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연구원, 출연연 시스템 조속한 확립 촉구하고 나서

과학기술계 원로들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의 위상 정립과 기능 강화를 비롯,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 시스템의 조속한 확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정연구원(이사장 채영복)은 17일 국과위의 기능 강화와 연구개발 취지의 정책적 환경 조성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요소로 과학자의 창의성, 수월성과 열정이 배어있는 연구현장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정부의 연구개발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언급하며 정치적 목적이나 부처 간 이기주의에 따른 정부출연 연구기관 구조조정과 비전문가에 의한 예산 통제 및 평가 제도를 비판했다.

아울러 연구개발 관련 예산 배분 및 조정권을 국과위로 이관할 것을 주장했으며, 기초기술연구회 및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27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국과위 산하로 통합해서 연구개발 거버넌스 시스템을 조속히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아래는 건의문 원문이다.
국과위가 국가 R&D 예산을 배분·조정해야 한다. 정부 출연연을 국과위가 통합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 12위권의 경제국으로 성장하였고,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의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설립 당시부터 해외도입기술을 소화, 개량하여 국내 산업체에 이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전자 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정책을 입안하고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업기술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출연연도 과거의 모방 연구에서 이제는 세계 최초 개발 연구성과가 나오는 수준으로 발전하였으며, 우주 개발, 인간 유전체 연구, 핵융합 등 국가가 수행해야할 거대과학, 미래지향적인 기초 원천기술, 공공복지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원전수출과 같은 쾌거를 올린 것도 출연연 과학자들의 능력과 열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0년의 '모방형 성장' 시대에서 앞으로 50년을 ‘창조적 성장’의 시대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바로 그 전환기적인 시점에 서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렬하다.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는 부처 간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앞으로 나가야할 때다.

돌이켜보면 지난 40여 년간 출연연 구조조정은 과학기술계의 발전보다는 정치적 목적이나 부처 간 이기주의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과학기술의 수요는 4세대, 5세대 R&D 경영기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정부의 R&D 거버넌스 수준은 지난 세대의 구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3세대에 머물고 있어서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그 한 예가 PBS제도이고, 연구소를 휘하에 많이 거느리기 위한 부처 간의 경쟁이며, 비전문가들에 의한 R&D 예산 통제와 평가제도다. 이제는 정부의 모든 부처가 소관 영역 다툼의 힘겨루기 보다는 국가차원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할 때다.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요소는 과학자의 창의성과 수월성, 열정과 혁신적인 노력이 배어있는 연구현장(출연연)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연구환경 (R&D 거버넌스 시스템) 두 가지로 집약 할 수 있다. 아무리 연구현장이 수월성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해 주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 거기서 나오는 수확은 체감될 수 밖에 없다.

폴 로머와 같은 경제학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극대화시키는 제도와 정책을 '메타 아이디어'라 칭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경제의 성장은 이런 '메타 아이디어'가 잘 실현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 등 과학기술의 중심이 이와 같은 환경을 따라 이동해 왔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지난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을 위한 민간위원회(안)은 국가 과학기술 거버넌스 시스템과 출연연 발전방안이라는 두 축을 함께 담고 있었고, 과학기술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제출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3월에 국과위를 대통령 직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데 그쳤고, 중요한 변화의 핵심인 국가 R&D 예산의 배분, 조정, 평가, 그리고 출연연 소관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불완전한 상태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민간위원회(안)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 소관 기초기술연구회와 지식경제부 소관 산업기술연구회에 속한 27개 출연연들을 국과위 산하로 이관하여 통합하도록 되어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출연연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과 융합 그리고 유연성을 증대시켜 시대변화를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다수 연구원들이 진정으로 원하였다.

그리고 과학기술 관련 예산의 배분·조정이나 평가는 급변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 없이는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 나가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과 치밀한 전략에서 앞서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과위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과위의 기능적 위상이 확립되지 않고 있고, 부처 간 이기주의가 구태의연하게 표출되고 있어 국가 R&D 관련 예산은 전문성을 상실하고, 출연연의 운영은 효율적이지 못하여 과학기술계는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이에 원정(元正)연구원은 국과위 기능을 바로 세우고 출연연 거버넌스 시스템의 조속한 정착을 촉구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정부 관련 부처는 과학기술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서 출연연이 세계적 수준의 R&D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부처 간 이기주의를 버리고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2. 기획재정부는 국과위의 전략과 정책조정이 효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R&D 예산배분과 조정기능을 국과위로 이관하고 국과위가 다룰 예산을 총액으로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3.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는 소관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에 각각 속한 27개 출연연들을 국과위 산하로 이관·통합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

4. 국과위는 국가 R&D 예산의 배분․조정․평가와 출연연 육성 등 부여된 역할을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추진하고 국과위 위원장은 대통령께 월 1회 정기적으로 대면 보고하여 국가 R&D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해 줄 것을 촉구한다. 2011년 10월 17일 원정(元正)연구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