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연일 일본 대지진에 원전사고 소식까지 겹쳐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주는 것 같아 원자력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심지어는 이번 사고가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같은 대형사고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기사를 보면서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 경수로는 체르로빌 같은 사고가 날 수 없다
 

▲가압경수로. ①원자로 압력용기  ②핵연료 집합체 ③제어봉 ④제어봉 구동장치 ⑤가압기
⑥증기발생기 ⑦원자로냉각재펌프 ⑧증기 ⑨급수 ⑩고압 터빈  ⑪저압 터빈  ⑫발전기
⑬여자기 ⑭복수기 ⑮순환수(해수 등) ⑯급수 펌프 ⑰급수 예열기 ⑱격납건물 ⑲순환수 펌프
ⓒ2011 HelloDD.com

원자로는 크게 감속재로 체르노빌 원전 같이 흑연을 사용하는 것과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로 같이 물(중수 즉 무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흑연과 물의 큰 차이는 흑연은 고온에서 불에 타지만, 물은 불에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이 불에 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같은 경수로는 체르노빌 같은 원전사고가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크게 두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는 감속재로 가연성인 흑연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로 중심(로심)에 운전중 냉각수가 공급이 안돼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흑연에 불이 붙어 원자로가 통째로 폭발하면서 대형사고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만일 원자로가 한국의 모든 원자로 같이 원자로의 바깥 쪽을 싸고 있는 두께가 1m가 넘는 돔 모양의 철근 콘크리트인 격납고(이는 747잠보 비행기가 충돌해도 안전함)가 있었으면, 설령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선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아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도 물을 감속재로 사용할뿐만 아니라 튼튼한 격납고 있어 체르노빌 같은 대형사고는 날 수 없다. 우리나라 모든 원전(17기의 경수로와 4기의 중수로)은 감속재로 물을 사용하고 아주 튼튼한 격납고가 원자로를 보호하고 있어 그런 사고가 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비등경수로. ①원자로 압력용기 ②핵연료 집합체 ③제어봉 ④순환펌프(Jet 펌프) ⑤제어봉
구동장치 ⑥증기 ⑦급수 ⑧고압 터빈 ⑨저압 터빈 ⑩발전기 ⑪여자기 ⑫복수기
⑬순환수(해수 등)      ⑭급수 예열기 ⑮급수 펌프 ⑯순환수 펌프 ⑰격납건물
ⓒ2011 HelloDD.com

이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은 물을 감속재로 사용하지만 로형이 우리하고 좀 다르다. 일본은 비등경수로(BWR)이고 우리나라는 가압경수로(PWR)이다. PWR은 원자로 안에 가압기와 증기발생기가(1,2차 계통)있어 방사선 누출시 훨신 쉽게 처리할 수 있으며, BWR은 가압기와 증기발생기가 없고 원자로 내에서 바로 스팀을 얻어 발전하는 것으로, 가압경수로인 PWR이 비등경수로인 BWR보다 더 안전하고 훌륭한 원자로라고 생각한다.

◆ 비상 전력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

이번 후쿠시마 원전도 설령 로심이 녹았다 하더라도 튼튼한 격납고가 있기에 방사선은 크게 유출되지 않을것이 분명하다. 언론에 보도된 폭발은 로심이 있는 원자로가 아니고 원자로 밖에 있는 부속건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론에서 말하는 원자로 폭발은 표현이 가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정전에 의해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핵연료가 핵반응에 의한 고온으로 손상되고, 동시에 피복관에 의해 발생된 수소가스가 폭발의 원인이다. 원자로내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가 녹아 손상됨으로써 원자로 내부에 수증기가 꽉 차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수증기를 “U으로 빼내는 과정에서 수증기와 섞여있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면서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피폭이 되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때 유출된 방사능 물질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냉각수를 공급하는 비상전기망의 고장으로 냉각수 공급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서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비상전력 시스템이 분명이 있었을텐데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비상전력만 제대로 작동되었으면 이런 엄청난 재난을 막을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주 작은 비상전력망이 이렇게 큰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안전에 관한한 아무리 사소한것이라도 소홀히 할수없다는 아주 값비싼 교훈이 아닌가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큰 지진에도 원자로 건물이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은 원자로가 얼마나 안전하게 건설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

과학기술인에게는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과 아무리 작은것이나 혹은 사용 빈도가 작은것이라 할지라도 철저한 정비를 해야한다. 특히 언론은 지나친 과장 보도 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과학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에게 걱정이나 공포심 보다는 정확한 과학지식을 전하는 역할을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로가 대단히 안전한 로형이라는 점과, 지진에 관한한 대단히 안전하다는 점, 일본으로 부터 방사능 물질이 한국에는 올가능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어떤 경우에라도 체르노빌 같은 원전사고가 날수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고를 통해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더 안전하고 훌륭한 원자로가 우리의 미래를 밝혀 줄 것을 기대한다., 끝으로 우리의 가까운 이웃인 일본 국민이 하루빨리 이 고난을 떨고 일어나기를 기원하고 특히 일본 원자력기술인의 분발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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