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KAIST 어디로 가야 하나?
"학생 요구 최대 수용하는 방침으로 교육 진행" 한 목소리

"다 우리 교수 잘못이다. 학부생들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 할 말이 없다. 앞으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듣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대학원 중심으로 학교가 돌아갔고 학부생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교수들끼리 더욱 학부 교육에 신경 쓰자고 입을 모았다. 의무적으로라도 학생들을 만나고 생활을 관찰하는 등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학과운영은 최대한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하겠다"

KAIST 학생 4명이 잇달아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후 KAIST 교수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학교라는 조직에서 친구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제간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 끝내 마음이 아프다.

KAIST 교수들은 그럴수록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야했던 학생들의 마음을 더 빨리 알아채주지 못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는 KAIST 교수들이 학과별로 또 개인적으로 어떻게 교육을 운영할 계획인지를 직접 들어봤다.

◆ "학부생 못 챙긴건 교수 탓…학생과 소통 적극 수행하겠다"

"지금까지 학교가 대학원 중심이었다. 교육도 하면서 실적도 내야 하기 때문에 대학원생들과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시간이 많았다. 이틀간 KAIST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따져보니 교수 1인당 담당해야 할 학생은 5~6명이었다. 앞으로 의무적으로 만나고 생활을 관찰하며 학부 교육에 더욱 신경쓰기로 입을 모았다"(전산학과 윤현수 교수)

"학과에서 학생들과 대화와 면담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부족한 부분은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 업무 외의 이야기,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야기도 많이 할 것이다. 생활지도를 하는 교수가 이전에도 있어서 새로운 건 아니지만 좀 더 애정을 갖고 바쁘지만 더 자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전산학과 현순주 교수)

"앞으로 보다 더 학생들의 고민을 많이 들어주고 진로 상담에도 적극 나서겠다. 최근에 학부생들과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많은 것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 학부 차원의 지도나 동아리 활동 지원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다 우리 교수 잘못이다. 케어를 했어야 했는데 할말이 없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상당히 감각 있고 준비가 된 아이들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무사히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전산학과 한태숙 교수)

"학생들과의 대화가 부족했음을 다들 느끼고 있다.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했어야 했다.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교수협의회에서 혁신비상위 구성 공식화 제안 등 학교 발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KAIST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물리학과 남창희 교수)

"지도학생들을 만나 살피지 못했다. 연구실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상담하러 오라고 말해도 부모님과 터놓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처럼 선생님들에게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을 위한 것이고 그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기 위함이다. 교육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토록 하겠다"(물리학과 교수. 익명 요청)

"제도는 잘 돼 있다. 올해부터 '즐거운 대학생활'이란 것도 하고 있고, '새내기 세미나'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신입생들과 담당교수가 2주마다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교수들이 얼마나 성의껏 하느냐가 문제다. 주로 젊은 교수들이 많이 하던 일인데 요즘에는 연구 경쟁에 쫓기다 보니 시간을 못 낸 것 같다. 교수와 학생들의 적극 참여가 중요하다."(신소재공학과 배병수 교수)

"학생들 만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교수회의를 하며 논의할 예정이다."(전기공학과 이만섭 교수)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MT,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으로 학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학교가 이번 사태로 이미 휴강조치를 한 바 있듯 차후 학과별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학생들의 의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현재 학과 내에서 이와 관련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과 관계자)

◆ "의과대학 학생들 영어 강의 만족, 영어강의 계속한다"…학과별로 운영방침 달라

KAIST 교육의 핵심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영어 강의에 대해서는 학과별로 의견이 분분하다. 의과대학원의 경우 영어강의를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유욱준 의과대학원 원장은 "KAIST내 다른 대학과는 달리 의과학대학 특성상 영어 강의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입장이다.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AIST 학과 운영에 있어 이전 보다 학생들의 의견을 다수 수용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정호 전자과 학부장은 "교수들이 연구에만 치중하느라 학생들에 대해 관심을 못 썼다. 이번에 많이 반성하게 됐다"며 "학과 운영을 학생중심으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승빈 공과대학 학장도 "GDP 500 달러 시절에 배웠던 교수들과 GDP 2만 달러 세대의 지금 학생들의 생각은 많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학과 운영은 최대한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학장은 "수행 방식은 학교 전체적으로 일괄된 운영에 따를 생각이다. 아직 공과대학 자체에서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는 지금까지 학생들을 위해 학과에서 운영했던 일들을 좀더 적극 수행할 방침이다.

이태억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학과장에 따르면 이전부터 학생과 교수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비공식적으로 교수별로 순서를 정해 피자를 먹으며 잡담하는 시간을 한달에 두 번정도 가졌다. 또 체육대회와 학생 간담회, 수업시간 외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통해 친해지는 계기를 가졌으며, 이 외에도 교수 연구과제 참여를 돕게해 학과 자체 장학금을 주고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개별면담·대학원생들과의 만남 등을 추진했다.

이 학과장은 "학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과 교수가 좀 더 긴밀하게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소속감을 주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우주공학전공 이덕주 학과장은 "인성교육과 자살방지교육을 학생들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학교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한국리더십센터의 교수를 모셔 자아성찰과 셀프리더십에 대한 강좌를 받았는데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이런 수업을 원했다"라면서 "또 정부기관에서 병역을 마친 한 학생이 정부기관에서 자살방지교육을 지속 하는데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학과차원에서 이와 관련 강좌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어수업에 대해서는 "수업 시작 전, 후에 5분간 한국어로 교수와 대화하는 것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는 의견이 학생들 사이에 있었다"며 "전면 한국어 교육은 외국학생들을 소외 받게 할 수도 있기에 이 부분을 확장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난 주 2틀간의 휴강을 통한 사제간의 대화에서는 서로 몰랐던 문제점 등이 도출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면서 "학생들이 교수를 멀게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가까워질 수 있도록 MT도 함께하고, 개강·종강·신입파티뿐 아니라 진지하게 대화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학생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희망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KAIST 모 물리학교수는 "KAIST에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거꾸로 한글로만 강의하겠다는 말은 모국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같다는 의견을 내 놨다"며 "외국인 학생을 위한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KAIST 관계자도 "비록 600여 명의 소수이기는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도 먼 나라에서 유학을 온 처지인 만큼 그들도 포섭하고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이나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며 "소수를 배려하는 문화를 활성화하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등 학교 전체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교수는 "사제간의 대화에서 학생들은 영어강의를 점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라며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영어수업을 하는 것 보다 2학기부터 나눠 하거나 2학년 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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