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속 과학]

바이오닉(Bionic)은 바이오(bio)와 기술(technic)의 합성어이며,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 biomimicry, bio-inpired engineering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최근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포함한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배워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뜻하는 자연모사기술(nature-inpired technology)이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자연모사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술대회와 협회 창립 등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2006년도부터 격년으로 '국제바이오닉공학학술대회(ICBE)'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주해에서 개최된 제3회 학술대회에서는 '국제바이오닉공학협회(ISBE)'를 창립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9월 중순 ISBE가 주관하는 제1회 '국제바이오닉공학학술대회(IBEC)'가 보스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2006년도부터 한국기계연구원과 대한기계학회 바이오공학 부문이 중심이 되어 '국제자연모사심포지움(ISNIT)'을 매년 개최해 오고 있으며, 참석자와 발표 논문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BIOKON (bionic competence network)협회가 설립되어 자연모사·생체모방기술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독일의 경우 그간 정부 차원의 큰 관심과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자연모사 혁신 지속가능 제품 및 기술'이라는 제목의 BIONA 프로그램(3천만 유로. 한화로 480억 원, 3년)을 통해 우수한 연구성과 달성과 함께 자연모사 분야의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올 3월 베를린에서는 독일 연방교육연구부의 지원을 받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국제산업컨벤션-바이오미메틱 2011'에 발표되어 300여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국제컨벤션에서는 하나의 연구 주제에 대해 전반부는 연구자가 발표하고 후반부는 상품화를 위한 전략을 해당 기업 관계자가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개발 기술의 실용화를 더욱 강조하였다.

기조강연에 나선 독일 칼스루헤 대학의 마텍 교수는 나무 역학에 대한 전문가로서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나무의 형태가 최적화되어 가는 과정을 모사하여, 가볍고 내구성이 높은 여러 가지 제품들을 설계·제조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또 살아있는 생명체에 국한된 생체 모방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자연모사(nature-mimetics 또는 nature-inspiration) 개념을 강조했다. 마텍 교수에 의하면 생명체의 형태, 지질학적 침식작용, 강에 있는 자갈, 해안선의 절벽, 사슴의 뿔 등 자연계의 다양한 기하학적 모양이 역학적 요소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여년 넘게 스웨덴의 제약업계에 몸담았던 라르손은 자연모사기술의 발전을 통해 2025년 경에는 전세계 GDP가 1조 달러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미국에는 3천억 달러의 부가가치와 1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르손이 설립한 '스웨덴 바이오미메틱스 3000' 회사는 바이오미메틱 개념의 중계연구를 지원·육성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기업을 설립하려는 목적을 가진 상업화 후보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체내에 있는 두 개의 밸브와 화학적 반응에 의한 열을 이용해 압력을 높여 뜨거운 분비물을 분사하는 봄바르디어 딱정벌레의 메커니즘을 모사해 다양한 크기의 분사노즐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약물 전달, 연료주입, 소화시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하려는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산업컨벤션-바이오미메틱 2011'의 주요 전시품으로는 뼈를 모사한 소재의 경량화 기술, 벌집의 육각구조를 응용한 구조물의 강도 향상, 코끼리 코를 모사한 유연한 로봇, 연꽃잎 효과(Lotus effect)를 뛰어넘는 초발수 및 유체 저항 감소 효과가 있는 공기를 함유하는 표면 구조기술(Salvinia effect), 상어 피부를 모사한 안티파울링 페인트, 돌고래의 음향 통신을 모사한 소노봇(Sonobot) 등이 소개되었다.

국내에서는 자연모사·생체모방공학에 관한 많은 관심 속에 날치의 비행 거동 해석(서울대), 장수풍뎅이의 무전원 습도센서(서강대) 등에 대한 우수한 연구 성과들이 2010년 네이쳐지의 리서치하일라이트에 소개된 바 있다.

자연으로부터 에너지·자원을 얻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선순환의 개념의 '자연모사 에코 기술'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자연모사기술 분야에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뒤따르기를 바라는 바이다.
 

▲김완두 박사 ⓒ2011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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