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섭 삼진정밀 구매자재부 과장, 이지영 ETRI 홍보팀 직원 추천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올 한 해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빛나는 조연이 있어 더욱 빛이 났다. 대덕의 숨은 일꾼들을 만나봤다.

◆ 이형섭 삼진정밀 과장…"자동차 시트가 다 녹는것도 모르고 달렸죠"

 

▲이형섭 삼진정밀 과장. ⓒ2011 HelloDD.com

"회사에 도착해보니 자동차 뒷좌석 시트가 다 녹아 있었습니다. 몰랐냐고요? 생산팀에 원자재를 하나라도 더 빨리 전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냥 달렸습니다. 하하." 이형섭 삼진정밀 구매자재부 과장의 웃음에 희망이 묻어났다.

이 과장이 경력직으로 입사한지 2년차가 되던 2009년, 환경과 밸브 전문기업인 삼진정밀은 직전해보다 2배나 많은 수주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행복한 비명과 함께 회사는 물론 구매자재부에도 총 비상이 걸렸다. 중견기업 구매자재과에 4년간 근무한 경력까지 조달만 6년차인 그도 긴장이 됐다.

"평상시에는 기획을 하고 거기에 맞춰 협력사들과 생산 캐파를 맞춰 조달하는데 그 해는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주물을 조달해야 하는데 협력사들도 한계점을 넘었다고 두손두발을 다 들어버리더라고요."

구매자재부 직원들은 그야말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전국의 주물기업을 수소문해 한 걸음에 달려갔다.

일주일에 5번 이상을 김포와 대전을 오가면 생산현장에서 요구하는 주물을 공급했다. 재료를 하나라도 더 공급하기 위해 채 식지 않은 주물을 차에 싣고 달리기도 했다. 열기기 훅하게 느껴지는 주물을 차에 그대로 실었으니 자동차 시트가 견디지 못하고 녹아들어갔다.

그래도 그해 삼진정밀은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과장에게는 여전히 가장 많이 아쉬웠던 해로 남아있다. 미리 협력기업을 늘리고 아웃소싱을 하는 등 조절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라는 생각에서다.

"아쉽죠. 구매자재부에서 좀더 조달을 원활하게 했다면 전체 매출액이 더 올라 갔을텐데. 지원부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고요." 이 일은 이 과장이 구매자재부 구성원으로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삼진정밀은 회사 자체로 학습과 독서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과장은 기본량을 훌쩍 뛰어넘어 금융기관에서 나오는 산업계 동향, 국제 정세까지 꼼꼼히 공부했다. 원료를 공급하는 국가에서 지진이나 대형사고가 나는지까지 다 파악하며 사전에 원재료 확보물량을 조정했다.

또 협력기업들과 인간적 네트워크를 더욱 돈독히 했다. "구매자재부 직원 한 사람당 30개 정도의 협력기업사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리라고 해서 절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닙니다. 갑과 을의 관계로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죠." 이 과장은 협력기업 CEO의 자동차번호, 신발사이즈,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까지 다 꿰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수시로 협력기업의 현장 근무자들과 어울리며 인간적 유대를 높인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져 이 과장은 올 한해 삼진정밀 구매자재부의 임무를 멋지게 소화 해 냈다. "올해는 자동차 산업이 호황이었습니다. 당연히 규모가 작은 삼진정밀 주물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었죠. 그렇지만 사전에 돈독히 해 놓은 인간관계와 준비로 원활한 조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장은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달책임자로 한번 가속도가 붙은 그는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회사 전체로도 대박 성과로 기록될만큼 큰 일(?)을 저질렀다. "조달을 하려면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재료나 공정에 대해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객관적인 입장이라서 그런지 개선하면 좋겠다는 공정과 기술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안을 했고 실제 적용돼 10억원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삼진정밀은 내년부터 이 과장이 제안한 공정과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이번 성과로 연말행사에서 회사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직원에게 수여하는 '자랑스런 삼진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벌써 내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FTA 본격 발효, 가격경쟁 등 삼진정밀도 다양한 외부 환경에 노출되리라고 봅니다. 치열한 상황이지만 서포트 역할을 잘 해 현장에서 뛰는 동료들에게 힘찬 기를 불어 넣어 주고 싶습니다." 정태희 대표를 비롯해 삼진정밀 임원진이 이구동성으로 올해의 빛나는 조연에 '이형섭 과장'을 지목한 이유가 있었다.

◆ 이지영 ETRI 홍보팀 직원, "한국 IT 문화 전달자, 실수없이 해야죠"

 

▲ETRI 홍보팀에서 전시업무를 담당하는
이지영 씨.
ⓒ2011 HelloDD.com

어느덧 8개월 째,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기 전에는 언제나 심호흡을 하게 되는 이지영 씨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 홍보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하는 전시업무를 맡고 있는 이 씨는 하루 평균 3∼4건 정도의 전시 안내를 실수없이 하기 위해 늘 자신을 채근한다.

이 씨를 올해의 빛나는 조연으로 추천한 같은 팀의 신세식 씨는 이 씨를 '어리지만 배울 것이 많은 친구'라고 설명했다. 신 씨는 "일단 준비가 돼 있는 친구다. 다른 사람들은 보름 정도 걸릴 일을 4일 만인가 마스터해서 들어오자마자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었다"며 "상당히 열정적인 모습으로 일을 딱 부러지게 한다. 팀의 마스코트다"고 칭찬했다.

국제 협력을 전공한 이 씨에게 전자 통신 기술 용어들은 그야말로 난생 처음 접하는 생경한 언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팀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되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직장생활을 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늘 생각해왔던 그는 입사하기 전에 전시 설명 시나리오를 받아 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씨는 입사하자마자 얼마 안돼 바로 전시 업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그는 "전시 업무는 트렌드에 민감한 업무 중 하나다. 전시품 설명을 통해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한국의 IT 문화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많이 오시기도 하지만, 전문가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어설프게 기술을 설명했다가는 큰일난다"며 "식견이 높으신 분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사람 대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씨에게도 여러번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한국 대표 IT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높은 분들도 많이 와요. 다는 아니지만 그 중에 몇 몇 분들은 IT 기술에는 괌심을 두지 않으시고, 그저 대접을 받고 가겠다는 일념에 오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그럴 때 마다 힘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가끔 무례한 언사가 있을 때에는 일에 회의가 들 때도 있죠."

많으면 하루에 6건에서 7건씩 전시관을 돌아야 할 때가 있다. 한 해에 대략 3만 명 가량의 방문객들이 ETRI 전시관을 찾는다. 그들을 인솔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 씨와 그의 동료들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은 늘상 따라다니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 씨는 "사실 방문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더 많이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보람있다"며 "노벨상 수상자가 한 번 ETRI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많이 설명해주려고 노력하더라. ETRI의 기술을 설명하는 입장에서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정말 감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외대를 다니던 중 교환학생으로 외국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던 이 씨. 그 곳에서 만난 한국인 교수님의 도움으로 외국에서 대학원까지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순전히 이 씨가 겪어나가야 할 일들이었다.

그는 장학생으로 학교에 들어갔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물론, 연구 보조일도 하면서 생활을 이어나갔다. 집의 도움은 물론 받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국제협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홍보 업무를 하면서도 더욱 그 꿈이 간절해졌고요. 이 곳에서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거든요.

오히려 이곳이 저에게는 학습의 장소이기도 하죠. 돈을 벌면서 공부도 하고 있는 셈이에요. 저에겐 정말 메리트가 많은 곳이죠. 늘 즐겁고 보람있게 생활하려고 해서 그런지 선배들이 잘 보아주신 것 같아요." 그의 말에 따르면 ETRI 홍보팀은 그야말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표방하는 기관 내 몇 안되는 부서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살뜰이 챙기는 게 기본 업무라고 느껴질 정도. 이 씨는 "관심을 많이 주신다. 옷입고 온 스타일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물어보시고 챙겨주신다"며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건 팀이 원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잘 파악은 못한 상태지만, 일을 정말 잘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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