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파이로 전 공정 모의 가능한 'PRIDE' 상반기 완공
국내 사용후핵연료 폐기물 포화 직전 '핵 쓰레기' 대물림 NO!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로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 확대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지난 50년간 누적돼온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혁신적인 방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최초로 파이로프로세싱의 모든 공정을 공학 규모의 일관공정으로 모의할 수 있는 시험시설인 'PRIDE(PyRoprocess Integrated inactive DEmonstration facility)'가 올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은 사용후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실현을 위해 개발한 시험시설인 'PRIDE'를 오는 5월에 완공, 시운전을 거쳐 연내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사용후핵연료란? 핵연료가 약 3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생산을 위한 수명을 다하고 배출된 상태다. 방출된 사용후핵연료에는 연소 과정에서 생성된 플루토늄이 약 1.2%, 반감기가 수 만년에 이르는 미량의 핵물질(Np, Am, Cm 등)이 약 0.2% 포함되어 있다.

또 반감기가 수십만 년에 이르는 요오드-129 및 테크네슘-99이 약 0.1 %,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방출해서 접근조차 어려운 세슘과 스트론튬이 약 0.5% 함유되어 있고, 핵분열에 관여하지 않는 잔여 우라늄 등 안정원소가 약 98% 정도를 차지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생활환경에서 안전하게 격리시키거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위험성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플루토늄이 핵무기급 물질로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사용후핵연료의 그 어떤 형질 변경도 수용하지 않고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도 형질 변경을 하지 말도록 권고해 오고 있다.

◆ 파이로프로세싱, 사용후핵연료 반감기 수십만년에서 수백년으로 단축
 

▲타고남은 사용후핵연료는 'PRIDE'의 일관공정을 거쳐 일부는 고속로의 연료로
재탄생된다.
ⓒ2013 HelloDD.com

파이로프로세싱은 500∼650 ℃ 고온의 용융염을 이용해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해내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실용화되면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지하에 직접 처분할 경우에 비해 폐기물 처분장의 규모를 100분의 1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이 고속로와 결부하면 고준위 폐기물의 관리기간을 기존의 수십만년에서 수백 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어 고준위 폐기물 관리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후손에게 핵 쓰레기를 대물림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다.

또한 핵연료에서 타고남은 우라늄 자원을 고속로에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23개 원전은 매해 1만7000다발이 넘는 사용후핵연료를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4개 원전 본부에 임시 저장해 왔다. 올 6월 기준으로 국내 총 저장용량(51만8000다발)의 71%까지 육박했으며, 매년 2.1%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이 되면 임시저장시설은 완전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용후핵연료를 지하에 직접처분 할 경우 누적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만큼 처분장을 계속 증설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또 기존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reprocessing)' 기술은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분리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재처리 기술의 추가 확산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현존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중 가장 핵확산저항성이 뛰어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갈망하는 국제사회의 여망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며, 또한 전체 공정이 간단해서 상업화에 성공하면 경제성 또한 경쟁력이 높아 개발의 부가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핵연료가 아닌 모의 핵연료를 사용하는 공정 특성상 플루토늄의 단독 회수가 불가능해 핵무기로 전환될 우려가 없다. 또 회수한 핵물질을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연료로 재활용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을 기존의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선진 핵연료주기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도 파이로프로세싱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시작한 이래 최근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적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 세계 최대 규모 시험시설, 모든 공정 원격 제어·연간 10톤 처리 가능
 

▲PRIDE 시설 내외부 사진 및 조감도. ⓒ2013 HelloDD.com

원자력연이 공개한 PRIDE는 모의 사용후핵연료의 전처리-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염폐기물 재생 및 고화 등 파이로프로세싱 모든 단위 공정을 연계한 일관공정(integrated system)을 공학 규모로 원격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3년 간 약 330억 원이 투입됐다. PRIDE는 파이로 일부 공정을 실험실 규모로 실증 시험하던 기존 시설과 달리 파이로의 모든 단위 공정을 연계한 일관공정을 공학 규모(연간 10톤 처리)로 시험 검증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설이다.

산화물 연료 투입부터 우라늄 잉곳(ingot)과 폐기물 고화체 제조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모의시험과 평가가 가능하다. 3층 건물 규모의 PRIDE는 1층에 공기 분위기 셀이 배치돼 있고, 2~3층이 통합된 공간에는 체적 1260㎥의 대형 아르곤(Ar) 분위기 셀이 설치돼있다. 전해환원, 전해정련, 전해제련 및 염폐기물 처리장치 등 기본 공정장치들은 2층의 아르곤 셀 내에 위치하고 있고 아르곤 셀 내에 수용되지 못하는 장치들이 1층의 글로브박스 내에 설치됐다.
 

원자력연은 지난 2006년 실험실 규모(연간 0.2톤 처리)의 파이로프로세싱 시험시설인 ACPF(Advanced spent fuel Conditioning Facility)를 구축, 사용후핵연료 전처리 공정 및 전해환원 공정 등 파이로프로세싱의 단위 공정 기술을 연구개발 해왔다.

 

PRIDE가 가동되면 ACPF 운영을 통해 획득한 공정별 핵심 기술을 근간으로 공정별 성능, 공정간 연계 운전성, 원격 운전성, 유지 보수성 및 핵확산저항성 등을 종합 평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실용화 규모 파이로 공정 구축을 위한 설계자료 생산 및 설계 최적화를 수행함으로써 파이로 기술의 완성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PRIDE는 실제 사용후핵연료 대신 감손 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서 시험하는 'inactive' 시설로, PRIDE를 이용한 연구와 함께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active'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관련 기술을 개발·검증한다는 전략이다.

원자력연은 PRIDE 이용 연구를 통해 파이로프로세싱의 고효율화-고용량화를 추구하는 한편,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한 실험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오는 2020년까지 파이로의 기술성, 경제성, 핵확산저항성을 검증하고 이후 국민적 동의를 거쳐 실증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정연호 원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은 소듐냉각고속로와 연계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형 신기술"이라며 "PRIDE 구축을 통해 독창적인 파이로 원천 기술을 개발해서 세계 파이로 연구개발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PRIDE의 모든 공정은 로봇팔을 이용해 원격으로 이뤄진다. ⓒ2013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