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가족 사이언스 캠프' 개최

한여름치고는 날씨가 아주 무덥지도 않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댄다. 지난 22일 오전.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박영서) 가족들은 무주로 향했다. 파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진 그곳에서 1박2일 동안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무주행 버스에 몸을 실은 가족들의 얼굴에는 누구랄 것 없이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하다. 'KISTI 가족 사이언스 캠프'는 과학문화 확산 활동의 일환으로 KISTI 직원 가족들이 연구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부모님이나 배우자에 대한 존경심과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자 기획됐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이번 캠프에는 약 100여명의 가족들이 참여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빠 손잡고 나들이 갈 때 먹어본 솜사탕~!" 아빠 옆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하는 아이, 엄마와 함께 콧노래를 부르는 아이, 새로운 또래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어울리는 조금 큰 아이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도 오늘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천진하다.

◆ 첫째 날: 래프팅, 매직 쇼 관람, 가족화합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

한 시간 여쯤 달렸을까. 오후 1시쯤 드디어 무주종합수련원에 도착했다. 시장해진 배꼽시계는 울려대고 발걸음은 자연히 모락모락 밥 짓는 냄새가 전해지는 식당으로 향했다. 콩나물 무침, 배추김치, 계란간장조림, 오이냉국 등 나물 위주의 자연식 반찬뿐이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마저 투정 없이 밥 한 그릇씩을 뚝딱 해치웠다.

여름엔 역시 시원한 물놀이가 제격! 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다 같이 래프팅 장소로 향했다. 숙소 인근 동강 상류에 자리한 래프팅 장소는 얕고 물이 맑아 어린이들이 즐기기에도 좋았다. 본격적인 래프팅을 시작하기 전, "하나 둘! 하나 두울~!" 교관의 구호에 맞춰 열심히 유격훈련 중 하나인 PT체조를 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다같이 래프팅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가족 모두가 조금씩 힘을 모으지 않으면 옮길 수 없는 고무배를 어느 팀은 머리에 이고, 어느 팀은 양쪽에서 손으로 잡으며 날라야 했다. 막상 배를 들고 강에 들어서자 물이 무서워 우는 아이들과 깊이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어른들이 물가에서 머뭇거리고 섰다.

강사들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물싸움, 뒤로 눕기, 물에 들어가기 등을 시켰다. 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거 같았다. 이윽고 배가 두둥실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노를 저을 때마다 우렁찬 구령이 붙여진다.

"좌현 앞으로" "우현 앞으로" 아이들은 노를 젓는 방향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배를 직접 요리조리 움직이며 부력과 과학을 온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탄 배에서는 교관들이 주도하는 짓궂은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됐다. 교관이 배를 뒤집자 모두들 물에 빠졌고, 배에서 떨어진 가족들은 보트에 올라 타기위해 아등바등 애를 썼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강사가 배 위에 올라 등 쪽의 손잡이를 붙잡고 휙 끌어 올리자 간신히 배에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다이빙, 미끄럼틀 등 가족들이 탄 배는 물 위에서 여러 가지 놀이기구로 변신했다. 그러던 중 이윽고 최종 목적지에 닿는다. 모두 지쳐있지만 커다란 미션을 이루었다는 듯이 뿌듯한 표정들이었다.

배에서 내린 가족들은 보트별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와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곤 맛있는 저녁식사가 차려져 있는 만찬장으로 고고! 신나게 래프팅을 하고 돌아와서 그런지 모두들 지쳐있고 굶주려 있었다. 돼지 바비큐가 익기도 전에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4명이 굽고, 3명이 잘라도 손이 부족했다. 한 시간 가량이 흘렀을까?

저녁식사를 마치고 신나는 가족 장기자랑 시간이 이어졌다. 어린이들의 춤 대결, 부모님과 아이들의 춤 대결, 엄마들의 훌라후프 대결, 어린이들의 훌라후프 대결, 아빠들의 가위바위보 게임 등 가족이 하나가 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임이 계속됐다. 가족들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 캠프는 무르익어 갔다. 드디어 과학과 마술이 만나는 시간이 왔다.

어린이들의 우상, 마술사 추영우가 캠프 장소를 찾은 것! 가족들이 모인 곳곳에서는 과학과 마술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역시 과학자들의 모임답다. 마술은 눈속임 보다는 과학적인 사전조치가 많고, 마술 속 과학은 청중들에게 신기한 경험을 선사해 준다는 설명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아이들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술의 세계에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래프팅부터 춤 대결, 훌라후프 대결, 마술 등 어느 때보다 긴 하루는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를 끝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모두 운동장에 동그랗게 서서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점화!!! 10초쯤 흘렀을까. 5미터 정도 높이의 불기둥은 하늘을 향해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한껏 들떠 환호성을 질렀다.

캠프화이어의 불이 소멸될 즈음 모두의 손에 촛불이 들려지고 어두운 밤에 아름다운 촛불의 향연이 이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족끼리 한군데 모여 나지막한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아빠의 독백과 엄마의 사랑스런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의 작은 소망들. 그렇게 가족들 간 사랑스런 고백의 시간이 흐르고 하늘에선 조그만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이제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족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 둘째 날: 모터바이크 체험, 적상산 양수발전소 관람

아름다운 새소리가 다음 날 아침을 알렸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모인 가족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았다. 둘째 날 준비된 가족 활동은 모터바이크 체험. 난생 처음 바이크를 탄다는 이들이 많았다. 한참동안 주의사항을 듣고, 3인 1조로 똘똘 뭉친 가족들은 정글을 향해 출발했다.

모터바이클 체험을 통해 균형감각과 험한 길에서도 잘 넘어지지 않는 원리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흙탕물을 지나고 자갈밭도 지나 급경사를 넘어도 신기할 정도로 균형을 잃지 않는 모터바이크! 사물 속 과학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신나게 모터바이크를 탄 후 숙소에 도착하니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찍찍이가 붙어 있는 판을 들고 날아오는 공을 받으면 판에 딱 들러붙는다. 아이들은 손바닥에 쩍쩍 붙는 신기한 야구놀이 기구가 마냥 신기한 듯 멀리 떨어져서 서로 공을 주고받는다.

간단한 놀이에도 과학이 숨어있는 것이다. 가족들은 숙소를 떠나며 적상산 수발전소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홍보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양수발전의 원리를 보여주는 대형 기기들의 큰 움직임에 아이들이 "우와"하고 놀라며 소리를 지르자 어른들도 이목을 집중하고 나섰다.

본격적으로 홍보관에 들어가자 에디슨의 생애가 그려진 모형과 설명, 전기의 생산을 그리는 3차원 입체 그림, 번개를 보여주는 영상, 전기의 발생과 사용처 등 신비로운 과학 원리를 쉽게 보여주는 것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모두들 신기한 장치들을 직접 체험해 본 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연구원으로 향했다. KISTI 가족들이 무주에게 함께한 1박 2일은 그렇게 다음 캠프를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7월 22~23 양일간 'KISTI 가족 사이언스 캠프'가 개최됐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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