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환 전 KINS 방사선안전본부장 암투병 끝에 영면
후쿠시마 사고 당시 원자력공포에 맞서 최일선 활약

▲故  노병환 KINS
전문위원. 
ⓒ2012 HelloDD.com
국민의 '원자력 공포'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뛰었던 노병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위원이 눈을 감아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 전문위원은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KINS 방사선안전본부장을 지내며 원자력 사고에 따른 국내 대응을 사실상 총괄했던 '야전 사령관'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건강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돼 약 8개월 가까이 암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다 지난 19일 밤 끝내 눈을 감았다.

향년 56세. 주변에서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의 피로누적과 과중한 스트레스로 노 전문위원의 건강이 많이 약해져 결국 암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실제 노 전문위원은 지난해 3일 후쿠시마 사고 발생 이후 국내 원자력 피해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와 우려를 해소하느라 거의 매일 KINS에서 지내며 각종 현황 집계와 분석, 대응책 마련, 심지어 관련 브리핑과 언론 대응까지 거의 모든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했다.
 

▲22일 故 노병환 박사의 운구는 KINS에 도착했다. 유족과 관계자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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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잘 믿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각계의 요구에 따라 더 많은 자료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당시 노 전문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과 방사선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국민들이 잘 믿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을 원망하거나 누구를 탓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노 전문위원은 "또 방사선에 대한 대국민 인식이 일단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과학 관련 교과서 300쪽 가운데 원자력 관련 부분이 2줄 뿐이라는 발표를 보고 당혹스러웠다.

교육 강화와 함께 원자력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균형감 있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담담하게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KINS의 한 관계자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 그 때 몸이 많이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무엇보다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으로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비상상황실을
진두지휘했던 故 노병환 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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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문위원은 경남고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지난 1982년 KINS에 입사했다. 이후 1993년 방사선환경평가실장을 시작으로 방사성폐기물안전평가단, 방사선규제부, 방사선안전본부의 부단장을 거쳐 2011년 방사선안전본부장으로 일하며 국내 방사선안전규제 업무를 이끌어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과기처장관 표장, 2002년 국무총리 표창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원자력안전 증진과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故 노 전문위원의 빈소는 대전 유성 선병원에 마련됐으며, 22일 오전 7시 30분 발인을 마친 운구는 원자력 안전을 위해 몸바쳤던 KINS를 들른 뒤 장지(경남 창녕 선영)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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