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교정 서비스…한해만 '약 2만4000건' 의뢰
날로 까다로워지는 '규제', 날로 중요해지는 '측정표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이 세상에 표준이 없다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될까. 만약 총알의 지름과 총구의 지름이 같다면? 총알은 총구에 끼어 앞으로 발사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70년대 중반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김명수)이 처음 개소되기 전까진 이런 웃지 못 할 일화가 종종 벌어졌다고 한다.

음주측정기, 스피드건 등 우리 생활 곳곳에 표준이 쓰이지 않은 곳은 없다. 마치 카멜레온과도 같은 표준은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도 못할 정도로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표준을 재료로 만들어진 완성품이지 표준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에게 '측정표준연구'가 생소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표준은 물이나 공기와 같습니다. 실제론 많은 연구를 통해 어렵게 결과를 만들어내 국가측정표준을 유지하고 보급하는데, 일반 국민은 복잡한 과정을 생각할 것도 없이 그저 실생활에서 편하게만 사용하면 되죠. 잘 만든 측정표준을 보급해 세상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 그게 우리가 바라는 것입니다."

조문재 표준연 표준보급센터장은 연구본부에서 잘 만들어진 측정표준을 산업체나 교정기관 등 표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열과 성을 다해 만든 기술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마음은 늘 풍족하다. 뿐만 아니라 제 주인을 만난 표준은 국가경제와 과학기술이 발전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한해 약24000건 의뢰, 체계적인 교정 서비스 지원…제품 신뢰도 상승!

KRISS는 측정표준보급 프로그램, 기술이전 프로그램, 산업체 지원 프로그램, 국가참조표준 제정 및 보급프로그램 등 고도의 측정능력을 활용한 산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표준보급센터는 ▲교정 및 시험 서비스 ▲인증표준물질(CRM) 보급 ▲정밀측정교육 등 측정표준을 보급하는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표준이 필요한 산업체와 국가측정표준을 확립하는 연구기관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고객 접수 - 장비 수령 - 연구본부 교정 - 교정 완료 - 고객 수령' 측정표준이 가져오는 가장 큰 효과는 다름 아닌 '신뢰성'. 요즘 소비자들은 '품'이나 '검'마크 등 다양한 인증 제도를 통해 검증된 제품에 더 활발한 소비 행태를 보인다.

산업체는 소비자에게 생산 제품의 신뢰성을 보장받아야 판매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밤새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의 마음이 이러할까. 이제 측정표준의 필요성을 절감한 산업체나 의뢰인들은 하나 둘 자신들의 제품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표준연 표준보급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표준보급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측정 장비를 가져온 산업체 측은 표준보급센터의 접수처에 물건을 맡긴다. 접수가 되면 전산화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해당 연구본부에 통보가 된다.

일년에 약 24000건의 의뢰가 들어오므로 신속한 인수인계 작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의뢰 장비가 들어오는 즉시 내부택배 시스템 등을 이용해 연구본부까지 배달한다. 연구본부 측에서 교정이 끝나면 바로 고객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연락을 취한 후, 찾아갈 때까지 보급센터에서 장비를 보관한다.

고객들이 오기 전에 교정성적서와 장비들을 다시 가져가기 좋게 준비해놨다가 바로 전달하는 것이다. 조문재 박사팀은 센터를 찾은 고객들의 만족을 위해 매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교정이 끝난 측정 장비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주인이 찾아가기 전까지 센터에서 온도습도 제어장치로 관리한다"며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아침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 운영하는 업무에 더해 점심시간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보급센터의 주요 고객층은 국가 교정기관 50%와 산업체 50% 정도. 산업체의 경우, 국가 교정기관에서 교정하지 못하는 장비들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교정기관의 수준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걸 모두 이행하지 못하므로 이들의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 교정을 마치고 주인을 기다리는 측정기기들이 센터 내 보관실에 보관되고 있다.  ⓒ2011 HelloDD.com

◆ 무역자유화·환경규제강화…"측정표준보급의 중요성 날로 증대"

최근 들어 측정표준보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역자유화에 있다. 시장은 국경을 넘어 넓어지는데 각 나라마다 적용하는 표준이 다르다면 활발한 무역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와 EU는 자동차의 유해 배출가스에 대해 각기 다른 규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출용으로 제작된 자동차가 우리나라 기준을 통과해도 EU에서 규제하고 있는 기준치를 넘어서면 자동차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무역자유화는 국제표준에 따라 정확한 측정값을 증명할 수 있는 국가측정연구기관의 역할을 끌어올렸다. 올바른 측정표준의 확립, 측정 장비의 정확한 교정 작업, 측정표준의 보급 등 측정표준을 만들고 알리는 전반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측정표준은 측정 장비의 교정서비스나 CRM을 보급하는 형태로 산업체에 전달된다. 이 중에서 CRM이란 사용자가 직접 측정기기의 교정이나 측정방법의 평가 등을 위해 사용하는 물질을 의미하는데, 최근 들어 식품이나 환경, 보건의료 등의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표준보급센터에서는 측정 장비의 교정서비스와 연구원에서 개발한 인증표준물질(CRM)의 보급을 통해 국가측정표준을 산업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측정표준기관을 통하여 보급된 정확한 측정에 기초하여 시장에 나온 제품은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며 소비자들을 매혹한다. 또한 국제시장에서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써 판매된다. 탄탄한 측정연구기반과 이를 수요자와 연계하는 표준보급센터의 다리 역할, 그리고 측정표준의 중요성을 인지한 고객들.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 국가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물론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준다. 표준은 눈에 잘 띠지 않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 중 표준과 무관한 것은 없다. 우리 생활 깊은 곳에 표준이 관여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는 표준보급센터가 있었다.

"EU는 2006년부터 전기·전자제품의 제조과정에 납, 수은, 카드뮴 등 6개의 중금속 사용을 금지하는 RoHS(특정위험물질사용제한지침)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국민의 안전, 건강, 보건, 환경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관련 규제지침을 계속 발효시키고 있죠. 우리가 유럽을 상대로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하는 제품이 그런 규제를 만족시키는지 확인해야하고 따라서 측정의 중요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 보건, 의료 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앞으로 국가측정표준기관의 역할은 더욱 더 확대될 것입니다."

박주근 박사는 화학, 생물학, 의료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는 흐름에 주목했다. 삶의 질과 관련된 규제가 많아짐에 따라 관련 분야의 측정표준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많아진 것. 기술과 수요자를 잇는 다리로써 앞으로 더 활발해질 표준보급센터의 움직임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조문재 박사(왼쪽에서 네 번째)와 표준보급센터 가족들의 모습.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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