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질량 140톤 이상 날아가려면 초속 8km로 날아야
'최대 설계중량' 할당…초기 중량 확보 위해 치열한 경쟁

우주발사체(로켓)는 엄청난 지구 중력을 효과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야무진 다이어트를 해야만 한다. 연료를 다 채운 상태에서 이륙할 때의 나로호 질량은 얼마나 될까? 무려 140톤이 넘는다.

이 무거운 나로호가 지구를 출발해 과학기술위성2호를 정해진 궤도에 무사히 투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빨리 날아가야 할까? 위성이 분리되는 순간, 발사체 상단은 초속 8km(시속으로 생각하면 무려 28,800km/h 이다) 정도로 빠르게 날고 있어야만 한다.

물론 위성이 분리될 때의 발사체는 단 분리와 연료 소모로 인해 이륙 당시의 나로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가볍지만, 어쨌거나 정지 상태에서 이륙한 나로호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초속 8km 까지 도달해야 하니 나로호에게는 상당히 큰 가속 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로호 개발과정에서는 (다른 우주로켓들도 마찬가지이다) 몸무게와의 전쟁, 즉 다이어트가 필수다.

사실 140톤이 넘는다는 나로호 무게의 대부분은 추진제(연료+산화제)가 차지하고 있다. 추진제를 제외한 나머지 구조물과 부분품으로 구성된 나로호의 건조질량(dry mass)은 10톤을 살짝 넘는 수준으로 총 무게 140톤과 비교하면 날씬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륙 시점의 질량 대비 연소종료 시점의 질량 비율은 로켓의 성능, 즉 로켓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속도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추진제를 뺀 나머지 부분의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잘 만들어진 로켓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마지막 순간 위성과 분리되는 로켓 상단부의 경우 추진제를 제외한 구조체와 부분품의 무게감량은 탑재성능의 향상과 직결된다. 즉, 살을 뺀 만큼 더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로호의 몸무게는 개발 초기부터 엄격하게 관리된다. 우선 목표 임무와 추진기관의 성능을 고려해서 발사체의 구조질량 목표치를 결정한다.

나로호 시스템 전체의 '다이어트 목표'는 다시 각 부분품의 다이어트 목표로 세분화돼 담당팀에 할당된다. 각 부분품 담당팀은 초기설계 단계부터 각자가 맡은 부분품에 대한 '최대 설계중량'을 할당받는 것이다. 따라서 담당 부품의 초기 중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각 팀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이후 개발과정 내내 각 부분품의 중량과 더불어 발사체 시스템 전체의 중량이 면밀히 관리된다. 개발 과정에서 특정 부분품의 설계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도 초기에 할당받은 중량을 초과하게 되는지 여부가 주요 고려사항이 됨은 물론이다.

중량이 증가하는 방향으로의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발사체 시스템 전체의 중량은 증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부분품의 여유중량 (물론 여유중량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가능한 일이다)을 각 개발팀 간의 합의와 시스템 종합팀의 승인 하에 얻어 써야 한다. 물론 다이어트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발사체 개발팀은 중량과 성능,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만 발사 성공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140톤이나 되는 무게를 가진 나로호가 근지점 300km, 원지점 1500km인 타원궤도에 쏘아 올리는 위성의 몸무게는 불과 0.1톤. 중량 기준으로는 1%도 채 되지 않는 위성을 우주공간에 무사히 쏘아 올리기 위해 나머지 99%가 넘는 부분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우주기술 선진국들이 재사용가능한 우주발사체(우주왕복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되겠다.

◆ 고체 킥모터의 비밀

나로호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위성 궤도에 투입하는 역할은 2단 고체 킥모터가 맡는다. 이러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나로호에 사용되는 고체모터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추진기관 성능, 낮은 최대추력과 긴 연소기간 등이 요구됐음은 물론, 추력방향 또한 제어 가능해야 했다.

고체모터의 특성상 추력을 높이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연소시간을 길게 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나로호의 고체모터는 기존 기술로 제작 가능한 고체모터에 비해 2배 정도되는 최장 연소시간이 요구됐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추력방향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기에 잠입형 형상으로 자세구동이 가능한 노즐을 개발했다. 고체모터는 연소된 가스의 분자량이 크고 알루미늄같은 입자가 연소가스에 포함되기에 고온 고속의 연소가스가 지나는 노즐부는 설계, 소재 선정 및 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노즐 추력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플렉시블씰이라는 부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플렉시블씰은 고체모터 노즐의 방향을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부품으로서 발사체 기술 중에서도 기술이전이 특히 엄격히 통제되는 부품이다. 많은 연구 끝에 복합재 구조물에 엄격한 환경과 속도 기준을 적용해 고무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제작했다. 최적의 공정조건을 갖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변수를 밤새 시험했다.

마침내 개발된 플렉시블씰은 뛰어난 성능과 재현성을 보여주고 1차 비행시험에도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킥모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우주공간에서 작동을 하는 추진기관으로서 모든 부품이 우주환경에서 사용가능한 소재로 구성됐다.

연소관은 보스와 내열재를 따로 제작한 후 맨드렐에 적층하고 탄소섬유로 보강해 일체형으로 제작했다. 미사일 등은 상대적으로 구조 무게비가 커도 되나 발사체로서의 추진지관은 전체 무게중 구조물이 차지하는 무게비가 작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특히 연소관은 구조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에 더욱 엄격하게 개발해야했다.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면서도 작은 구조비를 가져야 하는 이중적인 조건을 만족하도록 탄소섬유 와인딩 패턴과 설계를 바꿔가며 많은 시험을 수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예상압력의 약 2배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연소관을 개발했다. 킥모터는 발사 후 390초에 우주환경에서 점화가 된다.

이러한 진공환경에서 점화하는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적용됐다. 두 개의 점화안전장치에 전기 신호가 들어가면 점화가 되도록 구성하고 각각의 점화안전장치는 독립적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진공에서의 점화를 모사하기 위해 진동, 열주기 시험과 진공시험과 같은 수많은 시험을 수행해 신뢰도가 높은 부품을 개발했다.

특히 점화안전장치 자체는 용접으로 밀봉해 진공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 제작했다. 설계된 형상의 추진기관의 성능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서 내탄도 해석(추진기관의 실제 연소시험 전에 이론적으로 성능을 계산 및 예측하는 것)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성능을 예측하고 지상시험을 수행하면서 내탄도 분석 결과와 비교 분석했다.

모든 부품이 개발된 후 현재까지 킥모터의 기본적인 성능을 시험하는 지상연소시험과 실제 비행환경에서의 최종적인 성능을 검증하는 고고도 시험 등 총 12회의 종합지상연소시험이 수행됐다. 다음 그림에 지상시험과 고고도 시험 장면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연소형태, 시험 전 예측된 성능과 유사한 시험 결과를 확인했다.

이렇게 개발된 고체모터는 작년 8월 25일 있었던 1차 비행시험에서 완벽하게 작동했다. 1차 비행 시험이 끝난 후 압력 및 가속도 계측값을 이용해 고체모터의 성능을 분석했다.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킥모터의 비추력(추진제 소모량 대비 추력값으로 로켓 추진체의 성능을 나타냄) 예측값이 실제성능과 2% 이내의 오차 범위에 있어야 한다. 비행시험 결과를 분석 한 결과 0.6% 정도의 비추력 오차 범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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