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안형준 과학칼럼니스트

태연과 아빠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이다.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태연은 오늘도 음료 코너를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따라 태연의 눈에 띈 것은 콜라에 표시된 이산화탄소(CO2)의 양. 태연은 '이젠 음료에 들어있는 탄산의 양도 표시를 하는 건가? 선택 기준이 무척 넓어지겠는 걸'이라고 생각했다.

"아빠, 이 표시 좀 보세요. 탄산음료의 톡 쏘는 맛이 표기됐어요. 이 콜라는 탄산 168g만큼 톡 쏘나 봐요." "흠…. 재미있는 생각이구나. 그렇다면 이 두부는 맛이 어떨까? 'CO2 275g'이라고 적혀있으니… 콜라보다도 톡 쏘는 '탄산 두부' 인 셈인데?"

"앗! 탄산 두부요? 젤리 탄산음료 같은 건가?" "아니란다. 태연아. 이 표시는 '탄소발자국'을 뜻하는 거야." "탄소발자국이 뭐예요?" "탄소발자국은 상품을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뜻하는 말이야. 200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라는 말이 처음 올라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탄소성적표지' 라고 부르고 있어. 이 표지가 붙은 상품은 2009년 4월 15일부터 나오기 시작했지."
 

ⓒ2009 HelloDD.com

"콜라 한 캔을 마실 때마다 이산화탄소 168g이 배출되는 셈이군요. 그런데 제품에 이걸 왜 표시해요? 칼로리 표시라면 다이어트 때문에라도 제가 눈여겨 볼 텐데…." "탄소발자국은 지구가 '이산화탄소 다이어트'를 하는데 필요한 정보야." "지구가 다이어트를 한다고요?"

"지구의 평균온도가 점점 올라간다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들어봤지? 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꼽히고 있어. 그런데 2007년 유엔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의 50% 이하로 줄이면 지구온도의 상승폭을 2.4℃ 안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해."

"그렇다면 이산화탄소가 적게 나오는 제품을 사야 지구의 온실가스 다이어트를 돕는 셈이군요." "그렇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킨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면, 기업들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알아서 개발할 것이라는 거지." "에이 근데 이산화탄소를 몇 g 적게 배출하는 제품을 산다고 지구 전체 온도가 떨어질까요? 저도 다이어트 때문에 칼로리 함량을 보고 음식을 먹어봤지만 살은 별로 안 빠지던데요?"

"사실 태연이처럼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지. 그래서 미국의 한 과학자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 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단다." "헐~ 숨쉬기 금지나 자동차 안타기 운동이라도 벌였나요?"

"비슷했어.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뒤 미국연방항공청은 비슷한 테러가 또 일어날까봐 3일 동안 미국 전역의 항공기 운항을 금지시켰거든. 과학자들은 여기에 주목했지. 항공 분야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나 차지하고 있었고 미국의 비행기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기름만 해도 2억6,500만리터 였으니까."

"오! 그래서요?" "과학자는 미국 전역의 기상대 4,000여 곳의 기온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 결과 3일 동안의 일교차가 평소보다 1℃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에이. 결국 온도가 올라간 거네요." "하루의 온도는 그날의 날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어. 온실가스가 줄어들면서 항상 따뜻하게 유지되던 하루 기온의 변화폭이 커졌다는 해석이 적당하지. 중요한 것은 인간의 활동이 기온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인간의 활동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거야."

"그렇게 짧은 시간에도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군요. 저도 제 다이어트만 신경 쓰지 말고 지구의 탄소 다이어트를 도와야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두부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콜라를 많이 사둬야…." "태연아. 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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