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선창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장
탐구·규명 중심의 생명과학에 창의적 설계·공학적 원리 도입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첫 등장은 파격적이다. 장난감 같은 자동차가 갑자기 로봇으로 변신하더니, 수많은 적들을 물리친다. 어두운 길목을 비추던 헤드라이트는 로봇의 눈이 되고, 카오디오는 로봇의 성대가, 연기 풀풀 나던 배기통은 어느새 적들을 쓰러뜨리는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돼 있다.

자동차의 본래 기능을 넘어 여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트랜스포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생물의 트랜스포머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연계에 넘쳐나는 미생물이 어느 순간 트랜스포머로 변신해 인간의 간절한 수요을 충족시켜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희망섞인 질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로 선정된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의 단장인 김선창 KAIST 교수가 내놓은 대답은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고령화와 자원고갈, 심각한 환경 오염 등의 요인으로 친환경적인 바이오 제품과 소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만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바이오 생산시스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김 교수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바이오 산업은 지금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정체기에 빠진 상태다.

수 백 조원 시장 창출이라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세계 바이오 시장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업용 세포의 한계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산업용 세포는 모든 것을 다 만들고 있다. 약을 비롯해, 술, 식품도 만든다. 지난 수 십년간 수많은 유전공학기법을 통해 개량하고 생산해냈다.

생산성에서는 이미 이론적인 극대치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며 "현재 상태로서는 더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마진이 제한돼 있다. 90%까지 와 있는 상황이라고 봤을 때, 나머지 10%에 전 세계가 달려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정체를 돌파할 신무기는 없는 것일까.

김 교수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즉 발상의 전환이다. 이론적 한계치에만 매달려 있지 말고 깨버리자는 것이다. 그는 "세포에 공학적인 개념을 도입해 단순화, 표준화, 부품화, 모듈화시키면 생산성에 있어서는 이론적인 한계치를 훨씬 초과할 수 있다.

새로운 생산성을 갖는 지능형 인공세포 공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맨발로 뛰는 것 보다 뛰기에 적합한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훨씬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세포에도 자체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운동화를 신겨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해야만 바이오가 새로운 산업 혁명을 초래할 수 있다. 차세대 의약품과 기능성 화학소재, 친환경 물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시간에 원하는 물질을 '뚝딱'…지능형 바이오시스템으로 가능

생명체와 관련된 산업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바이오 산업은 그런 점에서 늘 예의주시의 대상이 된다. 지난해 5월 '인공생명체 창조'라는 뉴스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크레이그 벤터가 이끄는 미국 연구진이 '화학적으로 합성된 지놈을 가진 박테리아의 창조'라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박테리아가 창조의 의미를 대신할 수 없다고는 하나, 과학자를 비롯한 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은 생명체의 창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생명윤리의 문제나 미지의 위험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신비한 자연의 영역을 한 부분씩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놓고 있지만, 생명체의 영역은 다른 영역과 차별적으로 조심스런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인간의 탐구 열정은 어느새 생명의 본성에까지 다가가고 있다.

1970년대 DNA 재조합 기술이 등장하면서 1990년대 체세포 복제를 성공했으며, 2000년대에는 인간 유전체 지도를 완성해 나갔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인간의 호기심과 발맞춰 꾸준히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 교수는 "공학적인 부분은 깎고 쪼개도 상관없다. 그 자체로 산업 혁명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는 그럴 수 없다. 건드리면 사고가 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조금씩 시대가 변해가면서 이제는 공학적인 개념을 바이오 쪽에 도입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현재의 산업용 세포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 ⓒ2011 HelloDD.com

세포가 진화하기 위해선 적응을 위한 시행착오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겪어내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미생물이 진화의 과정을 겪어낸다는 것은 환경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그 정보가 그대로 유전체에 새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미생물은 정보를 없애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정보가 자꾸 축적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정보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유전체를 제거함으로써 산업적 측면에서 필요로하는 최소유전체 균주를 구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렁이나 개구리는 죽을 때 말라서 죽는 반면, 쥐는 썩어 없어진다. 똑같은 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생명체 내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의 차이 때문이다. 지렁이나 개구리는 자기 몸을 보호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반면, 쥐는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생명체를 관찰하면서 터득한 정보가 많다. 지렁이와 개구리들이 물질을 만들어 자기 몸을 보호한다는 정보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에 더해 인류에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여러 전략이 필요한데, 불필요한 유전체를 제거하는 것 역시 방법론 중 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유전체를 제거한 후에는 자동화 연속 반응 설계 개념이 들어간다. 쉽게 이야기하면 무작위로 반응하는 생체 내 효소를 작동 순서대로 묶어두어 다양한 생체 내 효소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과정으로, 바이오 컨베이어벨트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생명현상은 복잡한 다단계 효소반응으로 구성되어 있다. 효소가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가 반응하면 그때서야 목표로 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 교수가 개발한 자동화 회로(DNA Scaffold) 기술을 사용하면, 원스텝으로 일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만큼 단시간에 원하는 물질을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를 만들면 서울에서 엔진을 만들고, 대구에서 바퀴를 만들고, 대전에서 창문을 만들어야 했지만, 자동화 회로 개념이 도입된 바이오 컨베이어벨트에서는 직접 라인을 만들어 자동차를 바로 만들 수 있다.

김 교수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반도체에만 쓰던 캐드 개념을 바이오에도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생물에 부품을 갈아 끼우고 하는 지능형 세포 공장을 만들면 1시간 이상 걸릴 일들이 굉장히 빠르면서도 정교한 조절이 가능하도록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능형 바이오시스템이 공학적으로 활용될 경우, 바이오시밀러로 대표되고 있는 고품질 항체 의약품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활용의 다른 예로 합성을 해야 하는 화학의약품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대략 15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합성은 어렵고 수율은 떨어져 생산성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지능형 세포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즉, 지능형 세포를 만들어 신약을 만드는 단계를 간소화하고, 1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3∼4단계로 줄일 수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저렴한 가격에 신약을 공급할 수 있고, 신약 개발도 빨리 할 수 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실시간 모니터링 도입으로 책임감 부여, 성과 극대화 기대

김 교수가 이끌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의 성과 목표는 '탐구·규명 중심의 생명과학에 창의적 설계·공학적 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즉, 목표지향적인 지능형 인공 바이오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한다는 게 그가 잡은 연구단의 실질적인 목표다.

목표와 방향은 다양한 연구환경변화에 따라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 김 교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구 목표를 조기달성할 수도 있고, 미래 기술과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연구목표와 방향을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같은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연구단도 최고의 연구진으로만 구성했다. KAIST를 비롯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 10개 기관에서 23명의 연구진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단은 총 3개의 핵심과제를 축으로 움직이게 된다. 바이오시스템 해석 기반 바이오부품·소자 원천기술,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 합성,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 공학적 활용 등으로 나뉘어진다. 김 교수는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도할 계획이다.

핵심 과제간 체계적인 연계와 순환형 연구조율을 위한 방법이다. 상대방을 위해 연구를 해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문제는 연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기분 좋게 연구할 수 있도록 우수연구팀에 집중 지원을 할 생각이다.

과제별로 수행 과제에 전념할 수 있는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여, 과제에 대한 책임감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연구자 중심의 후보 연구 그룹도 확보했다. 그는 "경쟁 심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견제할 수 있는 후보 연구 그룹이 있어야 견제할 수 있다"며 "연구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파이를 크게 키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미생물이라는 생명체를 다루는 이상 생명윤리위원회는 필수라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국내 지능형 합성생물학 연구 안전·보안·윤리 위원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련된 법규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도 및 자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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