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환 센터장, 연구생산성 테마로 성과 올리는 R&D 소개
교육의 필수조건? "현장경험과 실패사례 등 노하우 전달해야"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2011 HelloDD.com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물을 길러가야 했습니다. 머리에 물통을 이고 한 두 시간을 걸어갔다 돌아와야 합니다.

하지만 부락민들은 마냥 바쁘기만 합니다. 사냥도 가야하고 물도 길러 가야하고, 우물도 파야 합니다. 그러니 자연히 시간도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과학기술계의 R&D 현장도 이와 똑같습니다. 연구를 해야 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늘 물 긷기의 바쁜 현실이 반복됩니다."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아프리카 부족의 예를 들며 연구의 생산성향상을 위한 방법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의 메세지는 분명하다. '연구 생산성' 이야말로 연구원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원에게 자유를 주고 부자가 되도록 하는 전술이자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현 센터장은 국가 BT 전반의 정책을 기획·추진하는 연구기획의 현장 전문가로 국가 R&D의 패러다임 환경을 분석,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연구자들의 언어를 정책의 언어로 바꿔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지금 연구현장의 교육현장마다 뜨거운 환영을 받는 명강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따져보니 대략 15년 정도가 된다.

30대 중반 박사학위를 마치고 15년간 연구에 몰입하다보면 연구 일선에서 물러나 보다 큰 틀에서 보며 사업을 운영·관리하게 된다. 현장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 15년. 이 15년간 대박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구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는 꿈과 비전을 전달해야하지만 현장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다. 특히 바쁜 시간을 쪼개 교육을 받고자하는 우수한 인재들인 만큼 현장에서 체화된 성공·실패·좌절·고민의 노하우가 훌륭한 조언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3-24년간 연구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매 교육 시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 10여 년 간 '연구생산성' 테마로 교육, "격세지감 느낀다"

그는 약 10년 전부터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생산성'을 테마로 자체 교육을 진행해왔다. 2002년 당시 연구원은 기관평가 최하위로 사업화 성과조차 없는 상태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의식변화를 위한 교육과정이 절실했다. 하지만 교육시스템 자체가 거의 없는 데다 개념 자체가 생소했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PBS 과제로 부담이 큰 연구원들에게 교육시간 100시간 의무교육과 인사고과 반영 등의 제안은 되레 구성원들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근본 해결책으로 같은 시간을 투자해 돈도 벌고 연구시간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선순환 시스템을 강구했다. 효과적으로 물을 길을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동시에 연구자들로 하여금 기초원천 연구, 산업화 등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직접 많은 교육을 찾아다니며 시스템의 핵심이 되는 툴을 공부했다.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기 위한 고민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연구 환경의 사업계획 수립을 객관적·과학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3P(Patent·Paper·Product) 분석 기법이었다. 이의 확산을 위해 직원들 강좌도 개설했다.

이따금은 직접 강의에 뛰어들기도 하고 기술사업화 특허 등 관련분야 외부 유명 강사를 모아 1년 4~5회씩 교육을 진행했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연구비를 많이 받고 좀더 나은 환경에서 연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1세대들의 고유 R&D환경을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대신 밑바닥에서부터 생산성을 중시하는 한편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R&D 방법론과 틀을 적용하고자 했다. 물론 획기적으로 연구 생산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들어서는 연구기획, 관리, 사업화, 특허,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연구자들의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기술이전 성과는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을 뿐 아니라 논문·특허 등 각 분야에서의 성장도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연구소의 체질 개선에 그의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도별로 연구원들의 각기 다른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초창기 거부감이 커 냉랭했던 교육장의 분위기도 기억에 남아 있지만 그 후로 서서히 교육이 침투되어 가는 모습이나, 좋은 성과를 내게 되어 만족스럽다는 의견들을 듣는 등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그는 "아직 더 가야할 길이 있지만 이제는 교육생들의 반응도 따뜻하고 70~80%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금 KIRD는 따뜻한 봄날, '여름' 맞이하기 위한 준비해야
 

ⓒ2011 HelloDD.com
자체적으로 연구원들을 교육하다보니 외부에서 이에 대한 요구가 줄을 이었다. 공개강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던 중 KIRD 연구기획 과정에도 참여하게 됐으며 당시 기획·관리·특허·사업화 증 기획의 여러 세션 강좌를 기획 총괄하기 위한 헤드 마스터 제도를 만들어 적용하기 시작한 KIRD에서 2008년부터는 지속적으로 연구기획 분야의 강연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연구 생산성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어 산학협력단, 충북테크노파크 등의 조직들도 적극적으로 시스템 도입에 동참하고 있다. 현 센터장은 KIRD가 과학기술계의 선봉에 서서 교육을 주도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교육대상자를 대폭 확대시켜야 하며 대형연구사업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또 기초원천, 산업화, 중장기 전략 연구, 인프라, 인력관련 등 대형사업의 패턴이 각각 틀린 만큼 그에 따라 기획, 관리 평가 등의 전략전술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런 점들을 이해하고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는 강사진이 투입돼야 한다.

그는 "기관 설립 3년째를 맞이한 KIRD는 1단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며 교육의 중요성에 거부감 없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류에 올라타면서 그야말로 '꽃피는 봄'을 만났다"며 "이제부터는 봄 이후 맞이하게 될 '여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봄날을 거치고 나면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며 갈등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정교하고 더 치밀하게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강사 풀도 쌓고 소비자 요구도 정확하게 진단하여 R&D 판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꾸준히 고민하고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식정보화사회를 맞으면서 R&D 패러다임도 점차 바뀌어가는 추세다. 벌써 여러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 센터장은 이에 대해 "변화가 가속화하는 속에서 주인이 되려면 앞질러가서 말뚝을 박을 수 있어야 하며 첨단기술을 다루는 연구자들일수록 변화에 앞서나가고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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