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하이만 대규모 기름 유출사고 한 달 이상 지나 대응
국가 환경 안보상 한반도 해역 '위성 모니터링 체제 구축' 시급

▲Kongsberg가 6월 14일 촬영한 중국 보하이만 오염사고 영상. ⓒKongsberg

지난 달 4일과 17일 중국 산둥(山東)성 북쪽 보하이(渤海)만 유전지대. 서울시의 7배(4240㎢)만한 바다 면적에 1500배럴 가량의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당국이 사고 한달이 지난 최근에 와서 우리 정부에 "서해로 대량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만 통보해 왔으며, 우리나라는 관련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진상파악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UN 산하 국제해양기구(IOC) 규정상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국가는 주변국들에게 사고 경위를 알려줘야 하는 조항이 있지만, 중국 측은 '조사중'이라는 핑계로 그동안 우리 정부측에 공식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조금만 더 한반도 서해상에서 사고가 벌어졌을 경우 우리나라 서해 해역도 사고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가운데 이번 중국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한 달이 넘도록 우리나라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사실을 두고 우주 및 해양 과학기술자들은 하루 빨리 한반도 해역 인공위성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해상교통량 증가·선박의 대형화·고속화 등으로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름 유출 사태 발생시 뾰족한 감시대응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연구원 집계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이후 연평균 300여 건 내·외로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허베이 스트리트호 태안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신속한 초도 방제작업이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염 경위에 따른 전략적 대처도 힘들다고 지적한다.

◆ 유럽, 이미 해양오염 감시 네트워크 구축…매일 모니터링, 긴급시 수시 체크
 

▲6월 11일 11시 촬영 영상. 기름띠가 넓게 퍼져있다. ⓒKongsberg

유럽의 해양안전기구 EMSA(European Maritime Safety Agency)는 지난 2007년부터 해양 유류오염 사고를 거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클린씨넷(CleanSeaNet) 서비스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유럽의 지중해, 영국 해안가, 노르웨이 해안 등 선박들이 많이 오가는 주요 해양지역을 매일 감시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매일 정기적으로 유럽의 해양을 감시하지만, 유류 누출 사고 시에는 기름의 흐름과 유형을 파악해 즉시 차폐막을 형성하게 하는 등 거의 실시간으로 사고를 대응하고 있다.

최근들어 선박들이 불법으로 몰래 냉각수에 기름을 흘려내보내는 사례가 잦아지는데 이 기름띠를 잡아내 바로 대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MSA는 전천후 영상레이더가 장착된 인공위성들을 활용해 이러한 해양오염사고를 대응하고 있다. EMSA는 상업용 인공위성 운용 전문기업 Konsberg이라는 노르웨이 회사로부터 관련 위성 정보 서비스를 받고 있다.

◆ 한국, 단계적 접근…"동북아시아 공동 해양감시체제 과학외교 필요"
 

▲7월 17일 19시 촬영 영상. 아직도 6곳에서
기름띠가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ongsberg

해양오염사고 감시대응시스템 구축과 관련, 과학기술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자체 감시위성을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Kongsberg같은 위성 운용 전문기업에 연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위성 서비스를 국가적인 위성정보 운영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Kongsberg가 유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관련 정보서비스를 받아 서해·남해·동해안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한번씩 한반도 해양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긴급 상황 발생시에는 긴급 모드로 운용돼 특정지역을 자주 촬영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 대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자체 위성정보를 기반한 해양오염사고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가을 주·야간 구름 낀 날에도 영상획득이 가능한 전천후 영상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를 장착한 아리랑 5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단 한 대의 위성으로 전체 시스템을 가동할 수 없지만 일본 등 관계국들과의 협조를 통해 자체 정보 대응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양찬수 박사팀은 SAR 위성을 이용, 해양 촬영시 기름의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를 아우르는 해양오염사고 감시체제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인공위성 전문가는 "해양감시시스템 위성정보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려면 위성이 여러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협력을 통해 관련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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