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명희 화학연 박사, 경인여대 총장으로
"여성과학자들, '플러스 알파' 역량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역시 젊음이 좋은가보다. 젊음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활기를 불어넣는다. 정명희 경인여자대학 총장은 그 젊음을 그대로 향유하는 듯 했다. 여성 과학기술자들의 대모격인 그가 정부출연연구기관 퇴직 후 대학 총장 자리를 잡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도전과 모험,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대학생들과의 한솥밥을 먹는 것. 모든 젊음의 요소가 정 총장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정 총장도 자신에게서 젊은 에너지가 넘침을 시인했다.

총장으로 취임한 지 보름 째, 그에게 대학은 숙제를 던져주는 선생님과도 같다. "과학자들은 단순 정확하죠. 여기는 복잡 다단해요. 과학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해볼만한 일입니다. 중국을 보세요. 지도자들이 전부 다 과학자입니다.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뭔가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에요. 경인여대가 올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성인으로 거듭날 나이죠. 때를 맞춰서 온 것 같아요." 총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대체로 여성 과학자들은 응원을 해줬다. 그런데 남성 과학자들은 에둘러 볼멘 소리로 툴툴거렸다고 한다. 최근까지 한국화학연구원 정밀화학정책연구센터를 맡아 연구원들의 정보 확산에 최선봉에 섰던 그였기에 아쉬웠을 수 밖에 없었다.

정 총장은 "학교 교육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교육을 못 받으면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내가 받았던 것을 되돌려주는 것 뿐이다"라며 "한국화학연구원에도 애착이 물론 많다. 잘하는데, 그에 반해 내부 직원들이 잘하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대의 기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연구 잘하는 사람들은 내버려 둬도 잘 한다. 화학연에 대한 그의 마음은 연구인생에 대한 자부 그 자체였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는데 화학연 연구 성과가 나오는 거에요.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소프트웨어도 함께 제작했거든요.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됐죠. 감명깊게 봤어요." 연구원 재직 시절, 그는 누구에게나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정 총장에게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동시에 남성다운 호탕한 기질도 있었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칭찬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질책과 함께 조언을 했다.

그런 그가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있는 곳은 바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였다. 인터뷰 당시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 소식을 전해 듣고 바로 핸드폰을 든 그였다. "여성과학자들 대단합니다. 남편들 돌보고, 자식들 챙기고, 자기 일 제대로 하려면 보통 체력가지고는 힘들어요. 인내심도 있어야 하고 끈기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일 못하는 사람들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게 여성과학자들의 힘이에요. 정부가 여성 과학자들한테 무조건 잘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죠. 해야만 할 일 입니다." 여성 과학자들의 지위 향상과 그에 맞는 합당한 자리가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 총장은 경인여대에서도 자신이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인여대는 20년 전부터 기술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직업 전선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가르쳤다"며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나라 발전을 위해 여성들만 있는 이 곳에서 여성들이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제 자리에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경인여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인여대 4000명의 학우들에게 정 총장은 롤 모델이다. 보름 밖에 안 다녔는데도 체감은 벌써 3년간 총장 활동을 한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정 총장은 "학생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영광인가. 밖에서도 인사하는 걸 보면 편안하게 대한다는 게 느껴진다"며 "학생들이 나를 자랑할 수 있게끔, 그들이 원하는 인간상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사람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자극을 주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예전의 호랑이 선생님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불편하게 느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제는 기업은행 지점장이 오셨는데, 한 말씀 하시더라고요. 총장을 만난다고 해서 너무 부담을 가졌었는데, 너무 편안하게 해줘서 좋았다고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편안해야 해요. 어려우면 안돼요. 이게 기본입니다.

과학자이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교수 사회의 수장으로서는 색다른, 특이한 총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성과보다는 인성 부분이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직'이라고 했다.

정 총장은 "정직한 것,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자기 자신에게 최고의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세계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한 신념을 사회에서도 보여준다면 많은 이들이 자신을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 요인인 '정직'을 모토로 살아야 한다고 매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된 말로 젊기 때문에 훔치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폭넓은 인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는 "경인여대는 무한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인천 송도 국제도시가 바로 옆에 있고,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자리에 있다.

그리고 인천이라는 제3의 도시가 부산을 능가한 제2의 도시가 된다고 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인여대가 우뚝 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제가 경인여대에 왔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고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CEO들이 우리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도 좋고요.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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