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실태' 발표
해당 부처 잘못 지급한 인건비 회수 등 R&D 예산 편성시 반영 예정

국가 R&D 관리 시스템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교육과학기술부 등 8개 부처와 한국연구재단 등 12개 R&D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국가 R&D 사업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지난 4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집행과 정산 분야에서 지식경제부와 교과부, 국토해양부 등 14개 부처는 지난 2008∼2009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 15곳이 규정을 어기고 과다 신청한 인건비 829억원을 그대로 지급했다.

연구개발비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가 R&D 과제를 통해 지급하는 연구원 인건비는 해당과제 참여율에 따라 지급하되 개인별 인건비 합계가 소속기관 급여기준에 따른 연봉총액의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된 14개 부처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 15개 연구기관이 연봉총액의 100%를 초과(최고 275%)해 인건비 계 829억여 원을 과다 신청(연구기관별로 3억 원~149억 원)했는데도 이에 대한 확인 과정 없이 그대로 지급했다.

15개 연구기관은 과다수령한 인건비 829억여 원을 봉급 부당인상 재원으로 사용하거나 적립금으로 관리하면서 기관운영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연 A 박사의 경우 국가 R&D 과제에서 인건비로 기준연봉 약 6000만 원을 초과해 신청하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에 15개 과제에 참여(국가 R&D 과제 총 참여율 275%)한 것으로 계산, 총 1억6400만 원을 신청해 수령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2009년도에 연봉총액 100%를 초과해 지급받은 인건비 76억 원 등을 재원으로 전 직원 370명에게 특별상여금 21억 원을 지급하는 등 지난해에만 연구직 직원 273명의 인건비를 2008년 대비 평균 40.5% 인상(연구직 1인당 인건비 '08년 7900만 원 → '10년 1억1200만 원)시켰다.

이외에도 교과부 등 6개 부처에서는 극지연구소 등 15개 연구기관이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117명의 인건비 24억여 원을 과제에 참여한 것처럼 부당 신청했는데도 그대로 지급해 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같은 결과에 따라 관련 부처에 과다지급한 인건비 829억 원에 대한 사용실태를 조사하여 회수하거나 R&D 예산편성 시 반영(감액)하고, 부당지급한 연구 미참여자의 인건비 24억여 원을 회수하도록 통보했다.

또한 지경부 등 4개 부처에서는 R&D 전문지식 및 현장실사 권한이 없어 정산신청서 상의 계수와 증빙서류와의 일치 여부만 대사하는 등 형식적인 정산업무만을 수행했던 회계법인의 정산 결과를 수용하는 등 연구비 관리에 허술함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감사를 통해 회계법인이 정산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부당 집행된 것으로 지적받은 연구개발비만 해도 936억여 원 상당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관련 부처에 회계법인 위탁정산제도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연구개발비 정산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관련 전문기관에 부당 정산된 정부출연금 회수, 관련 업체 참여제한 등의 조치를 하도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지경부가 지난 2006년부터 국제기술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기반분야 지원대상자 25명 중 17명을 지경부 공무원으로 선발하는 등 소속 공무원의 장기 국외훈련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중 2명은 학비를 받은 뒤 수강 신청을 취소하거나 대학 조교로 선정돼 학비가 감면된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학비 24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했다.

국가 R&D 참여연구원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급기준이 없어 KIST의 경우 연구원 30명 중 1명이 보상금 25억5000만원의 90.2%인 23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서울대학교와 3개 출연연은 공무원 여비규정보다 1.2∼1.8배 높은 별도의 여비 규정을 마련, 57억원을 과다 집행했으며, 특히 서울대는 2008년 8월 교과부가 산학협력단 여비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연구과제 선정시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이미 지원된 5개 과제를 중복 지원했고 이를 수행하는 5개 업체는 중복 지원받은 정부출연금 3억6300만원을 회사운영비 등에 사용한 사실을 적발, 이를 회수하고 범죄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에 대한 고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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