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13일까지 'ASC2011' 개최…노벨 과학상 수상자 7명 참석
전 세계 23개국 젊은 과학도 200여 명, 과학적 정신·경험 교류

과학탐구를 향한 열기로 대전이 뜨겁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7명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아시아의 젊은 과학도들이 7일부터 13일까지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에서 열리는 '제5회 아시안사이언스캠프(ASC)'를 통해 하나됨을 만끽하고 있다.

SC는 한국 고교생과 대학생 40명, 인도 30명 등 아시아 23개국에서 모인 18~22세 젊은 과학도 200여 명이 1주일간 노벨상 수상자 7명을 포함한 14명의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하며 과학적 열정과 정신,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행사다.

매년 독일 린다우섬에서 열리는 노벨상 수상자 캠프인 '린다우 미팅'을 모델로 만들어진 ASC는 지난 2007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처음 열렸으며, 올해가 5회째다. 한국물리학회와 대한화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기초의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ASC의 창안자이기도 한 고시바 마사토시(2002년 물리학상)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더글러스 오쉐로프(1995년 물리학상), 조레스 알레로프(2000년 물리학상), 마코토 고바야시(2008년 물리학상), 리원제(1986년 화학상), 아론 시에차노버(2004년 화학상), 로저 콘버그(2006년 화학상) 등 모두 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초청됐다.
 

▲석학들과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는 젊은 과학도들. ⓒ2011 HelloDD.com

이외에도 스튜어트 파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김영기 페르미연구소 부소장,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 김은성 KAIST 교수, 김성근 서울대 교수, Jim Jr-Min Lin 대만 치아오텅대 교수, 김성호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Jia-Wei Wu 칭화대 교수, Shigang He 중국과학원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아시아지역 23개국 200여 명의 젊은 과학도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토론에도 참여해 꿈과 비전을 심어주게 된다. 석학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스스로 묻고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대회 기간 소그룹 모임은 35번이나 계획돼 있다. 대회 기간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서남표 KAIST 총장, 염홍철 대전시장 등이 초청인사로 참여해 행사 개최를 축하하고 산업체 방문투어, 전통문화체험, 참가국 문화배우기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개막식 전날인 7일에는 각국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며 우정을 쌓는 문화 교류 기회도 가졌다. 한편 ASC행사 기간과 맞물려 '2011 과학기술통합 국제콘퍼런스'와 '2011 아시아 차세대 생명과학자 콘퍼런스' 등도 대전에서 개최된다.

◆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석학들의 강연…"지식의 열정 불태운다"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 ⓒ2011 HelloDD.com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의 첫 강연자로 나선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학교 특별명예교수는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올라섰다. 몸은 노쇠했지만 강단있는 그의 목소리는 단숨에 청중을 휘어잡았다. 그의 강연에 전 세계 19개국에서 참가한 192명의 과학도와 석학들은 숨소리를 죽여가며 경청했다.

고시바 박사는 강연을 통해 "우주대폭발 때 나온 중성미자의 우주 분포의 관측이 가능하다면 태초에 갓 태어난 우주의 모습에 훨씬 가까이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성미자 천체물리학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고시바 박사는 중성미자 천문학의 창시자로, 역시 중성미자의 존재를 입증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레이먼드 데이비스 2세, 세계 최초로 X선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에 올린 미국의 리카도 지아코니와 함께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와 X선을 처음으로 관측해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문을 연 공로로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또한 그는 중성미자 연구가 어렵고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좋아하는 연구를 하다보니 노벨상을 받게 된 거지, 노벨상을 타려고 연구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위안저 대만 아카데미아 시니카 회장. ⓒ2011 HelloDD.com

198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리위안저 대만 아카데미아 시니카 회장은 강연을 통해 "세계는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됐으며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구분이 폐기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는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미국인들처럼 큰 정원에 큰 차를 소비하는 생활을 지속하게 된다면 5.4개의 지구가 필요하며, 영국인처럼 자원 양을 소비하면 3.1개의 지구, 남아프리카는 1.4개의 지구, 아르헨티나는 1.2개의 지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세계는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됐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과 같은 분류법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위안저 회장은 "미국식 해결은 안 된다. 독립적이고 글로벌한 과학 조직을 만들고 지구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노벨상 수상자 7인은 누구?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에 참석한 노벨상 수상자 중 가장 연장자인 고시바 마사토시 일본 도쿄대학교 특별 명예교수는 1926년 일본 혼슈의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한 뒤 미국에 유학해 뉴욕의 로체스터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소립자로, 태양의 핵반응이나 은하계의 충돌 과정에서 생긴다.

이렇게 생성된 중성미자는 빛보다 약간 느린 속도로 지구에 도달하지만, 주위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통과해 지나간다. 이 중성미자를 연구하면 핵반응이 일어나는 별 내부의 구조와 온도 등을 알 수 있어 우주와 물질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 중성미자 관측으로 그는 중성미자 관측방법을 한 단계 높인 천체물리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고시바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다른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그가 이 상을 타기까지의 과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소아마비에 걸려 수개월을 휴학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했는가 하면, 도쿄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해서는 직업군인이었던 부친이 공직에서 추방돼 아르바이트로 가계를 꾸려가기도 했다.

1987년 중성미자 검출에 성공한 뒤 매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후보에 오르면서도 번번이 떨어지다 2002년에야 마침내 수상하게 됐다. 2005년 독일에서 열린 노벨상 캠프에 참석한 뒤 리위안저 박사와 뜻을 모아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를 창설했다.

조레스 알페로프 박사는 1930년 3월 15일 벨라루스 비텝스크에서 태어났다. 1952년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V.I.울리아노프(레닌) 전자공학기술대학 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1962년 이후 'III―V 반도체 헤테로 구조체'라고 불리는 복합반도체 장치의 연구에 종사하면서, 이 장치에 들어가는 고속 광전자소자와 극소형 전자소자를 개발하고 관련기술을 발전시켰다.

고속 트랜지스터와 레이저 다이오드, 집적회로(IC) 등을 개발해 현대 정보기술(IT)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헤르베르트 크뢰머(Herbert Kroemer), 텍사스인스트루먼츠사의 잭 킬비(Jack Kilby)와 함께 2000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971년 미국의 프랭클린연구소 종신회원으로 선임된 것을 비롯해 독일과학학회(1987), 폴란드 과학학회(1988), 미국 국립기술학회와 국립과학학회(1999), 한국 과학기술한림원(1995) 등 많은 외국 학회의 외국인 회원으로 선임됐으며, 러시아에서도 도량형학회(1994), 국제냉동학회(1997) 명예회원으로 있다.

리위안저 박사는 세계 최대 과학단체인 국제과학연맹위원회 차기 위원장이다. 타이완 출생으로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965년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68년 시카고대학교, 1974년 이래 버클리대학교 교수로 재직해 왔다.

초기에는 하버드대학교의 허슈바흐 교수와 공동으로 화학기본반응 연구를 위한 분자빔 연구를 했다. 그러나 후에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허슈바흐의 교차분자 빔법에 질량분석기를 개발, 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최종생성물을 형성하기까지 일어나는 여러 단계의 기본반응을 연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화학기본반응 동력학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공로로 허슈바흐, 폴러니교수와 함께 1986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타이완 출신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그와 다른 두 화학자의 연구는, 각종 화학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고, 특히 대기 중의 오존공해 문제를 푸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바야시 마코토 박사는 1944년 4월 7일 일본 아이치현의 나고야시에서 태어났다. 아이치 현립 메이와고등학교를 거쳐 1967년 나고야대학교 이학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나고야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나고야대학교 선배인 마스카와 도시히데와 함께 이른바 고바야시·마스카와 이론을 정립했다. 마스카와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소립자 쿼크가 6종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고바야시가 이를 이론적으로 증명해냈다.

이들은 표준모델에서 대칭성이 깨질 수 있음을 밝혀냈고, 이를 통해 빅뱅 직후 유지되던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이 어느 순간 깨지면서 반물질이 사라지고 물질만 남게 돼 현재의 우주가 생성됐음을 설명하는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2008년 이러한 대칭성 깨짐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스카와 도시히데·난부 요이치로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더글러스 오셔로프 박사는 1945년 워싱턴주 애버딘에서 출생했다. 1973년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D.리, R.리처드슨 등과 함께 헬륨의 동위원소인 헬륨-3(3He:원자량이 3인 헬륨)이 절대온도의 약 2/1000℃에서 초유동성을 띤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저온 물리학 연구에 기여했다.

1986년에 발견된 헬륨-3은 초유동체로서 일반 액체에 존재하는 내부 마찰이 없어 어디로든 유동성을 띠며, 고온초전도체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세라믹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 업적이 인정되어 리, 리처드슨 등과 함께 1996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로저 콘버그 박사는 1947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출신. DNA 복제과정을 밝힌 공로로 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아서 콘버그(Arthur Kornberg)의 아들로 태어났다. 1967년 하버드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1972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화학물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등동물의 세포인 진핵세포의 유전정보 전사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는데, 유전정보 전사는 DNA에서 인슐린과 세포증식 등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만드는 중간 과정으로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생명현상을 유지하려면 인슐린이나 소화효소 등 수만 가지의 단백질이 필요한데,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 합성으로 이어지는 유전정보 전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콘버그는 효모세포에서 전사가 일어나고 있는 덩어리를 얼려서 분리해내고 X-선을 쪼여 사진을 찍은 뒤 컴퓨터로 덩어리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여러 물질이 각각 어느 위치에 붙어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냄으로써 DNA에서 RNA가 합성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그의 연구는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 원리를 밝혀냄으로써 현대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아버지 아서 콘버그와 함께 여섯 번째 부자(父子)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아론 치에하노베르 박사는 1947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헤브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81년 이스라엘 기술연구소인 테크니온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생화학부에서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단백질 분해과정 연구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헤르슈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로즈와 함께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단백질 분해를 조절하는 세포 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에 전념했다. 연구 결과 이들은 세포 안에서 수명이 다한 단백질을 찾아 이 단백질에 달라붙는 유비퀴틴(ubiquitin) 분자가 어떻게 단백질 분해 과정에 참여하는지를 밝혔다.

유비퀴틴은 7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인체 내 단백질의 하나로, 단백질에 달라붙어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좀(proteasome)을 유도한 뒤, 프로테아좀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 떨어져 나간다. 3인은 유비퀴틴이 단백질에 달라붙는다는 뜻에서 유비퀴틴을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라고 표현했다.

3인의 연구는 기존의 단백질 생성과정 연구와는 달리, 단백질 분해를 조절하는 세포 내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점에서 난치병 치료와 노화 방지 등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공로로 시에차노버는 나머지 두 명과 함께 2004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에 참석한 젊은 과학도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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