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 50억원에 바이넥스로 기술 이전
척수손상·뇌졸중·파킨슨 병 등에 탁월한 효능…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박차

지난해 9월, 영국에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열린 ‘국제 줄기세포 이니셔티브(ISCI:International Stem Cell Initiative)’의 회의 장. 전 세계 줄기세포 관련 전문가들이 열띤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었다. 많은 경쟁연구들 중 ‘어느 연구가 표준 프로토콜(protocol)로 채택되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가 걸린 회의였다.

그때 신경계통(외배엽) 분야 그룹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줄기세포 분화기술 분야에서는 선두그룹에 다소 못 미친다고 평가받아왔던 한국 연구진의 기술이 국제 표준화 프로토콜로 채택된 것. 주인공은 김동욱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연세대 교수)의 연구팀. 최근 연구팀은 줄기세포 분화관련 논문들을 권위 있는 과학 저널에 다수 게재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그 날 회의에서 이 분야 전문가들은 심층 논의를 한 끝에 김동욱 단장 연구팀의 방법이 가장 우수한 프로토콜이라는 것을 공인했다.

▲김동욱 단장 ⓒ2012 HelloDD.com

김동욱 단장은 “그날 표준 프로토콜로 확정된 분화 기술은,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분화 기술력과 연구경쟁력이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황우석 교수 사건에 대한 충격의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된 탓에 '줄기세포'란 단어에 민감한 반응이 뒤따랐다. 때로는 순수한 연구자들에게도 의심과 부정적인 시선이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적인 화두로서 이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서,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배아줄기세포와 정해진 장기나 조직으로만 분화가 가능한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시험관 내에서 미분화 상태로 무한히 증식시킬 수 있고, 어떤 조건하에서 원하는 종류의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전분화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s)다.

전분화능 배아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체세포로 분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적절히 분화시키지 않은 상태로 이식할 경우 기형종(teratoma)이라고 하는 암 조직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경세포, 간세포 등 원하는 체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신경세포 분화기술 분야에서 세계 선두 그룹을 유지해 오던 김동욱 단장 연구팀은 프론티어연구를 통해 신경세포의 분화에 관련된 세포신호기전을 연구, 저분자 물질로 효과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모든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신경세포로 유도할 수 있는 분화법을 개발했다.

“배아줄기세포주들은 저마다 각각 고유한 분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포주에 따라 기본적으로 어떤 것은 신경세포로, 어떤 것은 근육세포 혹은 췌장세포로 잘 분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죠. 저희는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내배엽과 중배엽으로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세포신호를 동시에 강력히 차단하고 외배엽으로의 분화를 매우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김 단장은 “연구팀에서 개발한 기술이 최종 대표 프로토콜로 채택됨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 수십개의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모아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있어 이 방법을 사용하며 각종 세포주들의 비교 분석 및 표준화 작업을 하게 된다”며 “줄기세포 분화기술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충분한 연구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단장 연구팀은 이 외에도 배아줄기세포에서 파킨슨 질병에 쓰이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세계 최고 수율(85~90%)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척수 손상에 쓰이는 희소돌기아교세포(올리고덴드로사이트)를 제론(Geron)사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만들었으며, 배아줄기세포유래 가바(GABA) 신경세포를 세계 최초로 척수 손상의 통증 모델에 이식해 효과를 보는 등 놀랄 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전 세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 단장은 "배아줄기세포 유래의 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배아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제는 2009년 미국 FDA(식약청)에서 처음으로 척수손상치료제의 임상시험 승인을 허가한 이래 2010년 10월 8일 첫 임상이 이루어졌고 많은 기관에서 실명증,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에 대하여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SCI는 영국·프랑스·미국·캐나다·일본 등 18개 선진국의 연구재단과 국가연구기관이 회원으로 있는 국제 줄기세포 포럼(ISCF:International Stem Cell Forum) 산하의 기구로 현재 줄기세포와 관련해 표준화연구를 진행 중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회의에서는 1차로 전 세계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됐고, 2007년부터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효율적 배양 지침, 안정성 문제 확인, 국제줄기세포 등록소 마련 등이 합의됐다. 현재는 각국에서 만든 다양한 만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 lines)들을 특정 계통으로 분화시키며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 국내 기업과 손잡고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앞장…관련분야 국내 경쟁력 강화 기대

김동욱 단장 연구팀의 전분화능 줄기세포 분화법은 최근 기업에도 기술이전이 됐다. 해당 방법으로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척수손상, 뇌졸중, 파킨슨 질환 등 동물모델에서 기존 줄기세포에 비해 탁월한 효능을 보이고 있어 제2세대 세포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 (주)바이넥스(대표 정명호)는 약 50억원의 고정 기술료와 일정비율의 경상 기술료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김동욱 단장 연구팀이 개발한 ‘효율적이고 보편적인 전분화능 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 기술과 기형종 억제방법 등 관련 기술’을 기술 이전 받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세포치료제는 효능에서 한계를 보여 치료 효과가 높은 제 2세대 세포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줄기세포는 연구 역사가 짧아 지금까지는 주로 안전성이 좋은 성체줄기세포를 중심으로 세포치료제를 만들어 왔지만 성체 줄기세포는 주된 치료 기작이 분비 물질에 의해 간접적으로 병든 환경을 개선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효능을 좋게 하려면 이러한 간접 효과 이외에 줄기세포로부터 만든 건강한 세포로 병든 세포를 직접 교체해 주는 직접 효과가 있어야 한다. 김 단장의 기술은 원하는 신경세포를 매우 순도 높게 제작 및 대량 배양할 수 있어 이러한 직·간접 효과를 모두 다 할 수 있으며, 척수손상, 뇌졸중, 파킨슨 병 등 질병 모델에 적용 시 탁월한 기능 회복을 보여주었다. 이외에 김 교수팀은 파킨슨 병,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등 각종 난치질환에 대하여 환자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iPS cell) 은행을 만들고, 이 중 로렌즈오일병이라고 불리는 부신백질이영양증에 대하여는 역분화 세포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질병의 원인규명과 신약개발에 대한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뇌졸중 모델에 표준화 기술로 만들어진 순도 높은 신경세포를 이식하자
기능이 회복됐다
ⓒ2012 HelloDD.com

국내 유일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반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넥스 역시 김 단장의 연구결과를 상용화하는데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넥스는 2009년 9월 17일 지식경제부 산하 생산기술연구원이 운영 중이던 cGMP급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반시설인 한국 생물 산업 기술 실용화 센터(KBCC) 민간위탁경영 대상자로 선정되어, 같은 해 12월부터 해당시설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을 대행하는 CDMO(Contract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바이넥스의 전문인력과 적극적인 R&D 투자, 풍부한 해외네트워크 등을 인정 받은 것. 김 단장은 "바이넥스의 축적된 세포치료제 개발 경험과 한국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에 기반 한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의 뛰어난 국내외 사업화 역량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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