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민 교수협회장, 이사회의 역사적 결정 촉구

경종민 KAIST 교수협의회장은 17일 'KAIST의 주인을 찾아주십시오'라는 소고를 발표했다. 경 회장은 소고를 통해 "KAIST에 제대로 된 주인을 세워야 한다"며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KAIST의 진정한 주인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줄 역사적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경 회장은 또 소고에서 서남표 총장에 대한 교수협의 사퇴 촉구 배경 설명하고, 그동안의 서 총장 행보에 대한 교수협회장으로서의 증언을 조목조목 밝혔다.

아울러 경 회장은 "서 총장이 아직도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학교를 독선적으로 운영해 오는 등 그동안 질타를 받아왔지만 서 총장은 그때마다 기사회생해왔고 비판자들은 반개혁파가 되어버린 듯하다"며 "KAIST 교수로 29년간 일해 왔지만 요새 부쩍 무력감을 느낀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교수협회장 소고 전문.

KAIST 교수협의회장의 증언과 바램, KAIST의 주인을 찾아주십시오. 

10월 26일은 서울시장 보선일이지만 KAIST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다. KAIST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지난 주에는 국감에서 서남표 총장의 특허와 위증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서남표 총장은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있어도 돌파해 온것을 항상 자랑한다. 미국 NSF 근무시절 천 여 명의 직원이 자신을 파면 청원한 것을 대통령이 거부하여 살아남은 것은 서 총장의 단골 무용담이다.

서남표 총장은 바위가 가로막고 있으면 돌아가지 않고 치우고 간다고 자랑한다. 나도 그저 작은 바위, 조약돌일지 모른다. 서남표 총장이 아직도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학교를 독선적으로 운영해오며, 자원과 조직을 사유화 하고 특허를 50개나 내서 사익을 추구한 것에 대하여 그동안 질타를 받아왔지만 서 총장은 그때마다 기사회생해왔고 비판자들은 반개혁파가 되어버린 듯하다. 면역치만 자꾸 높여주는 것 같다. KAIST 교수로 29년간 일해 왔지만 나는 요새 부쩍 무력감을 느낀다. 어느 기자들은 ‘평의회건을 총장이 양보했는데 계속 퇴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학교에는 학생, 교수, 교직원이 있는데 학생들에겐 학생회가 있고 교직원들에겐 노동조합이 있지만 교수들에겐 합법적인 대의기구가 없다. 교수협의회는 법적인 기구가 아니고 임의조직이다. (합법적인 교수들의 대의기구로 만들어진 것이니만큼 이름도 대학평의회에서 교수평의회라고 바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평의회 의결사항은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진 대학평의회 규정에 의하여 총장이 교수협의회와 한 약속에 의거하여 평의회를 그대로 구성하라고 요구한 것을 총장이 이사회를 핑계대면서 넉달 동안 버티다가 뒤늦게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고서야 다른 모든 혁신위 의결사항과 함께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토설한 것에 다름 아니다. 안 지키던 약속을 뒤늦게 지키겠다고 한 것이니 양보라할 수 없고 보상을 해줄 선행은 더욱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혁신위원장 겸 교협회장으로서 일선에서 겪으면서 앞으로 KAIST 의 나아갈 길에 대하여 생각해 본 것을 증언으로, 그리고 하나의 바램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우선 KAIST 교수님들에게, 특히 보직교수님들에게 부탁하고자 합니다.

교수님들께는 건방을 무릅쓰고 과학기술자들이 세상 모든 일에 다 간여할 수야 없겠지만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는 진지하게 고민하여 명백하게 말하여야 할 것이란 부탁을 드리고 싶다. 요새 KAIST 의 젊은 교수들은 학교의 일보다는 자신의 안위에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학교, 학생,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에 관심을 계속 유보한 채로 테뉴어를 받은 사람들로 가득한 KAIST 는 과연 어떤 모습의 학교로 남을까? 시니어 교수님들도 너무 함구하고 계신 것 같다. 정말 이렇게 주인이 없는 학교일 수 밖에 없는가? 총장의 특허 소유가 문제로 불거지고 나서 부총장 네 분이 부랴부랴 총장의 특허 변호를 위하여 기자 회견을 한 적이 있다.

교학부총장은 자신이 ‘총장의 참모’라고 말하며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기획처장은 고 박태관 KAIST 교수의 노제일 아침에 총장에 대한 사학연금 가입 등 교과부 감사지적사항이 무죄임을 전교수에게 이메일로 전했다. 이런 모습은 보직교수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직교수도 총장의 캐비넷의 일원이긴 하지만 그 전에 학교의 선생이자 평교수의 동료로서의 기본 자세를 지키는 것이먼저 아닐까. 서남표 총장의 거짓말에 대하여 좀 정리해 두고자 한다. 첫째는 9/5 일 전체교수회의에서다. 서 총장은 “나는 [합의서에] 보지 않고 사인했다, 종이 가지고 와서 사인하면 된다고 해서 사인했다” 고 했다. 나는 교협 부회장과 함께 교협 총회가 있었던 4/13 일 오후에 합의문을 가지고 총장실로 가서 여러 보직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장에게 설명하고 (특히 마지막 항은 재차 잘 읽으시라고 했고 총장은 본인도 읽고 보직교수들에게 받아들여도 되겠느냐고 물었다)구두로 합의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냥 돌아왔다. 합의문에 실제로 사인을 한 것은 [내가 다시 요구하여] 이튿날인 4/14 일 아침에야 이루어졌다.

합의서 내용을 전해 받고 실제로 사인을 하기 까지는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있었다. 마구 들이닥쳐 종이 내밀고 사인하라고 밀어부친 것이 아니다. 두 번째 거짓말은 국감장에서다. 나는 혁신비상위원장으로서 5/9, 5/19, 6/1, 6/20에 네 차례에 나누어 총장께 보고하고, 전 교수에게 전하였으며, 언론에도 공표한 바 있다.

어떻게 국회의원들 앞에서 ‘한 번도 혁신위 의결사항을 중간에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을 하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당시 이 위증을 두고 청문회, 특별감사 들 여러 얘기가 나왔었다. 세 번째는 지난 10/13 일의 전체교수회의에서다. 총장은 모든 교수들 앞에서 총장실로 찾아온 교협회장인 나에게 ‘총장에게 이런 일(평의회 구성과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목적이 없다’ 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나는 놀라서 총장의 그 물음에 내가 분명히 당시에 총장님께 “KAIST를 위해서 하는 것’ 이라고 명백히 말했다”고 전 교수 앞에서 명백히 말했다. ‘할 일이 없어서 총장을 내쫓기 위해서 교수들이, 교협회장이 이런 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 나는 총장이 이런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일부러 하는 것인지 잊어버려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분간이 잘 안 간다. 네 번째는 무책임과 모르쇠에 대한 것이다.

총장은 그동안 KAIST에서 생긴 리베이트 사건, 재정 손실과 은폐, 170여명 교수에 대한 감사지적에 대한 무관심, 반복된 거짓말 등 모든 큰 사고에 책임을 져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총장은 혁신위가 의결사항을 네 차례에 나누어 5/9일부터 전달하며 실행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자신은 모든 것을 이사회와 항상 의논하고 그 결정에 따라서 해왔기 때문에 혁신위가 모든 결정사항을 보내오면 그 때 가서야 이사회를 열어 의견을 물어 실행하도록 하겠다’ 고 하며 합의서에 사인할 때와는 사뭇 다른 혁신위를 무시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였다.

‘합의서의 f 항이 g 항에 우선한다’며 이사회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학생대표들의 시위와 항의가 거세지니까 이사회를 서면으로 열어 승인을 얻고서 학생들의 차별적 등록금, 연차초과자 수업료 등의 학생 관련 의결사항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의 말을 부인한 것이다. 특히 총장은 ‘혁신위에서 의결한 대학평의회 건은 이사회에서 심의하고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구성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지난 넉 달 동안 주장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9/12 일 국감에서 여야 거의 모든 국회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고서야 ‘평의회를 포함하여 혁신위의 모든 의결 사항을 즉시 실행하겠다’고 항복하였다.

모든 KAIST 구성원들을 참으로 참담하게 만들었다. 이런 사람이 KAIST의 총장으로 있는 것이 참으로 창피하고 그런 우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AIST의 최고지도자로서는 물론, 학자로서 있을 수 없는 비루한 모습 아닌가. 소통을 안 하는 것, 독선적인 행동도 문제이지만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서 내가 실로 걱정되는 것은 서 총장 한 사람의 신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총장 한 사람의 진퇴나, 특허에 의한 수익이 얼마나 되는 것보다 KAIST의 미래다. KAIST 는 우리나라의 여러 과학기술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우리 전체와 과학기술의 미래가 실로 염려되는 것이다.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은 총장의 사퇴 촉구를 하는가 안하는가, 평의회를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동안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망가져가는 KAIST 의 모습과 그 안에 담았던 우리의 희망이고 우리들의 인생이다.

KAIST는 이제 정말 주인을 잃어가는 것 같다. 지도자와 학교가 난타당하고 구성원은 갈라지고 있는 판에 모두가 돌아 앉아 이 일로 인하여 자신에게 미칠 영향과 이해득실만 계산하고 있다면 그 기관은 이미 희망이 없다. 주인이라면 고통의 시간에 아파해야 하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AIST의 어느 누구도 충분히 떳떳하지 못하다.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포스텍에는 박태준 회장이 어른 역할을 하고 있고 서울대학교는 어느 누구도 못 건드리는 민족의 대학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막강한 동문들이 있다. KAIST는 어떤가. KAIST는 왜 지금 이 고통의 때에 더 길게 목을 드리우고 울고 있지 못하는가? KAIST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당연히 KAIST의 주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이사회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을 선임하게 되어 있다. 이는 소위 ‘양의 궤환 (positive feedback)’이라는 것으로서 한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매우 불안정한 시스템이다. 모든 시스템은 상호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 가 있어야 안정된다. 얼마 전에 KAIST의 부총장은 이런 말을 했다. ‘KAIST는 실험대학’이라고. 물론 진정한 개혁은 꾸준히 해나가야 하겠지만 신중한 검토 없이 이런 저런 실험을 마구잡이로 해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하기에는 KAIST는 이미 너무 중요하고 복잡한 학교다. 개혁의 이름으로 충분히 검증 안 된 사람들을 마구 데려다 놓고 이런 저런 생각을 실험하도록 맡겨두기에는 너무 많은 젊은이들과 국가의 막중한 자원이 투입되는 곳이다. 회사건 학교건 어느 기관이고 잘 되려면 주인, 즉 주인 역할을 하는 주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KAIST 이사회가 진정 주인의 역할을 하려면 KAIST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할 사람들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들어와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대신하여 감독을 잘 하여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구성 절차는 문제가 많다. KAIST와 영원히 한 배를 탈 사람들의 의견과 입장이 반드시 이사회의 구성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KAIST 혁신비상위원회에서는 의결 항 23항, KAIST 이사 선임절차 개선 항을 도출하였다. KAIST 이사회에서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이사 선임절차 개선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정말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 문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서울대학교는 직선제 도입 후에 교수들이 1 순위로 올린 후보가 총장이 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KAIST 에서는 잘 났건 못 났건 그 동안 교수들이 1 순위로 요청한 총장후보가 총장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이 주인의식이 떨어져가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일까. 두들겨 맞고 속아도 참고 계속 기다리고 당해도 KAIST 교수들은 이공계 교수들이라서 그런지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에는 제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것이 과연 도대체 좋은 현상이고 따라가야 할 과학기술자들의 표상인가?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등록금 오를까봐 총장실을 점거하지만 KAIST 교수들은 실제로 열 명도 넘는 동료들이 정년보장심사에 걸려 잘려 나가는 데도 그것은 규칙에 맞는 것이고 개혁의 일환이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이번의 혁신위원회 의결 항에도 교수들이 복지나 이익을 챙긴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KAIST 교수들이 그렇다. 그런 교수들이 총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는 이공계 교수들의 이 요청을 반드시 혜량하여 주셔야 한다. 나는 75년도에 이 학교에 들어와서 학생/연구원 8년, 교수 29년 동안 월급 꼬박 받으며 잘 지내 왔다. 이제 소리 내어 우리 사회와 이사회와 교과부에 진정으로 간절하게 당부하고 싶다.

그러나 서남표 총장을 내보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규정을 들여다보면 KAIST 의 총장후보선임 체계는 너무나도 허술하다. 두 달, 아니 다섯 주 안에 새 총장 후보를 급조하여 이사회에 추천하게 되어 있다. KAIST의 지배구조는 너무나도 엉성하다. 아무도 주인이 없고 지나가면서 그 때 손닿는 사람이 건드리는 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전에는 과학기술부가 이사회를 통하여 KAIST를 콘트롤해 왔다. 서남표 총장은 교과부가 방심한 사이에 교묘하게 그 권한을 빼앗아 왔다.

그러나 본인의 독선을 위하여 그 권한을 휘둘러 왔다. 이제 서 남표 총장은 더 이상 이사회 구성에 힘을 쓸 수가 없다. 교과부가 다시 그 권한을 가져갈 것인가. 그것이 바람직한가 묻고 싶다. 진정 KAIST가 잘 되고 우리의 과학기술이 잘 발전하는 길이 무엇인가 우리 모두 한 마음 되어 생각해보자. KAIST에 제대로 된 주인을 세워야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께 KAIST와 그 명운과 영욕을 함께 할 주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새 총장과 이사회를 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KAIST에 진정한 주인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강력히 정부와 이사회와 사회와 국민에 요청하고자 합니다. 이 일은 이번의 이사회가 하여야 하며 이사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역사적인 사명이 이번 이사회에 주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명확하게 이번의 사태를 파악하여 이 번의 위기를 백년의 초석을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KAIST 의 학생들은 동창이 되어 사회에서 살고,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퇴임 전까지 학교에서 일합니다.

평의회와 동창회에 이사회의 추천권을 달라는 것이 23 항의 핵심이고 나는 이것이 KAIST 가 주인을 찾는 길이자,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주인의 반열에서 빠진다면 누가 주인이 될 것입니까? 이번의 이사회에서 이 일을 반드시 성취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11년 10월 17일 KAIST 교수협의회장 경 종민 배상.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