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재소장, 29일 KAIST 리더십 강연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높은 대우는 중국 로켓의 왕 '천쉐썬'(錢學森), 중국 수소폭탄의 아버지 '주광야'(朱光亞) 등의 영웅을 배출했고 현재 중국의 눈부신 과학발전과 국위선양을 이끌어 냈다.

우리 사회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분위기지만 실제는 다르다. 과학기술자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서남표)는 지난 달 29일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초청, '헌법재판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로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학생과 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리더십 강연을 열었다.

이 소장은 강의 서두에 "애초 지난 2월 말 교양 차원의 강연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KAIST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바람에 오늘에야 강연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학생들 모두가 학교 내부에서의 작은 경쟁을 뛰어넘어 인류의 역사와 발전을 위해 연구한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국민소득 향상과 법치민주주의 확립이 필수"라면서 "국민소득을 높이는 데 우리가 가진 자원은 오직 과학기술뿐이며 그 중추로서 KAIST가 제 역할을 다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이 2008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만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만나 1박2일 골몰한 끝에 기자회견을 열고 꺼낸 얘기가 바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그 일에 인생 전부를 걸어라!'였다"면서 학생들에게 지금 몸담고 있는 공부가 그 기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했던 연설문의 일부 "Don't set up!, Keep looking"(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자신의 길을 찾아라)를 인용하면서, KAIST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은 물론 희망의 아이콘이 돼 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강국 소장은 헌법재판소가 탄생한 배경과 현재 맡고 있는 역할, 중요성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우리의 헌법재판소를 소개했다. "대한민국 헌정이 시작된 1948년 이후 미사여구로 가득했던 헌법이 실제로는 많은 부정과 부패의 역사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1987년 서독의 헌법소원제도를 도입하고 헌법재판소가 탄생하면서 비로소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권력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그는 "우리의 대법원과 달리 헌법재판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미국의 연방대법원(the Supreme Court)처럼 일반 법원이 헌법위반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점차 헌법재판소가 독립돼 운영되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라면서 "특히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9명 재판관 중 3인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과 거리가 있어 개헌시 논의·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KAIST학생들에게 법의 구조와 헌법재판의 역사,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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