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사이언스코리아 2부-④민간연 활성화 개선점은?] 기업 수준별 정책 필요
김이환 산기협 상임부회장 "국가R&D 기업 비중 78%…국과위에 산업계 적극 참여해야"

한국사업기술진흥협회에 등록된 기업연구소가 5월 중 3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산기협에 등록된 기업연구소 추이(위)와 연구원 수(아래) 변화 추이. <자료=산기협 홈페이지>
한국사업기술진흥협회에 등록된 기업연구소가 5월 중 3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산기협에 등록된 기업연구소 추이(위)와 연구원 수(아래) 변화 추이. <자료=산기협 홈페이지>
5월 19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등록된 기업연구소가 3만개를 넘어섰다. 연구인력은 29만4347명으로 집계됐다. 1981년 기업부설연구소 제도가 시행되면서 등록된 연구소가 53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기업연구소는 1991년 1000개를 돌파한 이후 14년 만인 2004년 1만개를 돌파했지만, 2만개 돌파까지는 6년, 3만개 돌파까지는 4년이 걸렸다.

2000년대 들어 민간연구소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 인증 기업연구소 3만개 시대를 맞아 20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를 찾아 지속가능한 경제 구축을 위한 기업연구소의 역할과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과제 등에 대해 들었다.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과학기술 성장국가를 이뤘다면 앞으로 30년 동안 과학기술 선도국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과학기술 역량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과학기술 선도국 도약을 위한 획기적인 혁신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톱 클라스로 평가됐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각국 연구혁신 역량' 종합평가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발표에서는 과학경쟁력은 7위, 기술경쟁력은 11위를 기록했다. 'GDP 대비 R&D 투자비중'은 3위였고, 'GDP 대비 기업 연구개발비중'은 2위였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보다 기업의 역할이 획기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국내 기업의 R&D 투자규모는 41조4378억원이다. 정부의 R&D예산은 15조9725억원이었다. 전체 R&D 투자에서 기업의 비중이 74.7%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경쟁력과 R&D 투자비중 등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R&D 투자에 있어 기업 비중은 77.9%로 더욱 높아졌고, R&D 인력에서는 68.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이환 한국사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기업연구소 활성화와 관련해 앞으로는 양보다 질 향상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이환 한국사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기업연구소 활성화와 관련해 앞으로는 양보다 질 향상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D 투자, '규모'보다 '전략'이 중요…과거·현장에서 답 찾아라"

그는 이어 "지금 3만개의 기업연구소는 기업연구개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신기술, 신제품을 개발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차근차근 쌓여 이뤄낸 결과"라며 정부에 앞으로의 정책 방향 수립에 앞서 지난 30~40년의 과학기술정책을 되돌아볼 것을 당부했다.

KIST와 KAIST 등을 통해 초기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과 해외수출에 집중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고객지향형 연구개발과 글로벌화가 진행됐고, 이런 경험이 상당기간 축적되면서 경쟁력으로 발화했다는 해석이다. 또 전문연구요원제도(병역특례) 도입 후 중소기업 연구소가 활성화됐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김이환 상임부회장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R&D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당위(當爲)다. 문제는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느냐"라고 힘줘 말하고 "1년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1년 앞을 보고, 30년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30년 앞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조금 속도를 늦추더라도 뒤를 돌아봐야 올바른 중장기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최근 불거진 출연연 역할 재정립 등도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출연연 태동 당시 최우선 임무는 산업기술 지원이었다. 이는 정부가 1982년 '특정연구개발사업'을 도입하면서 산업체 지원기술을 최우선 목적으로 지정한 것과 괘를 같이 한다.

 

정부가 IBS 등을 새로 만들고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하면서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존 출연연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출연연의 당초 임무인 산업기술 지원이 기업연구소와 겹치면서 초래된 현상이다.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이 기업연구소 관련 조사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가R&D에서 기업연구소 비중이 78%를 차지하는 만큼, 출연연과 분리된 별도의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이 기업연구소 관련 조사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가R&D에서 기업연구소 비중이 78%를 차지하는 만큼, 출연연과 분리된 별도의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부회장은 "출연연구기관은 지속적으로 미래지향적 기초연구와 공공기술 역량을 확충해 나가면서 동시에 연구성과, 연구인력, 시설, 노하우 등 축적된 연구역량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지원해 나가야 된다"고 조언했다.

또 "기업의 연구개발역량은 기업의 규모, 기술부문에 따라 매우 다양하며, 연구개발 분야는 첨단기술과 핵심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기술, 공정개발, 성능개선 등과도 많이 연계된다"면서 "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기업의 다양성을 고려한 현장중심 그리고 수요중심으로 보완, 발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이환 상임부회장은 끝으로 "앞으로는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 22%에 해당하는 정부투자와 78%에 달하는 기업투자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계돼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국가 과학기술정책 최고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함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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