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마이크로 발전·투명 태양전지 등 발표
10년 후 산업 지형 바꿔놓을 핵심기술 망라

2020년 국가연구소에 근무하는 왕전기 씨 부부의 어느 주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느긋한 잠에서 깨어난 두 사람은 벽이나 창문 등 집 주변에서 손쉽게 자체 생산한 전기를 무선으로 보내 다른 방의 청소 로봇을 가동시켰다.

직류전원망의 이용으로 더욱 콤팩트해진 가전제품을 이용해 음악을 들으며 청소를 마친 그들은 매연이 없고 유지비가 싼 전기자동차로 철탑이 사라져 경관이 더욱 수려해진 근교를 드라이브하고 난 뒤, 열을 발산하지 않는 LED 조명으로 야경이 더욱 아름다워진 도심 번화가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겼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전자기기를 주머니에서 꺼내 인기 TV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는 한편, 종이 배터리가 적용돼 피부 속으로 더 잘 스며들게 만드는 최신 미용제품을 이용해 마사지를 즐긴 후 한결 부드러워진 피부를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청정 에너지로 지난 반세기동안 국가 경제 성장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전기기술은 10년 후 우리의 삶과 세상을 어떻게 변모시킬까.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유태환)은 2010년 경인년을 맞이해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첨단 전기기술 중에서도 향후 10년내 실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술들을 대상으로 기술적 완성도와 실현 가능지수,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미래를 바꿀 KERI 10대 유망 전기기술'을 13일 발표했다.

이번 10대 기술에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저탄소 녹색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첨단 전기 기반 기술들이 망라됐다. 전기연은 10대 유망 전기기술로 ▲금속-공기 배터리 ▲페이퍼 배터리 ▲마이크로 발전 ▲투명 태양전지 ▲무선 전력전송 ▲분산전원 ▲직류전원망 ▲전기자동차 ▲유연 투명전극 ▲무방열 LED를 제시했다.

전기연에 따르면 전기에너지는 '생산-수송-저장-이용'의 네 단계로 분류된다. 이번에 선정된 10대 유망 전기기술은 이 네 단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각 단계에서 전기에너지 공급자입장이 아닌 전기에너지 사용자 입장에서 사업이 유망한 기술을 표현하고 있다.

다만 초전도 재료 및 응용기술과 전자의료기기 등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 현재 이미 왕성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거나 시장 진입시기가 10년 이후가 될 공산이 큰 기술 등은 이번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홍식 연구정책실장은 "이번 선정 작업은 연구원 내부적으로는 전기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향후 집중해야 할 연구분야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계기가 된 한편, 장차 우리니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첨단기술의 오늘과 내일을 점검하고 저탄소 시대 대비를 위한 전기에너지 기술의 변화를 읽어 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미래를 바꿀 10대 유망 전기기술은?

10대 유망 전기기술로 선정된 금속-공기 배터리 기술은 기존 배터리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는 특성 때문에 보청기 등 주로 사용시간이 긴 다양한 응용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이차전지로 전기자동차에 이용될 경우, 주행거리를 2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현재 일반 전지(일차전지)로서의 우수한 특성을 재충전 전지(이차전지)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료전지 형태로 발전시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페이퍼 배터리는 기존의 배터리가 갖고 있는 형상에서 탈피해 종이와 같이 얇게 만든 것으로, 구부릴 수 있는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며 전기화학적 특성으로는 최고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유연성 때문에 외부 화학물질과 생체를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기능이 추가돼 화장품 등에 적용되는 등 전지의 개념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응용분야가 기대되는 기술이다.

유비쿼터스 에너지 또는 에너지 하베스팅으로도 알려져 있는 마이크로 발전 기술은 주변에 산재돼 있는 작은 에너지(진동, 소리, 전자파, 폐열, 체열, 중력, 바람, 빛, 산화반응 등)를 전기에너지(마이크로 와트급)로 바꿔 배터리 없는 전자기기 또는 배터리 없는 무선센서 시스템을 구현해 주는 전기에너지 생산 기술이다.

투명 태양전지는 그린에너지 건축기술의 한 장르를 구성할 대표적 기술로, 태양전지 투명박막을 입은 건물외벽 및 창문이 에너지원으로 재탄생하는 건축디자인 혁명을 일으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대형박막과 효율, 유연성, 투명도, 내구성 등의 요구 특성 때문에 염료감응형 태양전지가 가장 근접한 대안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에너지를 전기에너지파, 전자기 유도 또는 전자기 공진 형태로 전달하는 무선 전력전송 기술은 전깃줄이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전력 공급이 가능해 현대 사회를 바꾼 무선 통신기술에 이어 미래 사회를 바꿀 주역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자기기 무선충전, 전기자동차 무선전원공급 및 무선충전, 원격지 무선전력공급, 우주 태양광 발전, 유비퀴터스 무선센서 전원공급 등을 위한 핵심 기술로서 기존의 유선 전원 공급 및 충전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분산전원은 화력과 원자력, 수력 등 대규모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전기를 소비하는 장소까지의 전달 과정에서 송전손실과 환경파괴가 발생하는 현재 방식과는 달리, 실수요지 근처 혹은 건물 내부 소형 발전설비를 통해 바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송·변전설비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태양광과 풍력, 지열, 마이크로가스터빈, 연료전지 등 친환경적인 분산자원을 활용해 경제적인 전기공급을 가능케 하고 있다.

직류전원망은 전력전송방식으로 에디슨이 제안했으나 전력변환소자 기술의 미비로 테슬러의 교류전력전송에 자리를 내어준 지 100년이 지난 지금 분산전원의 보급, 전기·전자 기기의 고효율화 및 이동형 기기의 증가 추세에 따라 직류망의 필요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기술이다.

일부 조명 및 전열기를 제외한 일반가정의 대부분 전기·전자 기기는 이미 직류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직류전원 공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배전망 역시 분산전원에 대한 대비 및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직류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역시 미래를 대표하는 전기기술 중 하나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 100만대(현재 승용차의 10% 수준)의 전기자동차(50kW)가 운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이들이 시간대별로 분산돼 있지 않다면 원전 50기(50GW)에 해당되는 전력수요 또는 이동 발전소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기자동차 충전·방전관련 분야는 미래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기술로 보고 있다.

유연 투명전극 역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유연 태양전지 등 유연 전자기기의 경우 다른 어떤 전자기기보다도 에너지 효율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유연 전자기기에 적용될 투명박막전극은 매우 낮은 면저항을 요구하므로 새로운 개념의 소재기술을 탐색하고 있다.

요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그래핀 복합화 기술이 완성돼 전도성이 아주 뛰어난 유연 투명전극 제작이 가능해지면 에너지 효율성 문제가 해결돼 플렉서블 디바이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들려오고 있다.

무방열 LED는 수은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조명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투입전력의 약 80% 정도가 열로 발생되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도 줄어들게 되는 기존 LED의 단점을 외부 방열판 부착없이 해결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절약효과가 매우 우수하고 수명이 길어 일반조명과 자동차 조명(전조등, 계기판 등), 디스플레이 조명(LCD BLU, LED 전광판 등) 외에 의료용 조명(치료용 광원, 고성능 진단기기 조명) 및 농업·환경분야(식물재배 조명, 살균/정화용 조명) 등에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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