 아니라 교육 표준의 실태도 중요하다. 조 박사에 따르면 북한 교육에 사용되는 용어, 시스템 등이 남한과 아주 다르다. 교육, 용어 표준이 되지 않으면 과학기술 교류에 첫걸음도 때지 못할 것이다.

조 박사는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전력, 송전, 배전, 교육, 용어, 시스템 등 표준 통일을 위해 북측과 수도 없이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회의 요청을 거부해왔고 결국 표준 통일을 위한 북한 측과의 만남은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연구자들은 열악한 실험실 등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실험실도 없이 책만 가지고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많다"며 "용어 표준을 위해 남한에서 버리는 책을 대량으로 북한 측에 전달해 교육, 용어 통일을 하는 것도 한 가지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 "식수 오염방지 '분뇨처리기술'적용 가능할 것"

북한은 대부분의 배관이 70년대 만들어져 녹슬어있다. 특히 먹는 물 배관과 오수관이 같이 묻혀 있어서 주민의 건강에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80년대 우리나라도 지하수 오염으로 식수까지 오염되면서 아이들이 세균성 이질, 수인성 전염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분뇨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충이 생기고 사람들 건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KIST는 최근 분의 미생물과 토양의 미생물이 잘 자라도록 하여 적은 비용으로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하수관을 설치하지 않고도 분뇨를 처리할 있는 장점이 있다. 각 집에 설치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 4인용에서 40인까지 활용도 가능하다. 연구개발을 한 안규홍 KIST 박사는 관련기술을 베트남과 미얀마에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안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분뇨가 하수관망을 통해 종말처리장에 모이면 처리를 하는 방식이지만 북한의 경우 하수관이 제대로 설치된 곳이 많지 않다. 하수관을 설치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기 전까지 해당기술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설치할 장소에 따라 설계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북한 사정에 맞게 바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북한 적용 건설관련 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북한의 핵시설 전환 기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북한 지도 업데이트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 “통일대비 비정치적 과학기술 활용 교류 장 만들어야”

북한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한 과학자는 2000년초반 반짝했던 과학기술 북한연구가 현재 많이 주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남한과 북한 GDP차이는 35~40배정도. 우리나라가 통일 경제력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 되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열악하지만 비정치적인 과학기술을 활용해 교류의 장을 마련해 통일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콕의 아시아공과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한 바 있는 안규홍 KIST박사는 "태국에 북한 대사관이 있었다. 북한의 과학자들이 직접 우리나라에 올 수 없으니 단기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방콕이나 중국 등에서 현지교수와 우리나라 교수를 투입시켜 과학기술에 대해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면 어떨까"라며 "이런 활동은 통일 후 인력교류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구 교수는 "통일에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산업뿐 아니라 경제 인문사회 자연과학 등 비정치적인 과학기술을 통해 통일을 적극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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