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D-1]발사체 1단 국산화 선행연구 진행중
나로위성·발사 지상시스템·우주 감시시스템 우리 기술로

흔히 하는 오해들이 있다. 러시아에서 가져온 로켓을 우리나라에서 발사만 시킨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수많은 첨단 과학의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로켓에만 시선이 쏠려 나머지 기술과 기기에는 눈을 돌릴 새가 없었던 탓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차례 나로호 발사를 실패했지만,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한 나로호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발사체계 개발 기술과 발사장 구축 및 발사 운영 기술 등을 확보했다. 특히 발사 운영은 개발 중인 발사체의 기술적 검증과 비행 성능을 확인하는 발사체 개발의 최종 단계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독자기술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기술과 경험은 2010년 착수해 현재 수행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II) 독자 개발에 직접 연계되어 활용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2차례 발사 운영을 통해 발사체 이송과 총조립, 점검 기술, 지상 지원설비 운용 기술, 발사체·발사대 인터페이스, 관제기술, 추진제 충전, 배출 기술, 발사체 임무운용 기술, 지상·비행 안전분석 운용 기술, 발사결과분석 기술 등 발사체 개발의 핵심적인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발사체 설계부터 발사운용 및 발사에 이르는 발사체 개발 전체 사이클을 러측 전문가와 공동으로 수행해 선개발국의 운영 체계와 경험을 습득했다는 점은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러 공동설계팀 운영과 각종 리뷰 및 기술협의 과정을 통해 확보한 기술적 노하우 역시 기술협력의 성과로 꼽힌다. 국산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부터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부분까지 나로호에 실려 우주로 쏘아질 'Made in KOREA'를 알아봤다.

◆ 발사체 1단 국산화 선행연구 진행

나로호 개발과 병행해 후속 한국형발사체의 독자 개발을 위해 1단 관련 국산화 개발을 위한 선행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 중이다. 추력 30톤급 액체 로켓엔진 선행연구를 수행해 액체엔진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했으며, 이 기술을 토대로 한국형발사체(KSLV-II) 개발을 위한 추력 75톤급 액체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30톤급 엔진시스템의 단품 수준(연소기, 터보펌프, 공급계)의 국산화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해외 시험설비를 이용해 두 차례 터보펌프-가스발생기 연계시험을 수행했다. 1단 관련 국산화 선행연구를 통해 확보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우주발사체 1단의 자력 개발 가능성을 국내 산·학·연 전문가를 통해 검토했으며, 현재 이러한 기술과 경험은 2010년부터 추진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II) 독자 개발에 직접 연계돼 활용되고 있다.

한국형발사체는 1.5톤급 실용위성을 고도 700km 전후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발사체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위성 발사, 달탐사와 해외 발사시장 진출에 활용할 예정이다.

◆ 발사체 상단 독자개발 기술
 

▲나로호 상단 서브 시스템.<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12 HelloDD.com

2단과 페어링으로 구성된 나로호 상단은 자체개발을 통해 구조체, 자동유도항법, 제어 등 핵심 요소기술과 위성을 궤도에 투입시키는 고체로켓(킥모터) 기술 등을 확보했다. 페이로드페어링, 킥모터, 관성항법유도시스템, 추력벡터제어시스템 등의 상단 서브시스템을 설계, 제작, 시험해 나로호에 탑재했다. 페이로드페어링은 비행 중 내부에 위치하는 위성체와 탑재물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킥모터는 나로호 2단의 추진기관으로서 추력을 생성한다. 또한 관성항법유도시스템(INGU)은 나로호 2단에 탑재돼 2단 비행 구간에서 항법, 유도, 자세제어, 비행 시퀀싱 기능을 수행하며, 추력벡터제어(TVC) 구동장치시스템은 킥모터의 연소기간 중 피치 및 요축으로의 자세 제어를 수행한다.

개발된 서브시스템을 총조립해 상단 인증모델(QM)과 비행모델(FM)을 구성해 시험검증을 수행하게 된다. 나로호 개발 사업 전반에 걸쳐 150여개 산업체와 45개 위탁연구를 통해 대학 등이 참여함으로써, 국내 산·학·연이 종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사체 독자개발을 위한 국내 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항우연은 체계개발 총괄·핵심기술 개발·기반시설 구축·발사운영 등을, 산업체는 부품 및 서브시스템 제작 및 시험·발사체 총조립 등을, 대학은 기초원천기술 연구와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한다.

◆ 발사장 지상시스템 기술 확보

▲나로호 발사대 시스템.<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12 HelloDD.com

발사대는 러시아 설계를 바탕으로 국내 여건에 맞게 설계도면을 국산화하고, 국내기술로 제작·설치했다. 발사대는 지상기계설비, 추진제공급설비, 발사관제설비 등 총 273개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됐다. 극저온(-196℃), 초고압(400기압), 고청정도(분진크기 20㎛ 이하, 분진함량 1m3당 100㎍ 이하, 수분함량 20.6ppm 이하) 설비는 물론 발사 및 비행 상황을 통제하는 발사 통제시스템도 국내 IT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두 차례 나로호 실제 발사를 통해 발사장 운용 경험도 확보한 상태다.

◆ 국산우주기술의 총본산, 나로과학위성
 

▲나로과학위성.<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12 HelloDD.com

나로호에 탑재돼 쏘아 올려지게 될 나로과학위성은 반작용 휠,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 적외선 센서, 태양전지판, 소형위성용 X대역 송신기, FPGA기반 탑재 컴퓨터, 태양전지판 전개용 힌지 등의 국산우주기술도 탑재돼 있다. 나로과학위성은 프레임타입의 위성구조체로, 지구를 103분에 한 바퀴씩, 1일 약 14바퀴 돌면서 비콘 송출 및 레이저 반사경을 이용한 위성 레이저 레인징 등 정밀 궤도 측정 기술을 연구하게 된다. 300~1500km의 타원궤도를 돌면서 주변의 전자밀도와 우주방사선량 측정 등 우주환경을 관측하며 국가우주기술사업 등을 통해 개발된 선행 우주기술을 시험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기술 개발 확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서 제작된 적외선 센서를 우주에서 활용하기 위한 시험을 통해 소자 기술 시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우주 감시 시스템도 우리 기술로, 천문연 'SLR 시스템' 주목
 

▲SLR 시스템.<사진 제공=한국천문연구원> ⓒ2012 HelloDD.com

한국천문연구원은 SLR 시험 운영을 최근 마쳤고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6일 레이저 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SLR를 가동했다고 10일 밝혔다. SLR는 광학망원경을 통해 레이저를 발사한 뒤 레이저가 인공위성에 달린 반사경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위성의 위치를 밀리미터(mm) 단위까지 정확히 추적하는 기술이다. SLR는 자국의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위성을 감시하는 등 군사적 활용도가 높아 미국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 20개국은 이미 SLR 40여 기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천문연이 개발한 SLR는 지구 상공 300∼2만5000km에 떠도는 인공위성 50여 기를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26일 나로호에 실려 발사될 예정인 나로과학위성과 내년에 발사될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는 SLR로 위치를 추적해 발사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박필호 천문연구원장은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 가동으로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우주감시체계 구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2015년까지 세종시에 SLR 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해 지구로 추락하는 5cm 크기의 우주잔해물도 감시할 계획이다. 수명이 다하거나 발사에 실패한 인공위성 잔해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를 추적할 장비가 없는 게 실상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