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방기수 군 '꿈꾸는 일상 속으로'
"학생들, 학교의 위기 차분하게 극복…새로운 도전을 향해"

어렸을 때 새를 보면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꿨다는 방기수 군. 그는 지금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최근 친구들과 교수님의 극단적 선택 이후 캠퍼스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방기수 군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일상을 보낸다.

마냥 슬픔과 안타까움을 짊어지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그의 가슴 속에는 다시금 우주로켓 개발을 향한 꿈이 자리잡고 앉아 하루 하루 바쁘지만 알찬 시간을 보낸다. 방 군은 매일 아침 7시 반이면 일어나 씻고 하루 일정을 확인한다.

매일 수업 일정이 달라 아침 일찍 하루 일정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일정 확인이 끝나면 룸메이트와 함께 기숙사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다음 책을 챙겨 수업이 진행되는 기계공학동으로 향한다. 화요일 오전 9시. 시간에 딱 맞춰 강의실에 도착했다.

첫 수업은 열역학 수업이다. 역학은 워낙 어려운 학문이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한 시간 반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강의 내용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1교시가 끝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간다.

강의를 듣는 기계공학동에서 5~7분 정도 걸리는 등 이동거리가 짧은 덕분에 하루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기숙사에서는 방금 전까지 들었던 수업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음악도 듣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나가 학교 주변의 어은동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오늘은 신선한 참치 회덮밥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 2교시. 고체역학 수업이다.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는 부분을 열심히 들으며 필기한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수업이 끝나면 바로 3교시가 이어진다. 3교시는 응용미분방정식. 바로 연이어 진행되는 수업이라 조금 허둥대는 감은 있지만 앞으로의 연구에 필수적인 부분이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3교시까지 정규수업이 모두 끝나면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모여 어울리거나 수업 들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본다. 오후 6시부터는 연습반 수업이 있다. 연습반 과정은 처음 10분에서 15분 정도 쪽지시험을 치르고, 50분 정도 조교님의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본 강의 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다시 공부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하! 그게 이런 뜻이었구만... 연습반 일정이 끝나면 친구들과 학부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방에 가면 룸메이트랑 서로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룸메이트는 동아리 활동이 있다며 방을 나간다. 텅빈 방에 혼자 남아 숙제도 하고 책도 읽는다. 특히 매스컴에 소개되는 항공우주 관련 최신 기사는 꼭 찾아 읽는다. '최근에는 항공우주분야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항공우주 연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등 관심이 많은 만큼 궁금한 것도 많다.

밤 10시부터는 매일 종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기도모임을 갖는다. 요즘에는 다음 학기 초에 진행할 TEDX KAIST 기획에 바빠졌다. TEDX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진행해 참가하기 어려운 TED와 비슷한 내용을 골자로 지역 단위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TED와 같이 '퍼뜨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퍼뜨린다'는 취지로 조직됐다. 열정이 넘칠 땐 12시를 넘길 때까지 회의가 이어진다. 이렇게 하루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새벽 1~2시. 다시금 내일을 기약하며 바로 이불에 얼굴을 묻고 꿈나라로 가야 한다. 방 군의 하루는 수업과 자기 학습, 동아리 활동과 교과 외 활동으로 꽉 차있다.

때로는 이런 일정에 지치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동아리나 운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은 항공과 우주 둘 다 좋아서 어느 하나를 결정할 수 없다는 방 군. 항공우주분야의 큰 별이 될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되뇐다. "The sky is the limit." 방 군을 비롯한 KAIST 학생들은 최근 학교의 위기를 보란듯이 당당히 극복하며, 새로운 꿈을 향해 이 연구동에서 저 실험실로 활기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다음은 방기수 학생과의 일문일답

- 언제부터 항공우주공학에 관심이 생겼나.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 그때부터 비행기에 관심이 생겨서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에는 새벽까지 밤새도록 대학교의 항공우주공학과에 대해서 조사해보곤 했다. 한국에 항공우주공학과가 있는 학교가 몇 안 되는데 카이스트가 그중 하나였다. 또 어렸을 때부터 과학 자체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 지금까지 어떤 과학 활동을 했나.

"초등학교 때 영재교육기관에 다녔고,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과학탐구 실험반에 참여했다. 또 발명교실이나 여러 과학캠프에 참여했다. 고등학교 때도 카이스트 포항공대에서 하는 캠프에 참여했다. 또 서울대학교 항공우주학과 R&E (Research and Education Program)에 참여해 연구하고 보고서를 썼던 경험이 있다. 아무래도 과학고를 나와서 다양한 과학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 현재 듣고 있는 수업에는 만족하는가.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수업을 듣는다. 영어수업이 약간 따라가기 벅찬 감이 있긴 하지만 본인이 게을러서 탈이지 무리는 아니다. 종종 조별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외국인이 같은 조에 있으면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 하니까 부담을 느끼긴 한다.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듣는 건 괜찮은데, 표현하는 건 훈련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 현재 수강하는 과목은? "열역학, 고체역학, 기초항공우주프로젝트, 기초기계실습, 응용미분방정식, 지식재산권개요 등등.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기초항공우주프로젝트다. 쉽게 말해 조별 프로젝트로 LTA(Lighter Than Air)를 만드는 과정이다. LTA는 직접 비행용 구조물을 설계하고 거기에 풍선을 배치하여 붙여 만드는 비행기를 말한다. 친구들과 조를 이뤄 직접 만들다보니 활기차고 재미있다. 가장 어려운 수업은 역학분야다. 지식재산권개요는 전공과목은 아니지만 관심이 있어 듣고 있다."

- 전공학습 외의 활동은.

"매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가톨릭학생회 '사나래'다. 매일 묵주기도하고, 주일엔 같이 성당에 간다. 평소에도 심심하면 동아리 방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만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동아리가 있어 큰 위안이 된다."

- 훗날에 항공우주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항공이랑 우주 둘 다 매력이 있어서 아직 어느 하나를 확실히 정하진 못한 상태다. 비행기도 만들고 싶고, 인공위성도 만들고 싶다. 작년에 '거대과학인 우주개발은 시야를 넓게 보고 진행해야 한다'는 박철 교수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항공우주 분야를 공부하면 나중에 다양한 분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심도 깊은 항공우주공학 연구를 통해 과학 분야에서 통찰력을 갖춘 인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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