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인터뷰서 창의적인 자기주도 연구 강조
"따뜻한 과학기술이 곧 사회적 책무"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달려가서 일하고 싶은 연구원으로 만들고 싶다."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신임 원장의 바람은 간단하다. 신바람나는 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해서 연구원들 스스로가 즐겁게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창의적 연구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연구원의 경영 철학에도 반영됐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연구원들에게 관대한 수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원장 이전에 교육과학기술부 휴먼인지사업본부의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그 이전에는 표준연의 선임부장으로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마다 다른 경영방침을 택했는데, 선임부장 시절만 해도 그는 연구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했다. 성과 위주의 연구를 강조했던 셈이다.

그러나 3년의 시간 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본부장을 역임할 때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연구원들이 보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애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번에 채택된 표준연의 경영방침은 그간의 경험을 거울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구원의 경영방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원들이 신나서 일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길을 제시하고 밀어붙이던 시대는 지났다. 세계 6~7위 수준의 표준연구기관에서는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를 해야 한다. 즉, 자발적인 연구로 창의적인 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원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그는 표준연의 구성원들에게 '연구원이나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역할로 임하라'고 강조한다.각자의 결정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연구를 권장하되, 연구원으로서 부여받은 소임을 잊지 말라는 그의 경영철학이다.

◆ 3년의 목표…'R&DR,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표준기관'

그는 원장직에 역임하는 3년간 사회적 책무를 다 하는 연구개발을 표방하는 'R&DR(RNDR:Responsibility Network Dynamic Reputation)'를 모토로 삼겠다고 다짐한다. "표준연은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졌으며, 국가로부터 받은 역할이 있다. 비즈니스 창출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의 혜택을 못 보는 이들에게 그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은 따뜻한 과학기술이 필요한 때다." 그가 말하는 따뜻한 과학기술은 사회적 책무와 일맥상통한다. 현재 그는 시각장애인용 도우미, 청각장애인용 도우미 등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는 당장 돈으로 직접적인 혜택이 산출되진 않지만, 빈부 격차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결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대신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그가 지향하는 목표는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외 계층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전하는 활동을 통해 과학자들의 연구가 정말 절실한 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따뜻한 활동을 통해 과학자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되며, 과학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삶의 질 표준, '국제 표준'으로 조정할 것

현재 표준연의 지위는 어느 정도일까? 그의 말에 따르면, 물리를 기준으로 한 직접 표준, 즉 기반산업이나 항공우주, 자동차 등에 쓰이는 기반 베이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표준연의 수준은 이미 세계 톱클래스다.

국내 산업분야에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보급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정도. 하지만 삶의 질 측정 분야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제적으로도 계속해서 삶의 질 분야의 측정 표준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향후 핵심비교(KC)를 통해 국제 검증을 취득하고, 삶의 질 측정 분야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삶의 질 측정의 일부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표준과 연계된 것이 아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설정한 표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물론 국내에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국내를 벗어날 경우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교역관계에서 국내와 해외의 기준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다. 국내에서만 유효한 표준은 국제적인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극심한 황사가 우리나라에 넘어올 때, 중국에서 측정한 황사의 양과 성분이 우리나라의 측정값과 다르면 시비가 붙어 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측정 표준이 동등하다는 것이 확인돼야만 설득력을 갖고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것이다.

내년 3월이면 연구원에 들어온 지 만30년이 된다는 강대임 원장.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표준연의 개선점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연구원과 그 안에서 신나게 일하는 과학자들이 그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그는 "지난 세월 표준연에 있는 동안 공부도 많이 했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받은 것들을 임기 동안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는 다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연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강 원장. 그는 "앞으로 3년간 초심을 잃지 않으며 살아갈 것이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 제대로 된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한 배를 타고 갈 연구원들에게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연구는 연구원이 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연구 목표를 드라이브 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발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영진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면 연구원들도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한다. 소신껏 연구를 해야 한다. 실패도 자산이다. 연구원들이 자기주도적인 생활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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