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 GHGT 10 네덜란드 학회 참석기
EU, 국가 초월해 협력…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에 본보기

GHGT-10학회에 다녀왔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우리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 9월19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회의에. 최근 지구 온난화가 일상 생활에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이 학회는 그 처방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 됐다는 말을 듣고 참가하게 됐습니다.

GHGT란 Greenhouse Gas control Technologies의 약자입니다. 정말 각 대륙에서 온 과학자와 전문가 등 1천6백명이 한 자리에 모여 5일 동안 열띤 학습과 교류를 했습니다. 격년제로 열리는 회의가 10회째이니 92년에 시작해 18년의 연륜을 쌓아왔습니다.

남들이 관심 갖지 않을 때 이슈를 잡아 시작했고, 먼저 시작한 만큼 세계 과학계에 발언권이 있는 학회인 것입니다. 1회때 2백50여명의 학자가 모였는데, 그 사이에 6배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셈입니다. 그만큼 온난화가 지구촌 전체의 관심 대상이 됐다는 반증이겠죠. 이번 학회를 지켜보며 인상 깊었던 것의 하나가 EU국들의 협력이었습니다.

주최는 네덜란드이지만 영국과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등등 주변국들이 자기 일로 여기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이들은 세계 전체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유럽의 전략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온난화 처방의 가장 중심 기술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인 CCS의 경우 미국이 가장 앞서고 있고, 아시아에서 중국이 적용을 위해 EU와 협력하고 있고, 일본이 나름대로의 기술을 갖고 있으며, EU는 포집 기술을 넘어 저장 기술을 파일롯 단계에서 행하고 있고, 이제 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등등의.

한마디로 세계를 손바닥 위에 놓고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와는 비교가 됐습니다. 대개 우리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나라는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 위를 쳐다보는 것같은 접근을 해오지 않았나 되돌아 보았습니다.

확실히 제국으로 다른 지역과 나라를 지배해본 사람들과, 식민지로 지배를 받은 사람들과의 차이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또 EU국들이 하나가 돼 협력하는데 비해 아시아는 각기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강자들은 힘을 합치는데, 거꾸로 약자는 각기 움직여 더욱 세가 미약해지는 것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기 학회가 일본 교토에서 2012년에 열리는데 이번에는 아시아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부터 주최국인 일본을 비롯해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이 공동 보조를 취해나가면 새로운 협력의 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학회가 진행되면서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등이 진행됐는데 거의 미국와 유럽 주도였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고, 참가자들도 적잖았는데 패널토론에서는 90% 이상이 구미 중심이었습니다.

영어가 되는 인도 정도가 좀 참가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보면서 과학 외교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학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세계 과학계의 변방을 탈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원자력 핵융합 항공우주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만 과학계 전반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정책전문가는 말씀하시더군요. 이를 위해 관행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현재의 연구 규정상 해외 출장은 학회 일정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학회전에 미리 가거나 끝난뒤 남아서 사람을 만나는 일 등은 안된다는 것이죠. 감사에서 지적 사항이 되기 때문에 일정에 맞춰서 가고, 끝나면 오기 바쁜 상황이니 과학 외교는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세상에 전파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사귀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문화도 이해하고 방문도 해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규제가 필요하기도 한 것은 이해도 되지만 유연성도 생각할 때가 아닌가 봅니다. 또하나는 언어의 문제였습니다.

결국 한국말로 소통할 수 없고 영어로 지식 교류를 해야하는데 이 부분이 과학계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되고 있었습니다. 개인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과학계에서도 논의하며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여겨집니다.

언론 입장에서도 많이 반성됐습니다. 그동안 국내 과학계의 동향만 전했지 세계 과학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로 생각을 못했습니다. 좁은 우물안에서 세상을 논한 개구리였던 것입니다. 이번에 세계 과학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과학 언론의 국제화도 새로운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과학 언론도 언어문제는 똑같이 갖고 있구요. 여하튼 한국 과학이, 아시아 과학이 세계의 중심에서 일역을 담당하지 않고 주변인으로만 머물게 되면 국민들의 세금대비 효과가 적게 나오고, 후손들한테도 변방인이란 존재를 물려주게돼 미안한 일입니다.

이의 해결을 위해 부족하지만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지도편달과 과학언론 선진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 주십사하는 당부 말씀도 올립니다. 여하튼 많은 숙제를 받고 온 국제학회였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차원 높게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스테르담 = 대덕넷 이석봉 기자(happymate@hellodd.com) 트위터 : @hellod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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