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⑤]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KINS도 못믿겠다는 말 큰 상처…성장통 딛고 한단계 도약"

"작년 한 해 원자력계 전체가 홍역을 앓았다. 원자력이 성장해온 과정에서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많은 부분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원자력 안전을 담당하는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박윤원 원장. 그는 '단검진일보(短劍進一步)'란 단어를 마음에 새기며 2013년 새해를 시작했다. "검도에서 상대와 붙었을 때 상대의 검이 내 검보다 길면 보통 사람들은 찔리지 않기 위해 뒤로 한발 빠진다. 하지만 그러면 영원히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내 검이 짧으면 오히려 한발이 앞으로 나가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한발 더 나가야 하는 것이 삶의 이치다. 어려움에 처한 원자력계도 마찬가지로 한발 더 나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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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검진일보'의 자세를 강조하는
박윤원 원장.
ⓒ2013 HelloDD.com
지난해에는 원자력분야가 모두 힘들었다. 연초 노원구 아스팔트 방사선 문제를 시작으로 이마트 접시꽂이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방사선 논란이 시작됐다. 사실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신뢰가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다. 정전사고를 몇몇 직원이 거짓말로 대응한 것이 밝혀지며, 국민들은 전체 원전의 안전에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결국 연말 부품 위조, 문서 위조 사건까지 발생하며 신뢰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급기야 원전지역 주민들은 'KINS의 검사 결과도 못 믿겠다', '외국의 전문기관을 불러 검사해 달라', '우리가 직접 해야겠다'고 나섰다.

원전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장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 KINS의 안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 원장은 '원자력안전에 관한 한 KINS가 점검했으면 가장 안전하다'는 신뢰를 쌓으면 KINS가 세계 어디서도 당당하게 최고의 기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민들이 아직 우리를 못 믿는다면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한다"며 KINS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술의 전문성과 업무의 투명성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올해 초 직원들에게 신년인사를 하며 '나는 과연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가?', '나는 내가 한 업무결과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을 모든 일을 진행할 때 자문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국민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 이것이 올 한해 어떤 새로운 사업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준 키워드가 안전이라면 지난해 원자력 위기 이후 키워드는 신뢰다." 박 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는 세 개의 키워드가 안심(안전), 신뢰, 행복 세 가지"라며 "이는 원자력계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 작년 원자력 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지난해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번기회에 정말 정신 차리고 한 단계 점프하려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 원자력안전위-KINS, 두 개의 바퀴 균형 잡아야

"두 개의 바퀴가 균형을 맞추면 기존보다 속도를 내며 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바퀴 크기가 다르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안전위가 출범한 지 얼마 안돼 원자력계에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며 손발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다. 아직 두 바퀴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미흡했던 부분들을 개선해야 한다." 2012년 원자력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원자력안전위와 KINS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원자력 분야 전반에서 안전규제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위원회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1년 가을 출범했다. 박 원장은 "지난 연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관의 업무 중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안전위와 업무의 분배와 책임 범위 등을 개선해 나가야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KINS는 기술담당 기관으로 규제기술, 안전기술의 전문성에 집중하고 안전위는 보다 상위적인 측면에서 원자력의 프로세스가 투명한지 규제하고 국가 정책, 국민신뢰,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면 두 기관이 한 쌍이 되는 완벽한 원자력 규제기관이 될 것이란 기대다.

◆ 원자력 안전기술 품질 향상, 체제 개선에 노력할 터!

"UAE, 요르단,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안전성에 대한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국내에서도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세계에서도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다." 박 원장은 "KINS의 가장 중요한 기술과 임무는 원자력 안전심사와 검사"라며 "올 한해 품질과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소망으로는 본인은 물론 직원들의 건강을 꼽으며 "업무로 인한 어려움은 해결할 수 있지만 본인의 건강을 잃으면 회복할 수 없다. 직원 개개인이 건강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박 원장은 바쁜 일정으로 운동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만 출근시간 10분 걷기와 아파트 계단 걷기, 주말에 KINS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KINS가 다른 출연연과 달리 출연연 중에서는 유일하게 공공기관의 준정부 기관으로 분류돼 있어 겪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준정부 기관으로 분류돼 제약 상황이 굉장히 많다. 다른 기관은 정규직원 TO가 안나면 비정규직을 채용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최소 2년 이상 교육을 받은 직원이 현장에 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인력을 미래 채용해 2년간 교육훈련을 시켜야했는데 이마저도 인정되지 않아 인력난을 개선하기 어렵다." 박 원장은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하지 않거나 평가를 지금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기관운영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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