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 속 과학]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로 폴 호큰, 에이머리 로빈스, 헌터 로빈스이 저술한 '자연자본주의'를 추천했다. 이 책에서는 현재 이용 가능한 기술과 막 떠오르는 신기술을 활용하면 우리가 환경을 망가뜨리지 않고 오히려 깨끗하게 하면서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자연생태모사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이 1997년 네이처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베푸는 서비스의 가치가 연간 36~58조 달러(4~6경5천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연간 이자에 불과할 정도하다. 왜냐하면 자연 자본 전체의 가치는 400~500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수자원의 공급, 공기 정화, 쓰레기 처리, 홍수 예방 등의 서비스에 해당되는 가치를 담고 있다. 미국의 우주물리학자 그레그 러플린 교수는 지구의 가치가 300조 파운드(약 545경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구와 가까운 화성은 1만 파운드, 금성은 1페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계산했다. 이 식은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질량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가치를 결정했다. 우리에게 밝은 빛을 보내주는 태양의 가치는 엄청나다.

태양이 1초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는 지구의 전 인류가 약 1천만년 동안 전기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 중 지구에 오는 것은 20억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가 받는 그 빛을 전력으로 환산하면 매일 약 19경2천조원 이상이 된다는 계산도 있다.

앞에서 보듯이 생태학자와 우주물리학자가 각각 추산한 지구의 가치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즉 자연을 자본으로 보는 시각과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과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자연 자본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지 않고 최종 상품에만 관심을 가지는 산업자본주의에 반해 자연자본주의는 4가지의 원칙으로 환경 보전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자원의 생산성을 확실히 높이는 것, 둘째로 재료와 에너지를 순환하고 재사용하는 자연생태계를 모사하는 것, 셋째로 제품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공급함으로서 물질사용을 줄이는 것, 마지막으로 파괴된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자연 자본에 재투자하는 것 등의 원칙이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 세계 지식인들의 모임인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책에서 더 이상의 성장이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하며, 지구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의 성장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ZERI(Zero Emissions Research Institut) 재단의 설립자인 군터파울리는 동경에서 개최된 TEDx 컨퍼런스에서 청색경제(Blue Economy)를 소개했다. 청색경제는 자연 생태계로부터 수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어 인간 생활에 활용함으로서 환경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경제 성장이 동반된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녹색경제는 환경 보호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에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문제점을 갖는다. 이에 비해 청색경제에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더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으며, 청색경제의 핵심은 생태계의 지혜를 활용하는 데 있다.

생태계는 우리의 파괴적인 생산과 소비 모형을 좀 더 생산적인 것으로 바꿔나가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흰개미 집으로부터 냉난방 없이 건물 안의 공기를 끊임없이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 공기 중의 수분을 포집해 생존에 필요한 물을 공급받는 사막의 딱정벌레 겉날개 표면의 원리, 얼룩말의 줄무늬에서 기계적 통풍장치 없이 표면온도를 낮추는 원리 등은 자연 생태계에서 지속가능성의 힌트를 얻어 산업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소개되고 있다.

영국의 왕립기상학회에서 발간하는 '기상학응용' 저널에 발표된 '대기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논문에 의하면 지구 대기의 가치는 세계총생산(GWP)의 최소 100~1000배에 달한다. 이 논문에서는 의미 있는 한 장의 그림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에는 '화의능달만언(畵意能達萬言)'이라는 옛말이 있다. 즉 그림 한 장으로 백 마디, 만 마디의 말을 대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물과 공기의 총량(Adam Nieman). ⓒ2011 HelloDD.com

아담 니만(Adam Nieman)이 그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과 공기를 지구의 크기와 비교해 그린 이 그림은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단 한 장으로서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고 있다. 지구의 직경은 약 1만2756km인 반면에 물 총량의 직경은 1390km, 공기 총량의 직경은 1999km로서 부피비율로 물은 약 773분의 1, 공기는 약 260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의 그린 뉴딜 정책,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정책, 자연자본주의, 블루이코노미 등은 지구환경보호와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하여 인류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나아가야할 정책과 이념임에 틀림없다.

46억년의 나이를 지닌 지구를 미래에도 지속가능하게 영속시키는 위해 이러한 정책과 이념을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아가야 하겠다.

▲김완두 박사 ⓒ2011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알려 줄 계획입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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