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의 과학기술 속에서 윤리 읽기]

2010년 우리나라의 인구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대가족이 핵가족화 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2010년 인구조사 결과는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는 전체 가구 가운데 24.3%가 2인 가구다. 그 다음이 23.9%를 차지한 1인 가구다. 2인 가구는 부모 가운데 한 명과 자녀 한 명이 가구를 이루는 경우가 많아지고, 고령자 가구가 늘어난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

특히 고령 인구의 증가는 1인 가구의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미혼자가 증가한 것이 1인 가구 증가를 불러왔다고 분석된다. 이렇게 가정이 분화됨에 따라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고령자와 아이들 모두 누군가의 물리적, 정신적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은 중대한 문제이다. 최근 도우미 로봇(caregiving robot)에 대해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주목한 결과이다.

도우미 로봇은 고령자나 노인에 대한 돌봄 영역에서 사회적으로 메우지 못하는 간격을 채워줄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은 고령자나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고, 심부름을 하고, 아이와 놀아주고, 노인의 말동무를 해주고, 애완동물이 되고, 아이의 선생님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 인간 사회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될 것이다.
 

▲일본 원전피해 노인과 하프물범로봇 파로. ⓒ2011 HelloDD.com
◆고령자를 위한 도우미 로봇 게코 시스템즈인터내셔널(Gecko SystemsInternational Corp.)는 2014년 경 고령자를 위한 개인용 도우미 로봇 시장의 규모가 8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현재 케어봇(CareBot)이라는 도우미 로봇을 개발중이다.

케어봇은 고령자의 필요에 맞춰 호흡, 체온, 심박수 등 다양한 신체적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지니고 있다. 케어봇은 구두로 명령을 주고받으며 약을 챙기고 영상감시를 제공한다. 로보소프트(Robosoft)의 콤파이(Kompai)는 말을 할 수 있으며 음성 명령에 반응한다.

현재 다양한 감정 상태에 따라 얼굴 표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추가하고 있다. 가정용 도우미 로봇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독일 등 3대 강국과에 견주기에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해 1월에 KIST인지로봇센터의 유범재 박사팀이 공개한 마루-Z는 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루-Z는 전자레인지를 조작하고 구운 토스트와 음료를 주인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 일본의 AIST에서 개발한 하프물범 로봇은 치료용 로봇이다. 하프물범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파로(Paro)로 불리는 이 로봇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긴 노인들에게도 위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들은 파로를 쓰다듬거나 안고 있음으로써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파로와 같은 애완로봇은 애완동물에 못지 않은 정서적 교감을 제공하면서도 애완동물의 결함을 지니고 있지 않아 앞으로 활동력이 떨어지거나 외로운 노인들에게 반려동물을 대신하는 존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애완동물의 경우에는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애완로봇은 따로 보살펴줄 필요가 없다는 특성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도우미 로봇

어린이용 도우미 로봇 파페로. ⓒ2011 HelloDD.com
돌보는 사람 없이 홀로 집에 남겨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빈곤층 아이들의 40%, 차상위 계층 아동의 20%가 방과후 집에 홀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아동이 집에 홀로 남겨진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만 5살에서 14살 사이의 아동 가운데 9.75%가 2시간에서 9시간 동안 돌보는 사람없이 집에 홀로 남겨진다고 한다(2002년 통계).

그런데 아이를 집에 홀로 남겨두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지속적으로 집에 혼자 남겨지는 아이들은 먼저, 우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보통 아이들보다 낮은 수준의 자존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 등 일탈 행동의 가능성이 커진다. 잠재적인 위험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나이가 어릴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또한 학습 장애나 학습 부진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통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방송이나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성인물에 노출되기 쉽고 이로 인해 부적절한 행동을 학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성년자 임신 등도 부모의 돌봄 없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로봇 보모는 아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홀로 남겨지는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로봇은 아이의 놀이감이 될 수도 있고, 친구도 될 수 있으며, 아이를 감독하거나 공부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좀더 먼 미래의 일이긴 해도 아이에게 윤리적 조언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파페로(PaPeRo)로 불리는 보모 로봇은 아이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로봇의 눈에 달린 카메라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담아 부모나 보호자의 컴퓨터나 이동전화에로 송신해주기 때문이다. 이동성을 떨어지지만 헬로키티 로봇도 아이들에게 친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검토 선행돼야 이런 종류의 도우미 로봇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윤리적 문제는 프라이버시이다. 비디오 녹화 등으로 노인이나 아이의 사적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의 적절한 처리와 관리 규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아마도 생체측정 자료나 의료 자료의 관리에 준하는 규준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를 돌보는 로봇이 경우에는 로봇의 이용에 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장난감이나 스포츠 시설, 의료 장치 등에도 몇 가지 사용 제한이 적용된다. 예컨대, '이 장난감은 8세 미만의 아동은 사용을 삼가는 것을 권장한다' '이 풀에는 120cm 이하의 아동은 들어갈 수 없다' '이 사우나기는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등으로 말이다.

보모 로봇이나 아동용 애완로봇 등의 경우에도 유사한 제한조건들을 만들어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만 5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에는 보모 로봇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로봇은 아이를 돌보는데 있어서 부수적인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며 일차적 수단으로 사용하였을 때 심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5세 미만의 아동은 로봇에 대해 정서적 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장차 아이의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성인인 노인의 경우에도 로봇을 치료용이든 친구로든 활용하는데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의 경우에 로봇과 친숙해지면 나중에는 그것이 로봇이라는 것을 잊고 자신과 모종의 인격적 관계 비슷한 것을 형성할 수 있는 존재로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것이 로봇임을 분명이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노인과 로봇과의 상호작용은 일종의 속임수의 성격을 띨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새로운 과학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 상황을 함께 불러온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새로운 과학기술은 인간 사회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해외에서는 로봇에 관한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검토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에 세계 최초로 로봇헌장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 적이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로봇헌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로봇연구와 로봇활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검토가 국내에서도 좀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고 기대한다.

참고 문헌
-Amanda Sharkey & Noel Sharkey, "Children, the Elderly, and Interactive Robots", IEEE Robotics & Automation Magazine, 2011, pp.32-38. -David Fell-Seifer & Maja J. Mataric, "Socially Assistive Robotics", IEEE Robotics & Automation Magazine, 2011, pp.24-31. -Javier Ruiz-del-Solar, "Additional elements on the use of robots for childcare", Interaction Studies, 2010, pp.253-256. -이인식, '나는 멋진 로봇친구가 좋다', 고즈윈, 2009. -페이스 달루이시오, '새로운 종의 진화 로보 사피엔스', 김영사, 2002.
 

▲이상헌 교수 ⓒ2011 HelloDD.com
이상헌 교수는 서양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전담교수로 재임 중입니다. 연구분야는 신생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 논의,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기술의 대융합(공저)' '대학생을 위한 과학글쓰기(공저)' 등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상헌의 과학기술 속에서 윤리읽기'를 타이틀로 신생과학기술들을 윤리적 관점에서 되새겨 보며 인간의 행복 증진을 위해 최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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