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 숙원사업 나로호 발사·자기부상열차 상용화등 눈길
국민 눈높이 기대 부응하는 연구 올해도 지속 "지켜봐달라"

언제나 상상을 가능케 했던 것은 과학기술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기계 집합체인 비행기도, 바다 속을 탐사하는 잠수함도, 동력의 발달에서 이어진 자동차도, 손안의 작은 사무실 스마트폰 등 실현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과학기술의 옷을 입고 비로소 실제가 됐다. 문 뒤에 감춰진 금은보화를 얻기 위해 '열려라 참깨'를 외치는 것처럼, 과학기술이 무엇이든 가능케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국가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흐름에 맞춰가는 것보다 높아만 가는 국민의 눈높이 맞추기가 더 어렵다는 고민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출연연은 이같은 국민적 바람을 등에 업고 더 높이 도약하겠다는 다짐을 내세웠다. 여러 대표 성과들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국민의 열망에 답하겠다는 게 올해 출연연의 계획이다. 올해 공개될 출연연의 대표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 이제는 제발 좀 날자 '나로호'…항우연 숙원사업 해결될까
 

▲지난 2차 발사 과정에서 기립 중인 나로호. ⓒ2013 HelloDD.com

나로호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된다. 지난해 두 차례 연기됐던 나로호의 발사가 이르면 이달 말 시도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김승조)은 3차 발사 연기 때 문제가 됐던 '추력방향제어기(TVC)' 점검을 마쳤고 교체한 TVC를 테스트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1월 중 발사 일정이 확정되면 현재 분리돼 있는 2단로켓에 나로과학위성을 탑재하고 1단과 2단 로켓을 결합하는 등 발사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호는 우리나라가 우주발사체 독립국으로 가는 과정이며, 발판인 셈이다.

올해 나로호 발사는 성공여부를 떠나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에도 속도를 가한다. 나로호 발사 후 한국형발사체 개발 속도를 높여 75톤 엔진 연소시험 시설을 구축한 뒤 75톤 엔진 개발을 마치면 오는 2016년 2단형 시험로켓을 발사해 발사체 능력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올해 기대되는 성과는 이뿐이 아니다. 국내 최초 전천후 영상레이더(SAR) 관측위성 '아리랑 5호'도 올해 발사된다. 아리랑 5호는 국내 최초의 영상레이더 관측위성으로 1m급 해상도를 가진다. 영상레이더는 위성에서 지표면으로 마이크로파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의 시간차 등을 측정해 영상화하는 장치다. 그 덕분에 구름이 끼거나 어두운 밤에도 정밀한 지상 관측이 가능하다. 발사 이후 5년여 동안 고도 550㎞ 상공에서 영상레이더를 통해 지상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지형·지리정보, 원격탐사, 정밀관측 등의 영역에서 보다 고차원적인 위성정보 활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 에너지연, 세계 최고 수준의 저등급석탄 고품위화 기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황주호 원장) 이시훈 박사팀은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은 저등급석탄을 대상으로 건조와 수분 재침투를 방지해 석탄의 열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저등급석탄 고품위화 기술을 국내 독자적으로 개발 중에 있다.

이 기술은 중국과 인도의 개발정책으로 고품위 석탄 가격이 급상승하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고품위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며, 석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인해 저등급 석탄을 고품위화 해 석탄의 열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발전소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팜잔사유 이용 건조기술'은 저등급석탄의 주 원산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팜유를 정제하고 남은 고발열량의 잔사물로써 본 기술에서 저등급석탄의 고발열량화와 안정화를 위해 사용되었고, 이 기술로 5톤(1일 처리량)의 저등급석탄을 투입하여 4톤에 달하는 고품위 석탄을 제조할 수 있으며, 기존 기술에 비해 공정을 단순화하여 설비투자비를 절반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개발 위주 정책은 석탄 수급면에서는 우리에게 위기일 수 있지만 기술 공급자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EPC 업체로서는 연구원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500조원 이상의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표준연, 지능형 다중센싱 및 첨단 분석 기술 활용 범죄탐지 기술
 

▲최만용 표준연 박사가 CCTV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 안전측정센터 최만용 박사가 다중센싱 및 첨단 분석 기술을 활용한 'CCTV 지능화' 개발에 한창이다. 기존 시스템은 영상정보에 의존해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최 박사팀의 연구는 NAP(국가·사회적 문제 해결 연구사업)로 선정되어 음향, 촉각 등의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2013년형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 박사팀의 연구 핵심은 CCTV 지능화다. 이를 위해 시각과 청각, 촉각 정보를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센서를 측정 장비로 활용한다.

또한 수집된 다양한 정보는 분석을 거쳐 범죄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니터링 인력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범죄 행위 탐지율이 대폭 상승하는 등 보안 감시 시스템 분야의 획기적인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원자력연,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 연계 기술 완성
 

▲파이로 기술을 공학 규모의 일관 공정으로 실험할 수 있는 프라이드 시설. ⓒ2013 HelloDD.com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은 올해 미래 원자력 시스템 연구개발의 핵심인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계 기술의 완성을 위해 파이로 기술을 공학 규모의 일관공정으로 실험할 수 있는 프라이드(PRIDE) 시설을 본격 가동하는 한편, 150 MWe SFR 원형로의 특정설계에 착수해 미래 원자력 시스템 구현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룬다는 목표다.

사용후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 개발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 전 공정을 공학 규모(연간 10톤 처리)의 일관공정으로 모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설인 프라이드를 본격 가동, 파이로 공정의 고효율화-고용량화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2년까지 미국 INL(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서 수행한 1단계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통해 100g 규모의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한 실험실 규모 파이로 일관공정 실증시험을 완료한 것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2단계 한·미 공동연구(2013~16년)에 착수해 공정당 1 kg 규모의 종합 파이로 실증시험 시설용 장치 설계 및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파이로 기술과 연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에서는 2012년 완료한 150 MWe급 소듐냉각고속로(SFR) 원형로 개념설계를 토대로 이를 보다 구체화하는 특정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한 SFR 핵심 계통의 성능 및 안전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소듐 열유체 종합효과 시험시설(STELLA-1)'의 종합 시운전을 완료하고, 이 시설을 이용해서 SFR의 핵심 안전 개념인 피동잔열제거계통 등의 성능 검증 시험을 수행해서 SFR 주요 기기의 설계기술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009년 수주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사업의 주요 기기 상세설계 완료 후 본 공사에 착수하고, 부산 기장에 건설할 신형 연구로 주요 기기 기본설계를 완료하는 한편, 네덜란드와 남아공이 재개할 예정인 대형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 경쟁입찰에도 도전해 연구로 건설 및 추가 수출을 위한 노력을 국내외에서 펼칠 계획이다.

◆ 기계연,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상용 운전 시작
 

▲2013년 인천국제공항에 상용화 예정인 도시형자기부상열차. ⓒ2013 HelloDD.com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은 올해 기대되는 연구원 주요성과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선정했다.

도시형자기부상열차의 개발은 기계연에서 1989년부터 시작돼, UTM-01 및 UTM-02라는 2종의 차량을 개발했다. 승객수송을 목적으로 한 실용화사업은 2006년 12월부터 시작돼 최고속도 110km/h의 새로운 차량개발을 완료하고, 6개 역사를 포함한 6.1km 시범노선을 인천국제공항에 건설했다.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도시형자기부상열차'가 본격적인 시험운행에 돌입했으며, 올해 9월부터 개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발된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의 힘을 이용하여 선로 위에 약 8㎜ 높이로 떠서 이동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전자기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바퀴가 없어 운행 중에 마찰에 의한 소음, 진동, 분진이 거의 없으며 승차감이 뛰어난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 이번에 개발된 자기부상열차는 기존 경전철에 비하여 구조물이 단순하고, 건설비용은 비슷하나 시설 마모가 적어 운영비는 70~80%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시운전을 거쳐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개통되면, 2005년에 개통된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상용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가 된다.

개통 후 자기부상열차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가는 내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향후 국내 경전철 수요에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폭 넓게 보급이 되고, 또한 세계시장에도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ETRI, 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 기술 주목

글로벌 시장조사전문기관인 가트너(Gartner) 등에서 2013년 IT시장을 주도할 전략 기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키워드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다. 올해 기대되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 주요 성과는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술이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술은 개인 및 기업 데이터의 폭증에 대비하고, 업무 이동성(mobility)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인프라 기술로 구축 비용은 최소화하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ETRI가 올해 선보일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술은 SW만으로 1000개에서 5000개에 이르는 기존의 범용 서버들을 기가비트(Gb)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하나의 가상 스토리지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물리적 자원인 서버의 증설에 따른 구축 비용은 최소화하고, 기존 서버의 하드웨어 성능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고신뢰성을 확보했다.

 

▲ETRI가 개발한 '지니톡' 앱의 화면. ⓒ2013 HelloDD.com

빅데이터 분야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대국민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한-영 자동통역 앱 '지니톡(GenieTalk)'의 변신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통역율로 앱 출시 2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의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지니톡이 올해는 일본어와 중국어의 자동통역 서비스를 개시한다. 일정대로라면 상반기에는 일본어, 하반기에는 중국어의 자동통역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ETRI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2018년까지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총 8개 국어의 자동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IT융합기술로는 IT와 에너지의 융합기술인 '스마트 플레이스 에너지 관리 플랫폼 기술'을 주목할 만하다. 이 기술은 집, 사무실, 상가 등 건물 내 에너지 부하의 최적관리를 위한 인프라 기술로 스마트그리드 구현에 있어 핵심 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건물 내 에너지 소비, 에너지 절감량, 에너지 비용 등의 정보 제공 서비스에서 벗어나, 건물 내 에너지 기기별 소비 정보와 온도·습도·조도 등의 환경센서 정보 등을 통합 관리 및 분석해 최적화된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력 대란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도 기대된다.

◆ 생명연, 스마트 센서·침 분야와 줄기세포 치료 분야
 

▲항암 면역세포 치료 기술을 개발한 최인표 생명연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 연구팀. ⓒ2013 HelloDD.com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오태광)의 대표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로도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센서·칩 분야와 자연살해(NK)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 분야다.

스마트센서·칩 분야는 의료, 환경, 식품,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질병이나 유해물질을 손쉽게 그리고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반기술이다. 특히, 질병진단 분야에서는 국내 IT기업과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기업을 통해 이미 제품을 생산해 시판 중에 있다. 자연살해(NK)는 암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면역세포로 만들어 환자에게 주입하여 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이른바 암킬러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연구원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항암 면역세포 치료기술을 이용,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이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수년 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가 가능한 분야로는 암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기능을 규명하는 분야와 천연물 소재 발굴 분야, 그리고 바이오경제시대에 새로운 핵심기술로서 각광받고 있는 합성생물학 기반의 유전체 재설계 및 합성 분야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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