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미래다③]이용호 표준연 뇌 박사의 연구철학
뉴로마케팅 시장창출 선두자…"뇌자도 검사장치 상용화 임박"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는 첨단병에 걸렸습니다. 네이처, 사이언스지에 논문 내면 뭐하죠? 이런말 하면 욕먹겠지만, 그래도 그게 현실입니다. 첨단기술도 의미 있지만, 좋은기술을 개발해야죠." 첨단기술과 좋은기술의 차이? 별 차이 없는 것 같지만 아니다.

그 차이를 너무 분명하게 정의하는 과학자,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일찌감치 좋은기술 개발의 길을 택했다. '첨단기술과 좋은기술 중 연구자들의 궁극적 목적을 더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이냐?'라는 질문에 이 박사는 자신의 연구인생을 통해 답하고 있다.

이 박사는 지난 89년 표준연과 인연을 맺은 이래 뇌와 심장 정밀 측정장치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뇌 연구의 베테랑. 20년간 한 분야만 파고든 덕에 최근 뇌자도 측정장치에 대한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2개의 중견업체와 뇌자도 장치에 대한 기술이전을 검토중이다.
 

▲사업화 단계 앞둔 이 박사팀 개발 '뇌자도 측정장치' ⓒ2009 HelloDD.com

뇌자도 측정장치는 뇌 신경전류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계 시스템이다. 이 장치로 지금까지 발병 부위의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던 간질병, 노인성 치매 등 정신질환 부위를 정확하게 국지화할 수 있어 획기적으로 진단·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수술 전 대뇌피질 기능조사로 정상부위를 제거해 수술 후 후유증을 유발하는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뇌자도는 인체에 해가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

MRI·PET·CT 촬영은 방사선 물질과 X레이를 쪼여 신생아에 적용할 수 없지만 뇌자도는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뇌자도 장치 원천기술 보유국은 몇 안된다. 미국·일본·핀란드·이탈리아 등 손가락에 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 병원에 핀란드산 뇌자도 장치가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외산은 비싸다. 250만불 수준. 차지하는 공간도 넓다. 그럼에도 측정 정확성과 편리성이 워낙 뛰어나 장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박사는 이른바 '좋은 뇌자도 장치기술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고, 본격적인 사업화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 "에쿠스 만들 수 있지만 아반떼급 뇌자도 장치 만든다"

▲연구의 진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 박사팀은 자연스런 아이디어 회의를 자주 갖는다. ⓒ2009 HelloDD.com

이 박사가 정의하는 '좋은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활용해 누구나 혜택 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절대 난이도가 높은 기술개발이 아니다. '한가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사람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연구철칙을 갖고 있다.

똑같은 연구논문을 내는데 '곧 휴지가 될 것인가 돈이 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이 박사는 돈을 택한 셈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박사팀은 에쿠스급 뇌자도 장치 개발이 아닌 아반떼급 장치 개발에 연구 목적을 뒀다. 산업적 범용가치를 높였다는 얘기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가격은 저렴하게. 장치 부품과 공정을 외산 장비에 비해 현격히 줄였다. 성능도 좋게 만들었다.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체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치 제작과정과 구조가 간단할수록 기술이전 업체가 웃는다는 진리를 이 박사는 일찍이 깨달았다.

이 박사팀이 10년 넘게 공을 들여 개발한 뇌자도 장치는 외산 장비 대비 기능은 비슷하지만 더욱 정밀하게 측정해 낼 수 있다. 센서 구조와 회로가 복잡한 다른 제품에 비해 상당히 간단한 구조로 제작됐다.

외산 장비는 센서 연결구조가 길고 복잡하다보니 측정 신뢰성이 떨어진다. 특히 이 박사팀 개발품은 센서의 출력 전압신호가 기존에 비해 10배 정도 큰 장점이 있다.

센서출력전압이 커 구동회로 간편화와 동작의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특히 이 박사팀은 머리 전체를 측정할 수 있는 152채널 스퀴드(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초전도 양자간섭소자) 방식으로 뇌자도 장치를 개발했다.

스퀴드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정밀측정소자. 지구자기장 100억분의 1 정도의 미약한 자기장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인류가 개발한 자기장 센서 중 감도가 가장 우수한 센서로 뇌와 심장 등에 발생되는 미약한 자기장 측정에 필수적인 센서다.

이와 함께 차폐성능이 우수한 재료 사용으로 차폐실 가격을 낮췄으며, 설치공간도 구동장치와 전체 시스템이 차지하는 면적이 다른 외국 장비에 비해 훨씬 적다. 고성능이면서 가격이 낮아 병원 경영에 유리하다. 유지비도 상대적으로 적다.

전체적으로 외산과 비교해 볼 때 3배 이상 구조가 간단하다. 더 나아가 이 박사팀은 뇌자도 센서로부터 중간 신호를 받아 추가 증폭하고 필터 기능을 하는 회로를 아예 없애는 연구아이디어 실현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 장비의 제작·설치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고장을 차단하며 전력효율성이 좋아지고, 전체 설치공간도 줄어들 수 있다.

결국 돈을 절약할 수 있는 1석 4~5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박사팀은 애초부터 100개 샘플중 가장 좋은 실험결과 1~2개 데이터로 논문을 작성하는 식의 연구패턴을 아예 상상하지도 않았다. 대신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좋은 뇌자도 장치개발'이라는 전체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적 사고와 학습을 통해 결과물을 얻어냈다.

이 박사는 "현재 뇌자도 장치에 대한 핵심 원천기술 특허를 20건 보유한 상황"이라며 "이제 우리 뇌자도 장치를 활용해 돈 벌 업체가 나서면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우리가 뉴로마케팅 시대 창출"

"뉴로마케팅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감성공학이 뜨고 있죠. 그 중심에 뇌 측정도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갈 것입니다." 이 박사팀은 새로운 꿈에 대한 도전에 잔뜩 고무돼 있다.

최근 연구팀 이름도 '뇌인지융합'이란 키워드가 붙었다. 의료용 뇌자도 측정장치 개발에 무게중심을 뒀던 익숙함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사물을 인지하고 인지도 능력을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화두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어떤 제품을 만들 경우 사람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제품을 느끼고 인식하는지 알아야 감성공학을 실현할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 O.X 통계조사를 거쳐 측정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물건을 보여주면서 뇌가 느끼는 반응을 직접 분석한다. 사물 호감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개념 '뉴로 마케팅'이 뜨고 있다. 단순 산업계에만 뇌자도 기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대통령 후보가 좋은가. 정치인 후보를 보여주면서 뇌의 느낌을 해석하는 뇌 측정장치로도 응용될 수 있다. 정신질환 우울증과 강박증 패턴을 연구할 수도 있다.

거짓말 탐지기로도 뇌자도 기술은 탁월하다. 뇌자도 기술을 응용하면 기존과 전혀 차원이 다른 정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상을 진단하고, 다음 단계를 판단할 수 있다.

아직 관련 시장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 이미 어느 정도 규모가 된 시장이면 대기업이 달려들텐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이 박사팀이 응용기술을 개발하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셈이다. 기술개발 동시에 활용기술 수요도 개발해 나가야 한다. 현재까지 확실하게 뇌인지 최종 개발 목표가 정의되지 않았지만, 이 박사팀이 뉴로마케팅 시대를 열 주역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박사는 "많은 과학자들이 첨단기술과 좋은기술을 헷갈려 합니다. 아마 모든 첨단기술이 좋은기술되면 우리나라는 1~2년 내 세계 최고가 될겁니다"라며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좋은기술 매진에 함께 힘쓸 것을 바랬다.

▲"행복은 내 스스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 박사 스스로 정하는 행복 방정식표. 자기만의 개똥철학이란다. ⓒ2009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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