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특공대②]국민 안심 위해 밤샘 시료 분석…'기초과학지원연 편'
자기공명연구동, '100억' 7T MRI 통해 뇌혈관 샅샅이 분석…"비만 질환 막는다"
가장 작은 원소 통해 46억년 우주 신비 밝혀…'SHRIMP 연구동'

폭염경보가 발령된 '푹푹'찌는 한여름 오후. 북대전 IC를 빠져나와 40분 정도 흘렀을까? 오창 IC에 입성해 5분 정도 길을 따라가자, 오창산업단지에 들어섰다. 첨단 바이오 기업들의 건물들이 즐비한 오창산업단지 중심부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정광화) 오창 본원이 눈 앞에 나타났다.

오창 본원은 도로 양 옆으로 연구동, 본관동 두 개의 정문이 있다. 본관과 연구동 사이 도로를 끼고 있는 부지를 분양 받아 어쩔 수 없이 오창 본원은 정문을 두 개나 갖게 됐다.

본원 내에는 자기공명연구동, 질량분석연구동, 동위원소분석동, SHRIMP 연구동이 구축돼 있으며, 현재 녹색연구동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여러 연구동 중에서 대덕넷 과학특공대가 둘러본 곳은 자기공명연구동과 SHRIMP 연구동. 한여름 무더위에도 기초지원연 과학자들은 국민을 위한 연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뇌는 지금 당신이 뭘 먹고싶은지 알고 있다

지난해 7월 완공된 MRI연구동.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보이는 '강력자기장 구역' 안내가 잠시 발길을 멈추게 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이것저것 묻는 기자들에게 백현만 생체영상연구팀 박사는 인체에는 무해하다며 일행을 안심시켰다. MRI 기계의 자기장이 실험실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비 2억 원을 들여 알류미늄 철판 등으로 쉴드 장치를 별도로 설치했다고 백 박사는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는 인긴 뇌기능 연구를 위한 3T(테슬라) 휴먼용 MRI와 지난해 말 도입된 7T 휴먼용 MRI가 있다. 1T가 자연계 자기장의 2만배 세기라고 하니, 3T와 7T가 얼마나 큰 자기장의 세기인지는 대략 짐작만 가능할 정도다.

"생각보다 많은 의사들과 대학 교수들이 뇌 연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입니다. 지금도 알콜 중독자, 비만 질환자들의 뇌 기능과 구조에 대한 공동 연구를 수행중에 있습니다."

3T MRI는 병원에서도 많이 존재하지만 모두 환자 중심 의료용으로만 쓰이기 때문에 뇌 연구를 하고 싶은 의사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가천대병원 등 대학병원 의사들을 포함  대략 10개팀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백현만 박사가 뇌의 기능적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뇌 안에서는 신경섬유를 따라 물이 이동한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색깔은 물의 이동방향을 나타낸다.<사진=김요셉 기자>
백현만 박사가 뇌의 기능적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뇌 안에서는 신경섬유를 따라 물이 이동한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색깔은 물의 이동방향을 나타낸다.<사진=김요셉 기자>

특히 백 박사 연구팀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비만 환자의 뇌기능과 구조 분석. 백 박사팀은 비만 환자들에게 물, 채소, 햄버거 등 총 50여장의 사진을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선호도에 따라 1~4단계로 나눠 버튼을 누르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음식 사진에 반응하는 뇌의 신경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집적해 나갔다.

"그렇게 집적한 데이터를 통해 비만 환자들이 특정 부분에 신경전달물질이 뇌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발견했죠. 그리고 그 특수한 부위에 전기 자극을 준다면, 식욕을 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백 박사팀은 관련 연구에 현재 웨어러블 헬스케어 회사 와이브레인과 최형진 서울대병원 교수와 협력해 메디컬 디바이스 신개발에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또 백 박사팀이 몰두 중인 연구는 알콜 중독 환자들의 뇌. 그의 팀은 알콜 중독자 50명을 모집해 MRI를 통해 뇌기능과 구조를 분석했다. 백 박사가 우리에게 알콜 중독 환자들의 뇌 영상을 보여줬다.

일반인의 뇌 구조와 확연히 달랐다. 뇌 주름 사이사이에 있는 홈은 흐릿했다. 또 뇌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물분자들도 중간중간 끊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의 혈관들은 서로 연결돼 있는데 이것이 끊어져 있으니 알콜 중독 환자들의 기억이 '깜빡깜빡'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백 박사의 설명이다.

3T에서 볼 수 없었던 0.1mm 단위의 혈관이나 실핏줄도 보였다. <사진=박성민 기자>
3T에서 볼 수 없었던 0.1mm 단위의 혈관이나 실핏줄도 보였다. <사진=박성민 기자>

지난해 말 100억 원을 들여 도입한 7T 휴먼용 MRI는 기초지원연의 자랑이다. 측정실 문을 열자 3T와는 또다른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조경구 생체연구팀 박사는 "가격만 100억 정도"라며 살짝 귀띔했다.

현재 7T 휴먼용 MRI는 전 세계적으로 60대가 있으며, 모 대학 병원과 함께 우리나라에는 딱 두 대가 들어와 있다. 하지만 아직 의료용으로는 상용화 되지 않았고, 이곳 본원에서만 연구용으로 쓰이고 있다.

조경구 박사는 "7T 이상의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자석을 만드는 연구가 중단됐다. 앞으로 그 이상의 자석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최소 3, 4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때문에 최소한 그 기간동안은 기초지원연이 7T MRI를 이용한 연구를 선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3T에 비해 7T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 조 박사는 단연 물리학적 해상도를 꼽았다. MRI 영상의 해상도는 자장 세기에 크게 좌우된다고. 4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몸 혈관을 모두 찍을 수 있으며, 고해상도(1mm~0.5mm)의 뛰어난 영상도 제공한다고 조 박사가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인 7T 휴먼용 MRI. 곧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에 들어간다.<사진=박성민 기자>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인 7T 휴먼용 MRI. 곧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에 들어간다.<사진=박성민 기자>

또 이곳에서는 9.4T, 4,7T 동물용 MRI가 구축돼 있어 동물 생체영상 연구를 위한 본격 연구 수행에 한창이다. 때마침 마취된 쥐를 이용해 실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험용 쥐들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여 복부에 지방이 쌓이게 하거나 쥐의 심장에 인위적으로 염증을 만들고, 종양 세포를 집어 넣어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이현승 생체영상연구팀 박사는 "90% 이상 사람과 세포가 똑같기에 사람을 분석할 때와 원리 자체는 같다. 하지만 동물은 스스로 콘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고정시키기 위해 마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취된 실험용 쥐가 4.7T 동물용 MRI 기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곳도 다른 기관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분석 의뢰때문에 매일 연구 일정은 빈틈이 없어 보였다. 하루에 한 건 정도의 의뢰를 처리하는데 한 번에 5-6마리의 실험용 쥐를 분석해야하기 때문에 하루를 온통 쏟아 부어야 한다고. 때문에 이 박사는 정작 자신들의 연구는 주말이나 퇴근 후 저녁으로 미룰 수 밖에 없다고 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마취된 실험용 쥐가 4.7T 동물용 MRI 기계에 들어가고 있다. 이곳도 다른 기관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분석 의뢰때문에 매일 연구 일정은 빈틈이 없어 보였다. 하루에 한 건 정도의 의뢰를 처리하는데 한 번에 5-6마리의 실험용 쥐를 분석해야하기 때문에 하루를 온통 쏟아 부어야 한다고. 때문에 이 박사는 정작 자신들의 연구는 주말이나 퇴근 후 저녁으로 미룰 수 밖에 없다고 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돌멩이 하나로 우주 생성 비밀 밝힌다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사진=박성민 기자>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사진=박성민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이를 자랑하는 인천 대이작도의 샘플 암석이 있는 곳. SHRIMP(쉬림프) 연구동에 도착했다. 입구에 전시돼 있는 이 암석의 나이는 25억 8000만 년. 이 돌멩이가 지구 역사의 절반을 목격한 산증인이라니. 실로 놀라웠다.

SHRIMP 연구동에서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흙, 돌멩이 등 광물을 첨단 분석장비를 활용해 암석이나 광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분석하고, 지구 탄생과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기욱 환경·소재분석본부장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며 "연대측정은 지구과학의 기초 자료이며, 인류 생존과 발전인 토대인 지구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욱 본부장이 SHRIMP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이기욱 본부장이 SHRIMP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이 본부장을 따라 방문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20대도 채 되지 않고, 우리나라에도 딱 한 대 뿐이라는 SHRIMP(초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 장비실. 이름에서도 풍겨나오듯 허리굽은 새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8년 말 오창 본원은 연대측정과 미량원소 분석을 위한 최신 장비인 SHRIMP를 도입했다.

장비실은 서늘했다. 기계에 부착된 온도계를 보니 실내 온도는 22도. 이 본부장은 장비 특성상 계절 상관없이 이렇게 같은 온도를 유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등 뒤로 흐르는 땀을 잠시나마 식힐 수 있었다.

이 장치가 개발 되기 전인 1980년대 전까지만 해도 습식 분석 방법을 사용, 아주 강한 산으로 광물을 녹여 분석했다. SHRIMP 장치 개발이 본격 시작된 것은 아폴로 달탐사 후다. 달에서 가져온 월석을 분석해야 했지만 값비싼 월석을 모두 녹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당시 호주 국립대에서는 암석을 모두 용해하지 않고도 표면에 소량의 마이크로 빔을 쏘아 분석에 필요한 우라늄만 추출해 측정할 수 있는 기계 개발을 연구했고, 그것이 바로 SHRIMP 장치의 탄생이었다.

이 본부장에게 SHRIMP 장비의 장점에 대해 묻자 "하나의 암석이라 할지라도 부분에 따라 시기가 다를 수 가 있는데, 기존 장비는 암석 전체를 용해시켜야 했기 때문에 아무 의미없는 평균 값만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 장비로는 암석의 부분별 연대측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장비실 밖, 복도 벽에는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찍은 팀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옆 세계지도에 그려진 몇몇 국가에는 노란색 압정, 파란색 압정으로 표시되어 있다. 모두 기초지원연 SHRIMP 장비를 활용해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해외 연구팀들이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연구는 단순히 연구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또하나의 소중한 추억이었다.<사진=박성민 기자>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연구는 단순히 연구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또하나의 소중한 추억이었다.<사진=박성민 기자>

이 본부장은 벽면에 가득한 연구자들과의 사진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SHRIMP 장비를 개발한 호주를 비롯해 캐나다,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와 공동연구를 진행중에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지질학을 전공하는 국내 대학들은 물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극지연구소 등 국내에서 이뤄지는 공동연구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깜깜한 암실에서 지구를 보다

최 박사의 연구실로 연결된 문. <사진=박성민 기자>
최 박사의 연구실로 연결된 문. <사진=박성민 기자>
"흙은 빛을 받는 순간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자연방사능 에너지를 잃어버려요. 그래서 쇠파이프를 활용해 빛을 차단한 상태에서 채취하고, 측정을 위해서도 암실 환경을 유지해야 하죠."(최정헌 연대측정연구팀 박사)

최정헌 박사의 연구는 햇빛을 보며 일하는 시간보다 깜깜한 암흑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시간이 더 많아 보였다. 토양을 연구할 때에는 실내의 빛을 완벽 차단하기 위해서 조금 특이한 구조의 문을 이용해 연구실로 입장(?)해야만 한다. 특이한 회전문 구조의 입구를 이용해 연구실로 들어갈 수 있다.

최 박사가 소속돼 있는 연대측정연구팀은 흙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 중, 가장 흔한 석영이라는 광물을 이용해 지구환경 변화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를 통해 지진이 일어났을 연대를 추측한다.

최 박사가 손바닥에 단추만한 크기의 시료를 보여줬다. 생긴 게 흡사 고운 설탕가루 같다. 채취한 암석 시료는 과산화수소, 염불산 등으로 녹여 연구에 필요한 석영만 남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석영 입자. 약 2500개의 석영 입자가 뿌려져 있었다.

최 박사팀이 사용하는 연대측정법은 OSL(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 분석 장치에 석영 입자를 넣고 석영이 제일 마지막으로 빛을 받은 시기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석영은 빛을 받으면내부에 축적되어 있는 에너지를 일정한 UV 파장으로 바꿔 밖으로 방출한다. 이때 발생하는 파장의 양은 석영이 퇴적되어 온 시간과 비례하는데, 석영이 많은 빛을 방출할수록 토양의 연대가 오래된 것이다.

2500개의 석영 입자로 이뤄진 시료를 OSL 분석 장치에 넣어 레이저를 조사해 연대를 측정한다. 또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때 내진설계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해변에 있었는데 최근 산 중턱에 올라와 있는 퇴적물들이 많다. 산 중턱의 퇴적물을 채취해 과거 파도를 찰랑찰랑 맞았을 때의 시기를 분석한다면 그 지역 지각이 얼마나 안정한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사진=박성민 기자>
2500개의 석영 입자로 이뤄진 시료를 OSL 분석 장치에 넣어 레이저를 조사해 연대를 측정한다. 또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때 내진설계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해변에 있었는데 최근 산 중턱에 올라와 있는 퇴적물들이 많다. 산 중턱의 퇴적물을 채취해 과거 파도를 찰랑찰랑 맞았을 때의 시기를 분석한다면 그 지역 지각이 얼마나 안정한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사진=박성민 기자>

최정헌 박사가 연대측정으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한 국내의 각 대학, 연구기관에서 지진의 규모와 시기를 예측하고 있다.

"지진 연구뿐 아니라, 흙을 통해서도 지구온난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도 밝혀낼 수 있어요."

최 박사팀은 지금 한창 극지 빙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빙하가 점점 바다쪽으로 내려올 때 빙하의 무게 때문에 빙하 밑의 돌들도 함께 끌려나오는데, 반대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빙하 밑 퇴적물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녹는다고. 그 빙하 퇴적물의 연대를 측정하면 지구온난화가 언제부터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고 최 박사가 설명했다.

과거에 일어난 기후온난화의 시기를 연구하는 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일까? 최 박사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주기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지구온난화가 언제 일어났는지 분석 가능하면 또 앞으로 어떻게 기후가 변할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공포…"환경방사능연구팀이 해결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먹거리에 대한 의심이 증폭됐죠. 우리 기관에 의뢰를 부탁하는 업체들도 엄청 많았죠. 아직 실험을 마치지 못한 시료(음식)들이 쌓여 복도를 막을 정도였으니까요.(웃음)"(한정희 환경방사능연구팀 박사)

연구실에 들어서니 퀘퀘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식품 업체, 학교를 비롯 방사능 성분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개인 등 방사능 측정을 요구하는 곳에서 보낸 음식들이었다. 시료를 살펴보니 문어, 생선, 우유, 돈가스 등 의뢰들어온 시료 종류도 참 다양했다.

시료를 찬찬히 살펴보는 기자들에게 한 박사는 "아무래도 원전 사고때문에 해산물 분석 의뢰가 가장 많다"고 언급했다.

"국민들 안전한 먹거리, 우리가 책임집니다" 매해 2000여 건의 식품 방사능 의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는 환경방사능연구팀의 한정희 박사.<사진=박성민 기자>
"국민들 안전한 먹거리, 우리가 책임집니다" 매해 2000여 건의 식품 방사능 의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는 환경방사능연구팀의 한정희 박사.<사진=박성민 기자>

환경방사능연구팀은 환경방사능 분석을 통해 전국 토양과 지하수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분석·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앞서 만나본 연대측정연구팀과 공동으로 방사성 물질을 활용한 퇴적층 연대 측정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매해 2000건의 식품 시료를 분석해요. 아직도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도 몇 달치 연구가 밀려있어요."

시료의 샘플량에 따라 한 시간에서 많게는 하루종일 분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방사능이라는 특정 분야라 기업이 투자하기도 어렵고, 방사성동위원소 일반면허(RI) 허가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방사능 분석 인프라가 퍼지지 못 한것. 때문에 대부분 식품 등에 대한 방사능 함량 의뢰가 기초지원연 환경방사능연구팀으로 몰리고 있다.

한 박사는 "그래도 고순도게류마늄 감마선 검색기가 들어와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는 "기존 기계는 2~3시간 마다 시료를 직접 교체해줘야 해 단 둘이 밤을 새워 교대로 시료 분석기를 작동시켜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며 회고했다.

음식뿐 아니라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 샘플도 연구실 한켠에 한가득이다. 지하수는 해마다 1000여 건 이상 방사능 함량 분석 의뢰가 들어온단다. 지하수에 있는 자연 방사능(원전 사고처럼 인공적 방사능이 아닌)을 추출해, 방사능 함량이 어느정도인지 판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방사능 기준 자체가 없어 미국 기준을 활용해 연구를 분석하고 있다.

한 박사는 "앞으로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방사능 함량 분석을 계속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순도 게류마늄 감마선 검색기로 식품 안에 있는 방사능 함유량을 분석한다. 시료처리서부터 정확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약 이틀의 시간이 걸린다.<사진=박성민 기자>
고순도 게류마늄 감마선 검색기로 식품 안에 있는 방사능 함유량을 분석한다. 시료처리서부터 정확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약 이틀의 시간이 걸린다.<사진=박성민 기자>

 

대한민국이 선진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학기술인들이 꿋꿋하게 실험활동을 펼치는 전국 방방곡곡의 연구 현장. 그 현장에는 저마다 과학자들의 혼과 정신이 깃들여져 있습니다.

대덕넷은 각 연구소별로 구성원들이 대표적으로 자랑할만한 특별한 연구현장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새로운 특별취재를 시작합니다. 시리즈 명은 '과학특공대'. '과학'현장의 '특'별한 '공'간을 '대'신 소개하는 기획연재물입니다. 국가 과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특공대원들(과학자들)의 모습을 전하는 코너이기도 합니다.

대덕넷 취재팀은 격주 금요일마다 과학현장을 초연하게 지키고 있는 과학자를 만나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겠습니다. 첫 탐방지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동위원소이용기술개발 연구실과 지하처분연구시설을 찾았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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