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는 사람들]EWB-KAIST, 네팔 안나푸르나 산골 마을서 과학봉사
전력공급, 주거환경 개선 등 주민 삶의 질 개선 위한 프로젝트 3년째 수행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통해 급격한 산업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대한민국의 발전에 따라 우리가 반세기전에 받았던 것을 다른 개발도상국에 돌려주는 활동들이 KOICA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EWB-KAIST는 '국경없는 공학도의 모임'이라는 취지로 KAIST학생들이 네팔 현지에서 학업을 통해 배운 공학기술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삶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현장에서의 활동 소식을 시리즈로 전해 드립니다.    

KAIST 학생들이 네팔 안나푸르나 산악지역에 소수력 펌프, 목재 무연 연소 스토브 개발 등 공학적 문제 해결을 통해 국경을 초월해 자신들이 배운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EWB(Engineers without borders)는 미국에 본부가 있으며, '국경 없는 공학도 모임'이라는 뜻의 대학생 중심 봉사 단체다.

한국에서도 본부가 설치된 영남대 등 10여개 대학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EWB-KAIST는 그중에서도 제일 활성화된 단체로 꼽힌다. 타 대학들이 국내 활동에 한정됐다면 이 단체는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WB-KAIST를 3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송태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EWB-KAIST를 3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송태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EWB-KAIST가 3년째 활동하고 있는 네팔은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로, 수도에서도 전력 공급이 12시간 이상 셧다운될 정도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다. 

특히, 안나푸르나 다올라기리 산맥 골짜기에 위치한 난기마을(2300m)은 오지 중 하나다. 기술보급이 취약해 문명의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는 이 고산 마을에 전력공급 등 주민들의 자급자족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송태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2년 김정호 메릴랜드대 교수와 논의를 하면서 활동을 모색하게 됐다. EWB-USA 활동을 하다 연계교수로 KAIST에 초빙된 김 교수와 논의 끝에 EWB-KAIST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EWB는 5년마다 대상지를 변경하는데 첫번째 대상지로 네팔이 선정됐으며, 올해까지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을 좋아해 네팔을 자주 왕래했던 송 교수는 "수많은 후보지 중에 사람이 거주한 역사가 짧아 토착기술이 없고, 자연재해가 심해 어려움을 겪는 네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 교수와 김 교수는 2012년 네팔 주재 대사관을 통해 현지 파트너인 마하비르 푼(Mahabir Pun) 박사를 소개 받고 네팔 현지 개발을 위한 17개 프로젝트 목록을 작성하고, 현지 활동을 구상했다.

활동과정에서 푼 박사의 도움이 컸다. 그는 현지 마을 출신으로, 30대에 미국에서 유학하고 '새마을 운동'처럼 네팔의 혁신 마을 사례를 발굴해 국가 발전을 꿈꾸는 지도자다. 그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학생들은 현지 정보 파악하고, 현지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EWB-KAIST의 구성원 30명 중 총 대학원생은 12명 정도 있으며, 신입생부터 박사 3년차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대학원생 중심이었지만, 점차 대학생까지로 모집 대상이 확대됐다.

송 교수는 "매년 5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며 "수력발전, 건조시설 등의 팀은 송 교수가 직접 지도하며, 과학교육 등의 프로젝트는 학생들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운영에 있어서 주변의 관심과 호응도 큰 도움이 됐다.

사실 네팔 현지 특성상 지출 증빙 서류를 만들기가 어려워 정부사업 등의 지원을 신청하기 어렵다.

연간 4천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운영비는 대부분 쎄트렉아이, OCI, 한국기계연구원 등에서의 기부금과 학생들의 자비로 충당된다.

KAIST 학내 교수 등 주변에서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송 교수는 "활동을 위해 E-mail을 발송하면 선뜻 100~200만원씩 지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연말 인센티브를 증여해주시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자발적 의지도 높다. 학생들은 학점과 논문에 대한 혜택없이 자비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 학생들 "학교에서 배운 공학으로 남 도울 수 있어 기뻐"

네팔 현지 활동에 앞서 EWB-KAIST 임원진을 만나 그들의 계획, 소감, 포부를 들었다.

그들은 활동 계기에 대해 공학적 지식을 활용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장기찬 회장은 "다른 봉사활동도 많이 참여했지만, 주로 몸을 활용하는 것이다"면서 "그것도 의미가 있지만, 내가 배운 것이 공학이기 때문에 기술로서 남을 돕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EWB-KAIST는 현지 사람들과 먼저 이야기를 한 후에, 그들이 필요한 것을 도와준다는 측면이 다른 활동과의 차별점"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그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한 지역에서 5년 이상 꾸준이 활동하면서 목표를 완성시킨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성우 학생은 "송태호 교수님이 진정한 공학도로서의 성공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서 EWB 활동을 알게 됐다"며 "어두운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보면서 이들을 기술적으로 도와 자급자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정유선 과학교육 팀장은 "동아리 설명회를 들으면서 학생들이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어려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힘을 합해 노력한다는 것에 나 자신도 소속해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원석 학생은 "EWB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돕자라는 생각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에너지 문제가 제일 와 닿았다"며 "에너지 공학자가 되기를 꿈을 꿨는데, 홍보물에서 본 소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3기까지 활동을 이어 오면서 태양광 설비 설치를 통한 전력 생산, 소수력 발전 펌프를 활용한 물 공급과 전력생산, 건조시설 설치 등 프로젝트의 윤곽과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특히 처음 이 마을을 방문했던 1기 학생들의 어려움이 컸다. 대부분 학생들이 네팔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관련 자료도 부족해 현지 사정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1기, 2기 회장을 역임했던 조정우 학생은 "1기의 활동 당시, 40명의 구성원 중 네팔을 방문한 학생이 없어서 막막했다"면서 "계획할 때부터 마을사람들이 만들 수 있도록 계획하면서 함께 수정해서 보완해 갔다"고 말했다.

조 학생은 "첫 해에 3400m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한 물 펌프 작동이 실패하면서 안타까웠다"면서 "그 다음해에 물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어 물이 나오면서 교수님이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셨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WB-KAIST 3기 활동을 이끄는 학생들의 모습.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하다. <사진=강민구 기자>
EWB-KAIST 3기 활동을 이끄는 학생들의 모습.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하다. <사진=강민구 기자>

◆ 현지서 직접 재료 공수…학생들 '악조건서도 분투'

기술적으로는 생각치도 못했던 변수가 많았다.

조 학생은 "무연스토브에 필요한 재료가 없었고, 마을에서 공수한 나무에 수분이 많아서 연기가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현지서 활동하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단지 연기배출구인데, 무연스토브를 개발하자는 것이 너무 공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네팔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다"며 "파이프, 부수품 등을 현지에서 구했는데 네팔에서는 제대로 안됐다. 점진적으로 현지에서 재료를 구매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활동이 계속되면서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도와주는 주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장 회장에 따르면 현지 마을 출신의 라만씨가 열성적으로 돕고 있다. 그는 펌프 설치가 실패한 이후, 스스로 전기에 대해 공부를 하는 등 학구열이 높다.

라만 씨는 학창시절 공학도를 꿈꿨으나, 네팔 국가 특성상 직업이 한정되어 있어 진로를 포기했다. 그는 컨벤션 산업 쪽에서 근무하다 다시 마을에 돌아 와서 무선인터넷 공급 작업을 도왔다.

그는 자신이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서 월급의 3분의 1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쾌척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장기찬 회장은 "첫 해에 펌프 설치가 실패했고, 다음 해에 악천후 속에서 파이프 설치를 하는데 묵묵히 따라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한국에 있었으면 불평이 되었을텐데, 네팔에서는 냉수가 당연한 것이었다"면서 "가끔씩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온수가 나오는데, 게으름을 피면 그마저도 없다.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채워지면 행복했다"고 말했다.

활동을 하는 네팔 난기 마을은 네팔에서도 오지 마을로 안나푸르나 지역중 다올라기리 산자락 2300m에 위치해 있다. 이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9시간에 이르는 등산이 필요해 여학우들에게는 쉽지 않다.

김보경 학생은 "2기 학생중 등산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이 활동 때문에 처음으로 등산을 하게 됐다"며 "자신의 짐을 끝까지 들면서 힘들다는 내색을 안하고 끝까지 올라간 의지가 대단했다. 그 다음날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EWB-KAIST 2기의 활동 모습. <사진=EWB-KAIST 제공>
EWB-KAIST 2기의 활동 모습. <사진=EWB-KAIST 제공>

일상 물품과 물, 전기 등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정유선 부회장은 "한 친구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칫솔을 잃어버려서 4일 동안 양치질을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년에 참가했다는 김보경 학생은 "여학생의 입장에서 생활하는게 쉽지 않다. 물이 차가워 씻기도 쉽지 않고,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면서 "작년에 경우, 머리를 감았는데 헤어드라이기를 못 써서 머리가 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학생이 물이 귀한 3400m의 모하레 단다에서 4일 동안 머리를 못 감기도 한 에피소드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학생들간의 추억도 더 쌓였다.

장 회장은 "학생들과 마을에서 모닥불을 피고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이 활동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지에 가서 활동하는 20여명의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활동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송태호 교수는 "남은 2년 동안 난기 마을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전력생산 장치를 설치하는 것과 열악한 기존의 주거환경을 패시브 하우스로 개선해 따뜻한 집을 지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을 통해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역설했다. 

송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를 지원해서 차후에 돌려받을 생각만을 하고 있다"며 "순수한 목적으로 진행해야 주민들과도 교류하고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WB-KAIST는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2.6KW급 태양광발전설비와 5KW급 소수력 발전장치 설치를 통한 전력 생산, 주거환경 개선, 자두나무 가지치기, 자두깎는 기계 공수 통한 생산성 증대, 고산지대에 항공안전카메라 설치, 과학교육캠프 개최 등 실질적 공학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이들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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