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노벨상에는 평화상, 문학상, 경제학상, 생리의학상 그리고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있다. 이중에서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수상 여부는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는 물론이고 한 나라의 국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11위, 경제력 규모는 13위, 수출 7위를 차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외에는 아직까지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과학기술계의 숙원사업이자 숙제로 남겨져 있는 실정이다.
 

▲노벨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메달 
ⓒ2011 HelloDD.com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수상자에 주어지는 메달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인지 메달 뒷면에 무슨 그림이 새겨져 있는지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앞면에는 상의 창시자인 노벨의 옆모습이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는 두 명의 여신이 새겨져 있다.

바로 자연과 과학을 뜻하는 여신들로서, 과학 여신이 자연 여신의 베일을 들추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바로 과학이란 베일 속에 쌓인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과 원리들을 탐구하고 분석해 조금씩 밝혀 나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세계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들이 진행하는 '기적의 18분 강연'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 최대의 지식 공유 컨퍼런스인 TED는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명한 휴양지인 롱비치에서 개최되고 있다.

1984년에 창설되어 1990년도부터 본격적인 컨퍼런스를 개최해 온 'TED'는 테크롤로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디자인의 머릿글자. 첨단기술과 지적 유희, 예술과 디자인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행사로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임으로 전 세계인에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올해는 2월28일부터 3월4일까지 미국 롱비치에서 개최되었으며, 특히 버지니아 공대 기계공학과의 로봇연구자인 데니스 홍 교수가 한국인 최초의 연사로 등장하여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소개하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TEDx는 TED로부터 라이센스를 얻어 독립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행사로서 작은 TED의 개념으로 전 세계 각국의 지역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 달 말 대전에서도 개최되어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생태학자이자 바이오미미크라이(Biomimicry·생체모방공학)협회의 회장인 재닌 베니어스는 2005년에 개최된 TED 컨퍼런스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식물과 자연 생태계를 모사하여 인간생활에 응용하는 자연모사기술/생체모방기술을 소개했다.

베니어스는 뉴저지의 로쳐스대에서 '자연자원경영'분야로 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발간 저서인 '바이오미미크라이'에서는 자연을 모델(Model), 척도(Measure) 그리고 조언자(Mentor)로서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2009년 7월 영국 옥스포드에서 개최된 TED를 통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지속가능한 혁신기술을 강연했다.

한국기계연구원에도 이런 자연모사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자연모사연구실'이 있다. 이 곳에서는 예를 들어 자기세정효과가 있는 연잎의 초발수 특성을 투명한 유리 위에 구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잎 표면은 마이크로 크기의 돌기와 왁스 성분으로 된 나노 돌기가 계층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수년전 독일의 한 페인트 회사에서는 초발수 성질을 띠는 페인트를 발표한 바 있으나, 투명한 유리에는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리표면에 나노 크기의 작은 입자를 균일하게 뿌린 후에 플라즈마로 식각하는 콜로이달 리소그라피 공정으로 돌기를 만든 후에 발수 코팅을 거쳐 물 접촉각이 150도 이상이 되는 초발수 나노유리를 제작하고 있다.

100nm 크기의 돌기를 가진 나노유리는 초발수 특성과 함께 나방 눈에서 볼 수 있는 무반사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태양전지 커버 유리 및 태양광 집광렌즈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계연구원의 자연모사연구실에서는 이밖에도 공기 중의 수분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물을 포집하는 사막의 딱정벌레 등껍질의 원리를 산업에 응용하는 연구, 조직공학용 생체모방형 인공지지체 개발, 그리고 인간의 달팽이관을 모사한 인공청각기구 개발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고효율 최적화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연구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의 뒷면에 새겨진 자연과 과학의 여신이 보여주듯이, 38억년동안 진화 발전되어 온 자연생태계의 신비로움과 조화로움을 우리가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고 무한한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나간다면, 우리는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녹색성장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완두 박사 ⓒ2011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알려 줄 계획입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