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한나노텍, 창업 3년만에 매출 100억원 훌쩍
아시아 넘어 미국·유럽까지 시장 점령…올해 150억원 매출 목표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거래했던 해외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회복이었습니다. 제품이 있어도 판로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품 생산에 앞서 해외 판매망 구성부터 탄탄히 했던 것입니다."

시장먼저 구축하고 제품을 생산한다는 '역발상'-. 바로 김수완 한나노텍 대표가 공개한 성공 비결이다. 그는 창업 2년만에 85억 매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100억 매출의 성과를 올리며 성공 벤처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한나노텍은 2007년에 창업해 올해 4년차에 접어든 신생벤처. '난연제 플라스틱 첨가 조성물'이 주요 기술과 제품이다. 이 조성물은 플라스틱이 녹으면 액체가 돼 흘러내리게 되는데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전기전자·자동차·TV·컴퓨터·팩스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혼합해 사용된다. 기존의 생산 방법은 기계적인 방식에 의존하는 바람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나노텍의 '나노캡슐기술' 개발로 쉽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가전제품의 화재안전성과 환경안정성이 요구됨에 따라 친환경 난연보조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나노텍 생산제품  ⓒ2011 HelloDD.com
한나노텍의 또 다른 주력제품은 내열향상제. 이는 플라스틱의 내열성을 향상시켜 마찰에 의한 스크래치를 방지한다. 신용카드, 컴퓨터 냉각팬 등에 사용되는 등 일상 제품 여러 곳에 반드시 요구된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아주 소량이 들어가지만 꼭 필요한 성분이다. 또 국제표준이 있어 그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면서 "대기업 근무시 이 분야를 연구했었는데 이는 제품 곳곳에 사용되지만 규모상 대기업이 뛰어들기는 애매한 분야라 중소기업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잘 나가던 직장인에서 졸지에 백수로, "24시간이 부족했죠"

김수완 대표는 모 대기업에서 플라스틱 첨가제 관련 개발 업무에 참여했었다. 이후 그가 소속돼 있던 부서만 덜렁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게 됐다. 이곳에서 그가 새로 맡은 역할은 아시아 지역 마케팅과 기술부장. 물론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의 성격은 외국에서도 통했다.

성실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7년만에 외국계 회사는 한국에서 철수를 선언했고 그는 졸지에 직장을 잃은 실업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플라스틱 첨가물을 직접 제품화 해보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는 기술 개발과 동시에 해외 마케팅에 주력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해외 바이어들에게 안부와 사업 계획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기업 근무시 나름 성실하게 했다. 나를 나쁘게 평가하지는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면서 "실제 답장이 왔는데, '걱정하지 말고 잘 해봐라. 제품화되면 보내라'는 격려를 담은 답장이 많았다"며 사업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모든 벤처기업인들이 그렇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연구를 해야하는데 저녁이 되면 체력을 위해 억지로라도 자야했는데 그 시간까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한 친구, 동생과 창업, 제품으로 시장서 인정받아

기술개발 1년만에 성과가 눈에 잡히기 시작했고 그는 창업을 구체화했다. 미국에서 잘 살고 있는 동생과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는 친구를 불렀다. 가장 아끼는 지인과 겁없이(?) 창업을 했다.

"친구는 한양대학교 동기로 같은 회사에도 근무했던 아주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 친구에게 나 창업할건데 오라고 말했더니 이 친구가 바로 왔더라고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았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애초의 걱정과 달리 사무실 문제부터 술술 해결되기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도록 기회를 줬던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입주 뿐만 아니라 연구비도 선뜻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주변의 도움은 한나노텍에게 큰 힘이 됐다.

김 대표는 초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장을 뛰어 다니며 설비도 직접 조립했다. 그렇게 탄생한 한나노텍의 제품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해외로 수출을 시작했고 2008년 첫해 매출 17억원을 기록했다.

거래처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 받았고 2009년에는 85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그해 무역의 날에는 '300만달러 수출의 탑'를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한나노텍의 제품은 지금도 95% 이상이 해외로 수출된다.

◆연구개발에 집중, 아시아, 미국 이어 유럽 시장 진출 앞둬

한나노텍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된다. 성장 가능성 100%로 무장하고 석유화학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한편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친환경제품과 원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사실 그는 이번 인터뷰도 망설였단다. 여기저기 소개되는 것보다 조용히 내실을 기하며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창업을 앞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싶어 용기를 냈다"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먼저 시장을 구축하는게 중요하다. 그 이후 제품 생산에 들어가면 초기 어려움과 기업 성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을 하면서 잘될거란 긍정적인 마인드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나노텍의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원이다. 해외 수출도 올해부터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유럽 시장 진출도 곧 가시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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