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KAIST 책읽는 밤' 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주제로 강연

"무엇이 당신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가슴이 마지막으로 뛰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다들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한비야 씨가 4월 30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 책읽는 밤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물었다.

한 씨는 "이번 강연을 통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께 불화살을 날릴 생각이다"며 "부디 그 화살을 맞고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받아보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여행작가로 유명한 그가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건 2001년부터였다. 그 전의 한 씨는 그저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지를 탐험하기 좋아하는 여행작가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굶주림으로 지쳐있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벌써 9년째 세계 곳곳의 현장을 누비며 평화에 일조하고 있다.

한 씨는 "호칭은 언니와 누나로 하고, 난 동생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며 "여러분과 같이 놀기 좋아하고, 매일 흔들리는 꿈을 가진 사람으로 그저 반발자국 앞선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 첫 번째 이야기 "머리 속에 세계 지도를 그려넣어라"

"머리 속에 세계 지도를 넣어야 합니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나라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들을 지도에 넣고 있어야 합니다." 긴급재난이 터지면 48시간 내에 그 지역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 것이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의 일.

그는 "세계 어디든 48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며 "멀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마음 먹은 대로 밀고 나가야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씨는 "단순히 자신의 스펙을 넓히기 위해 해외를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며 "세계의 지도자가 되려면 세계의 시민이 돼야 하듯 모잠비크, 스리랑카, 소말리아 등 골고루 분포돼 있는 세계 지도를 머리 속에 집어 넣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안에서 도울 사람이 많이 있는데 왜 굳이 세계 난민들까지 도와야 하는 겁니까" 라는 말을 자신이 활동하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씨는 이 말에서 가장 많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를 도와준 건 세계 각지의 나라들이었습니다. 자그마치 40여년 동안 원조를 받았습니다. 그 나라들 또한 그 당시에 자기들 나라 안에 도와줄 사람들이 없어서 우리를 도와줬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에는 정글의 법칙 말고도 다른 한 쪽 바퀴인 사랑과 은혜의 바퀴가 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씨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정글의 법칙에만 있다는 거짓말에 속지 말길 바란다"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은혜의 법칙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두 번째 이야기 "무엇이 당신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

강연 중간에 난데없이 불화살을 쏜다는 한 씨. 학생들은 그가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이 된 사례에 이 불화살이 직효였다고 말하니 이내 화살 맞을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긴급구호팀장이 되기 전에 케냐에 갔었습니다. 한 번 가보고 팀장직은 결정한다고 했었거든요. 그 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불화살을 맞았어요. 지금도 내 가슴에서 활활 타고 있습니다. 그날 제가 받은 뜨거운 불화살의 강도와 그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여러분께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가 케냐에서 만난 사람은 바로 케냐와 소말리아 국경 지대에서 안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굉장히 유명한 의사로 대통령도 만나려면 줄 서 있어야 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한 씨는 그를 일하는 모습이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예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가장 멋있거든요. 현장에서 빛이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 의사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한 씨와 그 의사의 만남.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리 잡은 자리에서 한 씨는 그에게 "여기와서 왜 험한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한 말은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죠" 였다.

한 씨는 그때의 기억을 날벼락 맞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 '왜 이일을 하고 계세요'라고 물었을 때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죠'라는 대답을 들어봤다면 행운"이라며 "누군가가 나한테 지금 그런 질문을 똑같이 한다면 한치도 지체없이 '이 일이 내 피를 끓게 한다. 이 일만 하고 싶다. 다른 것은 내 마음을 뛰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씨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라며 "하루를 살아도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하는 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 번째 이야기 "실천하라, 입만 가진 사람은 쓸모없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도 많고 가슴이 뛰는 사람도 많죠. 그러나 그것만 한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입만 가진 사람은 쓸모가 없죠. 머리와 가슴과 손이 함께 가야 합니다. 실천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바로 '실천'.

한 씨는 "나는 손도 작고 발도 작아 맞는 신발이 없지만 이렇게 조그마한 발로 지구를 자그마치 3바퀴나 돌았다"며 "발로 걸어다니고 손으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손이 아름답다"며 "한 손은 자신을 위해서 쓰고,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과 우리를 위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러분은 20대 입니다. 하얀 백지와 같죠. 어떤 밑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서 삶이 틀려져요. 책들을 많이 읽고 좋은 밑그림을 그리세요. 머리 속에 세계 지도를 넣고 가슴은 언제나 뛰게 하면서, 손과 발은 언제나 움직일 수 있는 삶을 꿈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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