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진 표준연 안전측정센터장, 공공 안전 기술에도 '융합'물결
차세대 비파괴 측정기술 연구교류회 발족

"암도 조기에 발견해야 완치가 가능한 것처럼 산업구조물도 조기 검진을 통해 이상 신호를 찾아야 안전 대책을 세우고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윤동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장은 "산업구조물의 이상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아주 미세한 균열과 소리 등의 조짐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표준연 안전측정센터에서 초음파, 전자기, 적외선(IR) 등 다양한 비파괴 측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파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병원 진료실을 떠올려보자. 병원에서는 인체의 이상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청진기를 비롯해 MRI와 초음파, 방사선 등의 검사 장비를 동원한다. 이처럼 검사 대상에 손상을 주지 않고 내부의 결함이나 문제를 찾아내는 방법이 바로 ‘비파괴 검사’다. 반대로 수술을 이용해 환부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 ‘파괴 검사’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비침습과 침습이란 용어로 부르고 있지만, 공공분야와 산업구조물을 진단하는 ‘비파괴’와 이름만 다를 뿐 적용 원리는 동일하다. 

지난 1999년부터 교과부 주관 국가지정연구실(NRL)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센서개발을 비롯해 초음파, 와전류, 적외선 IR과 전자기적인 방법, 음향방출과 광학적인 방법 등 다양한 비파괴 방법을 연구해 온 안전측정센터는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파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비파괴 측정기술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최근 ‘차세대 비파괴 측정기술 연구교류회’를 발족한 것. 

"니켈과 합금처럼 종류가 다른 이종금속을 용접한 경우 초음파가 전달이 잘 안돼요. 또 풍력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 블레이드의 재료인 유리섬유복합재는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장비를 이용하면 감도가 떨어져 검사가 어렵습니다."

윤 센터장은 산업이 고도화, 정밀화 될수록 이상 신호에 대한 조기 발견의 요구가 증가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비파괴 검사를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차세대 비파괴 측정기술의 키워드는 '비접촉·고감도·고속·가시화' 네 가지다. 

"예를들어 초음파 검사는 검사부위에 젤을 바르고 탐촉자를 검사 부위에 밀착시켜 내부를 영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나 재료의 문제로 젤을 바르거나 접촉할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비접촉 초음파인 레이저 초음파나 공기를 통해서 하는 초음파를 볼 수 있는 등 비접촉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 밖에도 플랜트와 항공기와 같은 산업구조물의 경우 검사시간이 오래 걸리면 운행을 정지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경제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검사결과를 가능한 고속으로 그리고 결과를 가시화 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또한 방사선검사는 성능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방사선 피폭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방사선 기술을 대체하기 위해 테라 헤르츠 이미징 기술을 활용한 3차원 검사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교류회는 최소 5~6년 앞을 내다보고 연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물리·기계·화학·생물 등 전공이 전혀 다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전혀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표준연 내 각 센터의 희망자들의 신청을 받았으며 비파괴 각 분야의 역량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는 "구성원들 간에 친밀감을 강화해 재미있게 운영하고 싶다”며 “중장기적 교류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함으로써 6~7년 후엔 새로운 비파괴 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윤 센터장, "과학과 예술의 접목, 호기심은 아이디어의 원천"

"정부 과제 심사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 연구는 3년 5년 뒤에 반드시 성공합니다’라고 할 때 저는 이중 한 가지는 90% 실패하고 나머지는 성공할 것이라고 했는데 통과됐어요. 심사위원들이 안될 것을 왜하냐고 물어보는데 ‘지금 안되기 때문에 해야하고 10%라도 된다면 대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음향방출(Acoustic emission) 비파괴부분의 국내 1인자로서 구조물의 안전을 진단하는 청진기 등을 개발해온 윤 센터장. 그는 과거 정부과제 심사와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앞으로도 쉽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도전해야 하는 새로운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표준연과 함께한 시간이 벌써 25년이 된 그의 바람은 퇴직하기 전까지 받은 연구비만큼은 최소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과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지금도 풍력블레이드에 스마트센싱 기술을 탑재하고 상시모니터링 함으로써 블레이드 운전 중 낙뢰·충격 등의 손상을 미리 보수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또 테라헤르츠 영역에서 검색할 수 있는 보안 검색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산업분야와 공공분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모든 연구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과제 기획단계에서는 실행가능성을 떠나 다양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윤 센터장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과학자의 탐구심도 중요하지만, 태생부터 창의적인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을 평소 가까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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