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종민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장
"新개념 스마트센서 성장동력화"…IT 분야 첫 프론티어사업단

 

가정해보자,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이 10년, 20년 후에도 지금까지처럼 계속 승승장구한다고 치자.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다른 어느 것보다 지금의 기술과 전혀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의 기초·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이런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라는 성장 방정식이 둔화되고 있는 판에 우리나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산업체들의 기술개발만 가지고는 여러 가지 한계가 보인다.

게다가 반도체 1등 국가의 운명조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으로서는 바로 코 앞의 기술개발에도 허덕이는 판에 10년, 20년 먼 미래를 바라본 기술개발 투자는 어림도 없다. 이런 고민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나노종합팹센터 3층이 그 현장이다. 이곳에 미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대안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실험실이 자리잡고 있다.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뭔가 명패같은 것이 있을 텐데,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본격적으로 연구단 사무조직이 출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이다. '다차원 스마트 IT 융합 시스템 개발.' 좀 쉽게 풀어 말하면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 넘는 신개념 소자·소재·공정·회로·3차원 반도체·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기술개발 쯤으로 풀이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터치센서처럼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센서를 중심으로 연구한다고 보면 됩니다. 3차원 반도체와 나노기술, IT 플랫폼을 접목해 에너지를 아주 적게 쓰면서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센서들이 앞으로 많이 탄생할 것입니다."

경종민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장(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은 세계적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는 스마트 센서의 신성장 동력화를 특히 강조한다.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다.

과거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후속 대형 장기 연구개발사업으로 매년 100~150억 원씩 9년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지원된다. IT 분야로서는 최초다. 기존 프론티어사업단은 모두 나노와 바이오 분야였다.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의 가장 큰 목표는 에너지 소모·제조비용·정보 처리·전송 속도·신뢰도 면에서 현재보다 무려 1000배 이상 효율적인 스마트센서와 이를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 구축을 구축하는 것이다.

경 단장은 "2020년 1.2조 달러 시장가치가 예상되는 자연재해와 안전사고, 환경오염 감시, 질병진단 등의 스마트 IT센서분야에서 선두적인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반드시 스마트센서를 성장동력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스마트센서의 힘? 적용분야 무궁무진…경 단장 "인생 마지막을 걸겠다"

 

▲경종민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장. ⓒ2011 HelloDD.com
구제역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현재로서는 처리 방법이 단순하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십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그대로 땅에 묻는 사태를 겪어야만 한다.

그러나 경종민 단장 눈에는 머지 않아 그러지 않아도 될 희망이 보인다. 가축전염병 감염여부를 인지할 수 있는 스마트센서를 개발해 가축에 심어 정보전달이 되게하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값싸게 적은 에너지로 센서를 동작시키는 기술개발이 관건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처럼 방사능 유출도 스마트센서를 요소 요소에 싼 가격으로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 차원이 다른 정보와 대응이 가능해진다.

차사고나 비행기·선박 사고시 블랙박스를 찾느라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도 스마트센서가 대체할 수 있으며, 감시카메라 설치가 어려운 사각지대도 얼마든지 스마트센서로 커버할 수 있다. 스마트센서는 미래의 '만능 솔루션'이다.

경 단장은 "우리 사업단은 에너지 소모 1000분의 1, 자연피해 1000분의 1, 편이성 1000배, 시장창출 1000배를 가져오는 1000배 나은 세상을 열어줄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나노 혁신소자 ▲스마트IT융합 플랫폼 ▲다차원 스마트센서 시스템 등의 사업단 핵심 기술개발 과제 추진전략을 설명했다.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은 우리나라 반도체 설계 분야 개척자인 경종민 단장을 중심으로 성건용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이종호·김재하·송윤규 서울대 교수, 이석희·김상욱·박인철·박효훈·정기훈 KAIST 교수, 김종백 연세대 교수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IT 연구자들이 총집결하고 있다.

경 단장은 "원천핵심기술 확보단계에서부터 응용시스템 구현단계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진행하면서 넓은 관점을 가지고 혁신적 기술개발이 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단장은 "하나의 단품이나 논문을 쓰려는게 아니라 한국 IT 반도체 기술의 장기발전 기반이 될 수 있는 엔진을 만들고 싶다"며 "협력과 화합 기반을 만들어 그 위에서 연구자들이 맘껏 활약할 수 있도록 사업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 단장의 나이는 이순(耳順)을 앞둔 59세. 그는 "30년 넘게 한 평생 몸담아 온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도록 기반 역할을 하는데 인생 마지막을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사단법인 '나눔과기술' 대표로 활동하면서 캄보디아나 아프리카 등 어려운 인류를 위해 적정기술(개발도상국 등 특정 지역에 알맞은 가장 단순한 수준의 기술)을 개발·전파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3차원 스마트IT융합연구단장이라는 새로운 국가적 미션을 수행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그의 또 다른 일상은 어려운 인류 삶을 위해 열정을 쏟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는 천상 과학자다.
 

▲다차원 스마트 IT 융합 시스템의 플랫폼 개념도.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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