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⑥]KAIST, 어디로 가야 하나?…동문회장 인터뷰
기술 지도자로서 학생들에게 가장 하고픈 말? "인문·사회와 소통"

"이공계는 잘못하면 도구가 됩니다. 스스로 색깔이나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삼성의 대표적 '스타 CEO'인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로부터 들려오는 연이은 비보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이공계인들은 도구로 전락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독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창규 사장,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삼각편대'로 통하는 임형규 사장은 76년 삼성에 입사한 이후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의 얼굴'로 활약해 왔다. KAIST 동문 출신 중 삼성전자에서 가장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임 사장은 90년대 후반 이건희 회장이 비메모리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자 했을 때 첫 주자로 뽑혔고, 그후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삼성종합기술원장을 맡았을만큼 삼성의 대표적 기술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부터 KAIST 총동문회장 역할을 맡게 된 임 사장은 한국의 기술 최고봉에 오른 선배로서 학교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저는 학창시절 역사책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역사, 철학, 사회과학 분야를 섭렵했죠. 이공계 학생들도 사회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보편적인 지식과 교양을 쌓을 필요가 있어요. 사회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인문학을 섭렵하고 사회와 상세하게 교감해야 합니다."

사회와의 교감이나 인문학을 섭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결국 이공계 학생들이 사회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 쌓기라는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5년, 10년 후 자신의 미래가 잘 보이지도 않는 과녁을 제대로 맞히려면 기술 한 분야만 파고드는 인재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임형규 사장 "넓게 모르면 깊이도 모르는 법" ⓒ2011 HelloDD.com
임 사장은 이공계인들의 사회를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과 그렇지 못한 차이에 대해 삼성종합기술원장 시절 경험담을 들어 설명했다. "삼성종기원장 시절 연구원들이 1000여 명 있었죠. 연구자들이 사업부에 가서 요소기술만 이야기를 하던데 사업부에서는 콧방귀도 안뀝니다. 그런데 어떤 연구자가 회사의 사업 전반을 꿰뚫고 기술의 가치와 필요성을 이야기하니 사업부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더라구요."

임 사장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저마다 기술에 대한 원천적 지식도 상당하지만, 관련기술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넓게 모르면 깊이도 모르는 법"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사회의 기본적 흐름을 이해하고 인간이 사는 시스템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공계인들이 사회와 소통하면 꿀릴게 하나 없다"며 "그래서 이공계인들이 한쪽 분야만 파더라도 교양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균형있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임 사장은 "KAIST 학생들하고 이야기를 해보니 학교 교육에 전혀 만족을 못하더라"면서 "학생들은 세상을 알고 싶어서 난리인데, 요즘 한국의 경영대학이나 일반적 교육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기술을 알면서 폭넓게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사장은 경험적으로 실무 프로젝트를 우선한 뒤 공학이론을 교육시키는 '先 실무 後 이론' 교육 방법론이 실질적인 KAIST의 교육대안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학부생 1~2학년 때는 팀 단위로 무조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보면서 공학이란게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보고, 그 다음 원리를 이해하는 이론학습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말로 대덕연구단지에 대해서도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여전히 진지했다.

"대덕도 늘 2%가 부족하죠. KAIST와 같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대덕을 도구로만 만들어놓은 듯 합니다. 산업계 등 다른 분야와의 순환이 왕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 사장은 대덕과 KAIST의 활성화 해법에 대해 "KAIST는 재미가 없어 보이는 학교이고, 바로 옆에 대덕단지가 있는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KAIST나 대덕이 좀 더 다양하게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순환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KAIST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동문회가 발벗고 나설 것"이라며 "멘토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학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KAIST 동문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임형규 사장이 걸어온 길
1953년 경남 거제生. 경남고-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사 1976년 삼성그룹 입사(삼성반도체 연구원) 1984년 미국 플로리다대학 전자공학과 박사 1997년 삼성전자 메모리 본부장 2000년 System-LSI 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System-LSI 사업부 사장 2004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2005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2007년 삼성전자 신사업팀 팀장 2009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최고기술책임자클럽 대표간사 2011년 KAIST 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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