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클래식 과학시리즈' 올해 10권 선보일 예정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과학정신, 책 통해 과학정신 전하고 싶어"

"과학서적을 출판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요? 얼마전부터 과학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인지를 우리 독자들에게 알려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어요. 일반인에게 있어 '과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 '전문가들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에따라 흥미로운 과학 대중서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출판사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가 최근 과학서적 시리즈 발간에 주력하면서 밝힌 배경 설명이다. 문학, 인문, 교양, 과학, 경제·경영 등 분야에서 지금까지 총 1600여 종의 책을 발간해온 김영사는 1989년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던 김우중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간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어 에릭 시걸의 '닥터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등 밀리언셀러 3권과 156주 연속 베스트셀러, 200만부 판매 기록, 50만부 이상의 베스트셀러 등 수많은 화제작들을 발굴해 냈다.

물론 김영사가 과학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라는 '앗! 시리즈'를 발간했는데 이 시리즈는 교육과 오락이 접목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새로운 개념의 학습서로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두루 읽는 교양과학 베스트 셀러로 자리잡았다.

김영사는 독자가 기쁘게 읽는 책을 만들기 위해, 세상에서 꼭 필요하고 유익한 책을 만들기 위해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단순한 시대 영합에서 벗어나 꼭 나와야 하는 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 많은 베스트셀러를 쏟아낼 수 있었고 그 중심에는 늘 박은주 대표가 있었다.

그가 올해 또 하나의 꼭 필요한 책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바로 과학 서적 시리즈 '모던 & 클래식'이다. 이를 위해 과학서적 전문가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을 김영사 기획위원으로 초빙하고 책 선정과 강연회 개최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과학서적 발간은 문화지식 담당하는 출판사의 숙명"

시리즈는 이미 '냉동인간', '상대성이란 무엇인가', '마이크로코스모스' 3권이 출판됐으며 내년 출간 예정인 책까지 포함해 20권 가량이 기획돼 있다. 그가 과학기술사 책 발간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사회 발전의 기초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과학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대표는 "과학의 발전이란 몇몇 전문가들이 연구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사회 전체에 과학에 대한 인적, 지적 토대가 마련돼야 과학이 발전하는 것"이라며 "꾸준히 과학서를 출간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학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문화 지식을 담당하고 있는 출판사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과학서적 중에서도 최근 많은 출판사들이 주력하는 '新과학서' 보다 과학 개념을 좀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들어 과학서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출판사와 독자들의 관심이 최신 과학서에만 집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저서들 중 아직 번역되지 않거나 안타깝게 절판된 책들이 많다. 최신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출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 이번 시리즈다."

단편적으로 나눠진 지식은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식은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이번 시리즈가 어느 정도 쌓이면 바로 그런 지식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시리즈 기획의 포부를 전했다.

물론 과학서 시리즈를 발간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신과학서가 아닌 기존 과학서 출간에 주력하다보니 출간 된지 30~40년 이상 된 책을 재 출간해야 했고, 그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판권을 알아보고 계약을 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된 책들이라 판권소재를 알지 못해 일부는 출간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판권 소재가 불명확하다고 출간을 포기한건 아니다. 꼭 출간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계약을 통해 출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과학서적 통해 단순 과학 지식뿐 아니라 도전과 갈망 등 '과학정신' 전하고 싶다"
 

▲박은주 대표는 과학서적을 통해 독자들에게 과학에 대한 도전과 갈망 등
과학정신을 전하고자 한다. 그는 과학정신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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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 예정인 과학시리즈는 10권 정도로 번역도 거의 마친 상태다. 앞으로 2~3달에 2권 정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주제를 한정하기보다 과학사에서 정말 중요한 저서들을 포함시켜 단순 책 번역이 아닌 책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책을 통해 변화해온 과학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한다.

"단순히 책을 번역해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책을 통해서 어떻게 과학의 지형도가 그려졌는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책 번역도 국내 최고 전문가들에게 부탁했고, 각 권마다 국내 권위자의 풍부하고 친절한 해제를 추가했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기업 임원들까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과학을 통해 미래를 보는 혜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은주 대표는 이번 과학기술사 시리즈를 기획을 통해 독자들이 단순 과학적 지식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 정신을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과학발전이 단순 기술발전이 아닌 미지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 권위에 굴하지 않는 치열한 반론 등 혁신적인 과학정신이 그 안에 숨어있었다는 걸 느꼈다"며 "이 시리즈를 통해 단순 과학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 갈망 등 과학정신을 배우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과학발전을 넘어 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수학과를 졸업한 여대생, 출판사 CEO 되기까지

박은주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서재에 꽂힌 책들을 꺼내 읽기 좋아하는 소녀였다. 아버지 서재에 꽂힌 헤르만 헤세나 키에르케고르를 읽으며 막연히 살아 숨쉬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었고 이화여대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그 궁금증을 풀고자 부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숨쉬는지에 대한 의문은 깊어져 갔다. 의문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졸업이 다가왔다. 같은 수학과 동기들은 수학 교사나 기업의 전산실 등으로 취업했지만 왜 살아가는지 해답을 찾지 못한 그는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같은 과 동기들은 대기업 전산실 등으로 취업을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막연히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진로를 고민하다 시작한 일이 편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출판과의 인연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수학을 전공했던 영향에서인지 과학이 '모던 & 클래식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앞으로 과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시리즈를 확대해 나가고 싶은게 그의 바람이다. "전공이 수학이다 보니 과학, 수학 등의 분야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시작이 과학으로 됐다. 앞으로 과학뿐 아니라 인문, 고전, 문학 등 다른 분야로까지 모던&클래식 시리즈를 확장하면서 인류 지식의 아카이브를 구현해나갈 생각이다."
 

◆ 모던 & 클래식 과학 시리즈 출간예정 리스트(Modern & Classic Science)

2011년 7월 출간 예정 '창조의 엔진 Engines of Creation' 에릭 드렉슬러(K. Eric Drexler) 2011년 7월 출간 예정 '마음의 아이들 Mind Children'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2011년 9월 출간 예정 '원자와 우리 가족 Atoms in the Family' 로라 페르미(Laura Fermi) 2011년 9월 출간 예정 '에레혼 Erewhon'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ler) 2011년 11월 출간 예정 '의식의 마음 The Conscious Mind' 데이비스 찰머스(David Chalmers) 2011년 11월 출간 예정 '통제 불능 Out of Control' 케빈 켈리(David Chalmers) 2011년 12월 출간 예정 '인지과학과 인간 경험 The Embodied Mind' 프랜시스코 바렐라(Francisco Varela) 외 2012년 출간 예정 '성장과 형태에 대해 On Growth and Form' 다르시 톰슨(D’arcy Thompson) 2012년 출간 예정 '사이보그 시민 Cyborg Citizen' 크리스 헤이블즈 그레이(Chris Hables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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