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전력연, 건식흡수제 이용 이산화탄소 포집공정 개발 박차
이산화탄소사업단 지원-연구팀 간 호흡 착착…공정 진행 쑥쑥

"우~웅." 크진 않으나 끊임없이 소리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 든다. 발전소 거대 엔진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다.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직원들이 귀마개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게 보이더니 이제야 이해가 될 듯하다.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사업단 건식흡수제 이용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개발팀'만이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는 모두에게 상당히 뜻 깊은 곳이다. 건식기술로는 세계 최초 0.5.MW(2000Nm3/h)급 CO2 포집공정 실험 플랜트가 돌아가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창근, 조성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류청걸 한국전력연구원 박사가 주축이 된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단장 박상도)의 건식흡수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개발팀은 지난 2002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08년 100Nm3/h 공정 개발에 이어 2010년 3월에는 현재의 자리에 20배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을 준공해 시험 운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포집기술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 잡아낸 이산화탄소는 다시 굴뚝을 통해 배출해 낸다.  

"10년간 연구에 매진한 끝에 발전소 한 호기(500 MWe)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1/1000을 잡는 데까지 왔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산화탄소 포집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자부심으로 발전소의 모든 이산화탄소를 잡아낼 때까지 해낼 겁니다."
 

▲하동현장에서 만난 조성호 에기연 박사.
공정 실무를 책임지고 있어 쉴새없이
하동을 드나든다. 
ⓒ2011 HelloDD.com
발전소에서 만난 조성호 박사는 이렇게 최종 목표를 밝히면서 굳은 각오를 다진다. 그는 대전 연구소에서 하동까지 자동차로 3시간 남짓 거리를 왕복하며 연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손쉽게 오고 갈수 없는 거리인데다 한번 오면 며칠에서 심지어 한달 가까이 머무르며 실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발팀 모두가 함께 하기에 참아낼 수 있다.

이창근 박사는 공정 개발을 주도하고 류청걸 박사는 건식 흡수제 개발을 책임지며 조성호 박사는 공정 실무를 맡았다.

세계 최초, 최고 성능의 건식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개발 드림팀인 셈이다.  교과부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인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은 팀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현재 운전하고 있는 발전소를 실험 공간으로 내준 하동화력본부 역시 그들의 꿈을 이루는 데 함께 하고 있는 최고의 동반자다. 10년간 연구했고 앞으로도 최소한 10년을 더 내다봐야 하는 길고 긴 싸움이기에 일각에서는 기술 개발이 성공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과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업단과 하동화력본부는 이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연구를 수행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97년 합의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선진 38개국들은  1차 의무이행기간인 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90년 수준 대비 평균 5.2% 이상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 대비 30%(2005년 기준 4%)의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중기감축목표를 2009년 11월에 발표했고 그 달성 수단으로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도입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동안 앞 다투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과 공정 개발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흡수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해 2008년부터 소규모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흡수제 성능은 비슷하나 대량 생산 측면에서는 국내 기술에 미치지 못한다. 이산화탄소 포집 같은 친환경 기술은 해외 수출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개발팀의 노고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 물리적 내구성 강하고 재생 에너지 낮은 흡수제 개발이 관건
 

▲건식 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모식도. 흡수제는 이 공정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2011 HelloDD.com

건식 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아민 용액을 사용하는 기존의 습식기술과는 달리 알칼리나 알칼리토 금속으로 구성된 저가의 고체 건식 재생흡수제를 사용해 발전소와 같이 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원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연속적으로 흡수·회수하는 기술이다.

건식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은 공정 구성이 간단해 공정 설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소재가 저렴하고 흡수 능력이 뛰어나 반응 효율이 좋고 에너지 소비가 적다. 건식이기 때문에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흡수제는 반복 재생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물리적 내구성이 우수해야 한다. 또한 발전소 환경 하에서 동작하는 공정 특성상 배기가스 내 황 등 기타 오염물질의 영향을 덜 받아야 하는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아직까지 공정에서 흡수제의 재생 에너지가 높다는 단점도 남겨진 과제다.  류청걸 박사는 "실험실 내에서의 공정과 현장에서의 대형 플랜트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발전소 이산화탄소 포집 환경에 맞는 좋은 성능을 가진 흡수제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최초 기술 개발위해 108번뇌 이겨 내죠"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기술연구본부장. ⓒ2011 HelloDD.com
"건식 흡수제 방식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발전시키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흡수제 소재 자체의 개량과 흡수제의 역할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정이 있어야 하죠. 2000Nm3/h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흡수제)와 하드웨어(공정)를 갖춘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기술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건식 흡수제 방식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은 장본인.

그의 40대 전부를 이산화탄소 포집(CCS : Carbon Capture & Storage)기술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10년간 연구에 매진한 결과 '세계 최초'의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는 이창근 박사의 회고에서 자긍심이 느껴진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50여 년 전, 이산화탄소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산업분야로 인해 개발돼 왔다.  이 박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은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필요로하는 수요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기 때문에 그다지 시장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 되면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대응 기술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바람에 자연히 CCS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발전소 한 기당(500MWe) 일년에 300만 톤 이상, 하루 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산화탄소에 대한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박사는 "다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잡기위해 CCS 기술은 가장 효율적인 기술이며, 건식 흡수제를 이용한 CCS 기술은 흡수제의 소재가 자연에 많이 존재하는 나트륨과 칼륨계열로 독성이 덜하고, 고체 입자의 소재라 폐수의 염려도 없어 더욱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혁신기술로 발돋움한 '건식 흡수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1990년대 후반부터 소재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발히 연구됐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4~5년 늦게 연구에 착수했지만 소재와 공정개발을 동시에 수행했기에 2008년 세계 최초로 100Nm3/h급 공정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혁신기술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과 현장 발전소에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해 줬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CCS 공정은 흡수탑과 재생탑으로 구성돼 있다. 흡수탑은 흡수제가 이산화탄소, 수증기와 반응해 포집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흡수제는 재생탑으로 이동한다.

재생탑에서는 추가의 열원으로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고농도 이산화탄소만을 포집해 낸다.  이러한 공정 시스템은 2Nm3/h 규모에서 첫발을 디뎠다. 이 박사의 연구실에서 2Nm3/h급 공정으로 시험운전을 마치고 2006년에 50배로 공정 규모를 키워 100Nm3/h 규모의 공정을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연구소에 있던 공정을 20배 확대해 하동 발전소에 적용시켜 2000Nm3/h 규모의 건식 CCS 공정을 완공했다. 현재 이 박사는 10MW급 공정개발 건설하기위해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박사는 "소재와 공정, 어느 것 하나 잘못되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둘 수 없어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험을 진전시키고 있다. 10년간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만 공정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매번 새 출발하는 것과 같다"며 "하동 발전소에서 팀원이 3교대로 밤을 새가며 실험하고 있는데 매 해 108번뇌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건식 흡수제를 이용한 CCS 기술이 배기가스 중 80%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데 앞으로 기술을 향상시켜 90%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17년까지 CCS 기술을 발전소에서 실제 규모로 검증을 마치고, 2020년에는 발전소·철강·시멘트 등 대규모 이산화탄소 배출원에 기술을 적용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건식 흡수제 방식의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의 변천사(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011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