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만수 멀티스케일 기반 미래에너지 연구단장
"기존대비 태양전지 90%, 연료전지 50% 효율 높일 것"

현재 인류가 소비하고 있는 화석연료는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각국에서는 이를 대체하기위해 오래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신재생에너지(태양열, 바이오, 풍력, 수력, 연료전지 등)를 연구하고 실제 사용 중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화석연료의 약 3%만을 대신하고 있을 뿐 대체에너지로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조건이 매우 열악한 나라 중 하나다. 미국처럼 땅이 큰 것도, 사막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태양전지판을 깔아놓을 장소마저 별로 없다.

4계절이 뚜렷한 것조차 태양광발전에는 마이너스다. 풍력을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평평한 지대보다 산이 많아 설치하기 쉽지 않으며, 제작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손을 놓고 있어야하는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와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과학계는 신재생에너지를 포기하기 이전에 제작단가를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과학계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자 10년간 연구비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멀티스케일 기반 미래에너지 연구단(단장 최만수)'의 탄생 배경이다.

◆나노·마이크로·매크로 통합되면 '신재생에너지 효율 극대화는 시간 문제'

멀티스케일 기반 미래에너지 연구단이 지난 8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연구단은 무엇보다 기존의 신재생에너지를 뛰어넘는 획기적 고효율, 저가 신재생에너지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개개의 부품 개선 연구 차원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광에너지·분자에너지 전달과 변환과정에서 나타나는 멀티스케일의 물리·화학 메커니즘에 근거한 새로운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나노·마이크로·매크로를 통합하는 멀티스케일 3차원 아키텍처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에너지 변환 및 전달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년 안에 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신개념의 태양전지, 연료전지 원천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나노와 마이크로, 매크로를 통합해야 하는가. 최만수 단장(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은 그 예로 태양전지를 거론했다. "태양전지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태양전지가 태양광을 흡수하면 전자와 정공이 발생하는데 이 때 흡수된 태양광은 수백나노미터 정도의 파장을 가지게 된다. 발생된 전자를 분리하여 내기 위해서는 전자가 확산이 되어 전극까지 이동되어야 하는 데 이러한 현상들이 나노에서 마이크로까지 걸쳐있으며 전지 자체의 크기는 매크로 이다.

즉, 나노, 마이크로, 매크로 거리에서 발생되는 전하 발생, 분리, 이동과 관련된 근원적인 물리 현상들을 잘 제어하고 통합해야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연료전지의 경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온과 전자의 흐름에서 저항을 어떻게 조절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또한 멀티스케일 아키텍쳐링 기술로 해결하고자 한다." 연구단이 추진 중인 나노·마이크로·매크로의 통합을 위해 꼭 우선해야 하는 것이 ▲멀티스케일 아키텍처링 ▲광에너지 융합시스템기술 ▲분자에너지 융합시스템기술 ▲지능형에너지 소재기술이다.

최 단장은 "이 기술들이 연관성을 가지고 융합되어야 만이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4가지를 묶어 하나의 연구단을 만든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융합이 가미된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기술을 살펴보면 '멀티스케일 아키텍처링 기술'은 나노·마이크로·매크로의 전극을 형성하는 기술로 나노미터급 정밀도를 가지는 병렬식 3차원 멀티스케일 구조물 대면적 형성 기술과 멀티스케일 다층 구조물 형성기술, 멀티스케일 계면 구조 형성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

'광에너지 융합시스템기술'은 3차원 멀티스케일 아키텍처링을 적용해 미래 고효율 저가 박막 태양전지 신기술 개발, 광자하나 다중 전하 생성 가능 신개념 양자점 멀티스케일 태양전지 신기술 개발, 식물 광합성 모방 신개념 멀티스케일 태양전지 신기술 개발 등이 속해있다.

'분자에너지 융합시스템기술'은 이온전자 및 전자저항을 극소화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3차원 멀티스케일 아키텍처링을 적용한 미래 고효율 연료전지 신기술 개발, 물질전달 저항, 이온 및 전자 이동 저항 최소화 가능한 멀티스케일 3차원 구조화 기술 개발, 3차원 멀티스케일 전극 형성 신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능형에너지 소재기술'은 이온 및 전하 이동 제어 소재 개발, 광산란 및 밴드갭 제어 소재 신기술 개발, 지능형 다종 촉매 설계 및 합성 신기술 개발 등 전자와 이온의 이동 저항을 최소화시키면서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

위의 기술 중 한 가지를 예로 들면 '광자 하나 다중 전하 생성 가능 신개념 양자점 멀티스케일 태양전지 신기술'이란 말 그대로 광자 하나가 들어갔을 때 전자가 두개 이상 나오는 기술을 말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광자 하나에 하나의 전자가 나오는 것이 최대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연구단이 수행하려는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이론은 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실험들. 그런데 이 4가지 기술을 합칠 수나 있을까라는 의문에 그는 '가능하다'고 답한다.

최 단장은 "지금까지 각 기술을 합치는 것은 통합연구가 잘 안 돼 힘들었지만 우리나라가 각 기술에 대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며 "(성공적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각 기술의 최고 실력자들이 모여 집단연구를 해야 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멀티스케일 기반 미래에너지 연구단 로드맵. ⓒ2011 HelloDD.com

◆ "원천기술 확보해 기존대비 태양전지 90%, 연료전지 50% 효율 높이겠다"

연구단에는 다양한 대학과 출연연의 연구진들이 소속돼 연구를 수행한다. 수행원들은 고려대, 기계연, 광주과학기술원,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에너지연, KIST, KAIST, 포항공대, 한양대, 화학연 등으로 약 32명의 주요 연구자로 구성될 예정이다.

연구기간은 총 9년이다. 그는 "2년간 기반기술을 확립하며, 3년간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그 후 4년간 고도화 연구를 통하여 응용기술에도 적용해 저가화 그리고 획기적인 효율향상 등 성과를 만들 것"이라며 "연구 기간 동안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신개념의 멀티스케일 기반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프론티어사업 목적이 원천기술 확보이지만 최 단장은 궁극적으로 이 기술들이 사용됨으로써 기존대비 태양전지 90%, 연료전지 50% 효율을 높이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목표이지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가 달성되면 화석연료에너지 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석유와 석탄은 언젠가 고갈이 될 것이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무한정에 가깝고 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 인류 공동의 문제인 에너지문제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우리 연구자들은 너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구가 선정돼 기쁘고 감사하고 의욕도 넘친다"고 말했다. 안 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 혹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과학이다. 앞으로 10년간 연구단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에너지 생산대국’이라는 이름을 선사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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