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김 배제하고 융합연구 가능한 인프라 중시해야

한국뇌연구원(가칭) 입지 지역 선정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초기에는 몇몇 지역에서 유치의사를 밝혔으나 마지막 서류를 제출한 곳은 대전-KAIST(한국과학기술원), 인천-서울대, 대구-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다.

뇌연구원 유치조건으로 뇌연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융합연구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조장희 소장은 최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상황에 따라 대전에 있는 KAIST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연구 인력이 밀집되어 있어야 한다. 뇌 연구에는 여러 분야의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라며 연구 인프라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대표적 뇌연구원 리켄 연구소의 아마리 박사는 뇌연구원의 필요 조건 그 첫 번째 요소로 융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꼽았다. 국내 뇌 연구의 권위자 신희섭 KIST 박사 역시 한국뇌연구원의 설립에 우선돼야 할 주요 조건으로 융합연구가 가능한 인프라를 내세웠다. 함께 연구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그 다음이 발전가능성과 다른 조건이라는 이야기다.

한국뇌연구원은 교과부가 2020년까지 총사업비 3786억원을 투입해 부지 9만4000㎡에 건물 3만3000㎡, 인력 200여명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세 곳은 저마다 인프라, 발전가능성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대전-KAIST는 서울아산병원, 대전광역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SK주식회사와 협약을 맺은 가운데 융합연구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19개 정부출연구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뇌연구를 위한 각 분야 인프라가 풍부하다.

KAIST는 KIST와 뇌연구분야 공동연구 실무 협약을 맺고, 각 출연연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인프라를 구축했다. 생명연과 표준연 등 각 출연연은 지원을 위한 업무 협력안을 내놨다. 융합연구 인프라 평가 조건으로 보면 대덕이 최적지로 꼽힌다.

인천-서울대는 가천의대 길병원 뇌과학연구소,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컨소시엄을 맺고 접근성과 발전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대덕특구의 출연연과 MOU를 체결하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DGIST는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대구지역 4대 대학병원과 손잡고 첨단복합의료단지 성공에 이어 뇌연구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교과부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사업추진 역량과 입지 여건,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12월 중순경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뇌연구원 건립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10년 이상 뒤진상태다. 정부는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고 2007년 12월 한국뇌연구소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뇌연구원 설립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월드사이언스포럼에서 10년 안에 '뇌연구 세계 7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게 사실이다. 또 뇌연구원 유치에 나선 지자체와 주무기관에 극비진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각 지자체와 주무기관은 준비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세종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송도자유신도시 등 입지 도시들이 거론되면서 지역 안배론까지 불거져 지자체간 갈등이 안으로 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정치논리까지 가세하면서 정작 중요한 과학계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구역량이나 인프라는 배제된채 정치적 입김에 의해 뇌연구원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때문이다.

뇌는 아주 복잡하고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마지막 남은 영역이다. 어느 한 분야만으로 연구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뭉쳐있어야 된다. 뇌연구 강국으로 가기위한 제대로 된 연구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교과부와 뇌연구촉진심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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