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우주를 탄생시킨 핵반응
오랜 옛날 137억년 전 우주는 상상 할수도없는 뜨거운 에너지(2조℃) 덩어리가 폭발(big bang)해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면서 냉각이 계속되고, 불과 3분46초만에 수소와 헬륨가스가 생성되면서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 물질이 탄생하게 되었다(이때 온도는 약 9억℃). 그래서 우주의 탄생이 3분만에 이뤄졌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주는 팽창과 냉각을 계속하고 있으며 우주 끝자락은 절대영도라는 영하273℃ 가까이까지 냉각되었다. 우주 탄생은 에너지가 물질로 변하는 과정이고, 원자력은 원자핵을 깨뜨려서 물질 일부를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으로, 이를 핵반응이라 한다.

이 핵반응이 바로 우주 창조와 지금도 계속되고있는 수많은 별들의 생성과 소멸을 주관하는 반응이다. 우리가 음식물을 통해서 얻는 에너지나 삶에 필요한 전기같은 에너지도 근원적으로 모두다 우주를 지배하는 핵반응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억세게 국운이 좋은나라 대한민국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원자력인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가슴아픈 통증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한국은 참으로 국운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원자력발전소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체르노빌 사고를 냈던 흑연감속로, 이번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난 비등경수로(BWR) 그리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21기의 가압경수로(PWR,PHWR)다.

체르노빌 원전은 격납고가 없으며 감속재로 물 대신 흑연을 쓰는 원자로였다. 이는 고온에서 노심이 녹으면 흑연에 불이 붙어 대형 화재와 함게 폭발하면서 최악의 원전사고를 낸다. 현재 남아있는 흑연감속로는 거의 다 폐쇄하고 있다.

비등경수로와 가압경수로는 무엇이 다른가? 비등경수로는 원자로와 터빈이 분리 돼 있지않아 노심에서 비등이 허용되고, 원자로를 켜고 끄는 제어봉이 원자로 아래에 있어서 정전시에는 원자로를 통제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사고 시 안전을 위한 대단히 중요한 격납고가 작을 뿐만아니라 구조가 박스 모양으로 고압에 대단히 취약하다.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정전과 비상 전원의 고장으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위에서 언급한 구조상의 약점과 함게 큰 사고로 연결됐다. 만일 격납고가 가압경수로 만큼만 컸으면 사고가 아주 작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9.0의 강력한 지진과 14미터 쓰나미에도 원자력발전소 자체는 전혀 손상이 없고, 다만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서 발생한 수소가스에 의한 폭발로 파손되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압경수로는 원자로(1차계통)와 가압기 및 증기발생기(2차계통)가 따로 있어 원자로내에서는 비등하지않고, 증기발생기에서 열교환에 의해서 증기를 발생시킨다. 격납고의 크기가 비등경수로에 비해서 5배나 크고, 구조가 돔 형태로써 고압에 대단히 안전하다.

그리고 중요한 제어봉이 원자로 위에 있어 정전시에도 사용이 가능하며, 핵연료가 공기중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위험한 수소가스를 실시간으로 제거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운전중 핵연료가 손상되어 방사성 물질이 원자로내에 있어도 1,2차 계통이 분리돼 있어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유출될수 없다. 또 비상전원 마저 차단돼 냉각수 공급이 불가능해도 증기발생기에 있는 증기압을 이용하면 자연순환을 통해 상당시간 동안 노심 냉각이 가능하다.

30년전 미국의 쓰리마일 아이랜드 원전사고도 원자로 노심이 완전히 녹아버린 최악의 원전 사고였지만 커다란 격납고와 물을 사용하는 우리와 같은 가압경수로이기 때문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이 전혀없는, 희생자가 한 사람도 없는 대형 원자로 사고였다. 이번 일본의 원전사고를 가슴조이면서 지켜보면서, 우리는 가압경수로라는 노형을 참으로 잘 선택했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방사선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체는 방사선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은 소량이지만 방사선을 포함하지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햇빛도 해롭지 않는 방사선이지만 많이 쪼이면 피부에 손상을 입히는 것과 같이 해롭다는 고에너지의 방사선도 소량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자연에는 5종류의 방사선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삶을 살면서 많이 찍는 엑스레이는 두 번째로 위험한 방사선이다. 병원에 모든 사람이 엑스레이를 촬영할 때 아무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것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력법에 일반인은 일년에 가슴 엑스레이(50마이크로 씨버트) 한번 찍는것의 20배(1000 마이크로 씨버트), 원자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일반인의 50배(50,000 마이크로 씨버트), 비상시 종사자는 일반인의 250배(250,000 마이크로 씨버트)까지 피폭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인과 원자력 종사자 모두 똑같은 인간인데 왜 종사자는 수치가 높은것일까. 그것은 일반인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한계 수치를 아주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연간 허용치 50,000 마이크로 씨버트도 아주 보수적인 수치로써, 언론이 너무나 과장 보도해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원자력을 기피의 대상으로 여길까 대단히 염려된다.

◆비상시 꼭 지켜야 할 사항
방사선이 검출 되었다는 것은 주변에 방사선 물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호흡기(마스크사용)를 통해서나 혹은 음식물과 함께 체내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있다. 체내에 들어가면 일부는 몸안에 축적되지만 대부분은 밖으로 배설된다. 그리고 채소나 음식물에 묻어있는 방사능 물질은 물로 충분히 씻으면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일본의 서쪽에 있어서 일본으로부터 방사능 물질이 절대로 올 수 없으며, 있다는 것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오는것인데 그 양은 인체에 무해할 정도의 아주 작은 양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는 적도 지방에서 시속 1700km 속도로 자전할 뿐만 아니라, 지구와 함께 움직이는 대기 때문에 동풍이 불어올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서 지진안전지대이다. 일본은 5.0이상의 지진이 연100회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1회이며, 6.0 이상은 일본은 년 10회인데,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없었던 지진 안전지대이다.

◆역사는 자연 재해와 실패와 좌절과 절망을 딛고 전진한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할수 있었던 것은 체르노빌과 스리마일 아일랜드 사고로 세계 원자력계가 위기를 맞아 원자력을 거의 포기했기 때문에 싼값(?)으로 원자력기술을 이전 받을수 있었고 아주 짧은 시간에 기술 자립을 할수 있었다.

그후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이 크게 증가됐다. 아마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같은 비등경수로는 앞으로 건설이 불가능 할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 원전 사고는 상상 할수도 없었던 최악의 원전사고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 문제가 크게 중요시 되며 새로운 원자력발전의 중흥기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는 원자력 발전소를 가진 모든 나라는 틀림없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할 것이다. 역사와 과학은 상상할수도 없는 재난과 실패와 역경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이다.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가 원자력을 하는 이유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가야하는 후손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이다. 확실한것은 이러한 사고나 시련을 통해서 얻은 값비산 경험을 토대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갈수록 증가할것이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50년의 역사가 보여 주었듯이, 우리국민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특별한 지혜를 가진 민족이기 때문이다.

◆언론 쓰나미
연일 보도되는 국내외 언론의 기사를 보고 들으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왜 언론은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보다는 국민을 자극하고 공포 분위기로 몰고 가려고 하는 걸까. 최근 일본 게이오 대학의 이홍천 한국인 교수가 모 신문 시론에 올린 '방사능 공포, 한국 언론이 더 호들갑'이라는 글을 읽었다. 우리도 좀 냉정하고 과학에 근거한 보도를 통해서 국민에게 보다 올바르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심시키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과장된 보도가 바로 언론의 쓰나미가 아닐까. 놀라운 것은 이런 언론 쓰나미에서도 국민의 22%가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원자력발전국 국민답게 원자력에 대한 이해와 공부를 많이했다는 생각에 마음 든든하다. 지금 이시간이 어느때 보다 이 땅에 사는 원자력인들에게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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